대남도발 전담 특수부대 훈련 참관
“서해 NLL 근거 없어...무력행사”
총선 앞둔 도발 가능성에 촉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참관한 북한군 특수부대의 훈련장에서 우리 최전방 초소를 타격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참관한 북한군 특수부대의 훈련장에서 우리 최전방 초소를 타격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뉴스퀘스트=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김정은이 지난 6일 참관한 북한군 특수부대의 훈련 현장에서 우리 최전방 GP(감시초소)에 대한 기습 타격과 점거를 상정한 전투 장면이 포착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국가정보원 등 정부 부처와 기관에서 잇달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는데다, 미국・일본 등의 전문가 그룹에서도 올 봄 김정은이 심각한 도발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시점에 노골적인 대남 도발 훈련을 벌이고 이를 관영 매체로 공개했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전투헬기와 로켓포(RPG-7)은 물론 대전차미사일인 ‘불새’까지 동원해 실사격 훈련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일대에서의 국지도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우리 군 당국과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조선중앙통신과 중앙TV 등 북한 선전매체들이 보도한 훈련 영상을 분석해보면 서부전선 지역으로 파악되는 전투훈련장에 한국군의 GP와 유사한 건물이 등장한다.

북한군은 이 건물을 공격하기 위해 북한군 주력 헬기인 Mi-8에 특수부대원을 태워 공중강습을 시행하고, 동시에 대전차로켓포까지 동원해 집중 타격을 가하는 훈련을 벌였다.

전방 GP처럼 이중 철책을 설치하고 우리 군의 위장도색(얼룩무늬)과 같은 페인트칠을 한 건물에 특수부대가 동시에 타격을 가해 점령하는 훈련을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벌였다는 점에서 모종의 도발 카드가 준비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훈련 참관 현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강순남 국방상, 리영길 총참모장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AK-74(북한은 88식 보총으로 지칭) 소총을 들어 사격하는 자세를 취해보이기도 했다.

대북정보 당국은 김정은이 지난해 8월 남한 점령을 목표로 한 '전군 지휘훈련'을 처음 실시하면서 “사회ㆍ정치적 혼란 유발을 위해 우리 민간시설 타격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위협한 점에 주목하면서 이번 훈련 내용을 분석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앞서 김정은은 지난 2월에는 해군의 지대함 미사일 ‘바다수리-6형’의 훈련발사를 참관한 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불법’이라 주장하며 무력행사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한국 괴뢰들이 국제법적 근거나 합법적 명분도 없는 유령선인 북방한계선이라는 선을 고수해보려고 발악하며 3국어선 및 선박단속과 해상순찰과 같은 구실을 내들고 각종 전투 함선들을 우리 수역에 침범시키며 주권을 심각히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우리가 해상주권을 그 무슨 수사적 표현이나 성명, 발표문으로 지킬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무력행사로, 행동으로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은 북한이 남북 간 해상경계선 역할을 해온 NLL의 존재를 인정치 않겠다는 것으로 서해5도 지역 등을 분쟁 수역화 하겠다는 의도로 읽혀진다.

김정은이 “조선 서해에 몇 개의 선이 존재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또한 시비를 가릴 필요도 없다”면서 “명백한 것은 우리가 인정하는 해상국경선을 적이 침범할 시에는 그것을 곧 우리의 주권에 대한 침해로, 무력도발로 간주할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은 어떤 식으로 든 서해5도 지역 등에서 도발을 감행할 명분을 축적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그간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거론돼온 북한 특수부대의 백령도 점령 시나리오가 현실화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총선을 앞둔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는 건 그동안 우리 정치일정을 틈타 다양한 군사도발과 테러・사이버전 등을 펼쳤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의 경우 북한은 새해 벽두 핵 실험에 이어 ▲무인기 침범(1.13) ▲대포동 미사일 발사(2.7) ▲GPS 교란(3.31)을 연이어 벌였다.

또 2020년 21대 총선의 경우 3월 한 달 간 대남 전술 무기인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4회 연쇄 발사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훈련을 참관한 뒤 노동당과 군부 간부들을 만나 “내년 초 남한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국가정보원은 휴민트(humint, 인적정보를 통한 정보수집) 첩보를 통해 파악하고 있다.

해상과 DMZ는 물론 사이버 공간까지 더해진 다양한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군 당국과 대북정보 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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