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청 인공기 단 105탱크사단 챙기기
신형 전차 훈련 참관 “전쟁준비 완성”
보여주기식 ‘병정놀이’ 에 민생은 뒷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북한군 탱크부대 훈련장을 찾아 직접 신형 전차를 몰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북한군 탱크부대 훈련장을 찾아 직접 신형 전차를 몰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뉴스퀘스트=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지난 13일 북한군 탱크부대 훈련장을 찾은 김정은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앞서 6일 서부전선을 찾아 북한군 특수부대 훈련을 참관하고, 이튿날 포병부대 사격 모습을 지켜볼 때와는 판이했다.

한미 합동군사연습(3월4~14일)에 대한 대응으로 부심하고 있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이날 하루 웃음 짓도록 만든 건 ‘땅크’(탱크의 북한식 표기)였다.

김정은은 대연합부대 간 대항 방식으로 진행된 탱크 기동훈련을 지켜본 뒤 “오늘 땅크병 대항경기에서 처음으로 자기의 놀라운 전투적 성능을 과시하며 모습을 드러낸 신형 주력 땅크가 매우 우수한 타격력과 기동력을 훌륭히 보여줬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북한 관영 선전매체들이 무더기로 공개한 30장의 김정은과 훈련모습을 담은 사진에는 이런 분위기가 드러난다.

김정은이 가장 활짝 웃은 건 탱크에 직접 올라 운전대를 잡은 장면에서다.

그는 탱크병들이 착용하는 헬멧을 착용한 뒤 신형 전차의 조종석에 앉아 운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환호하며 경례를 하는 탱크병들을 바라보면서 웃음을 보인 김정은은 마치 사열행사를 하는 듯 질주했다.

사실 탱크 조종석에 앉은 모습은 그리 폼이 나지는 않는다.

겨우 얼굴만 드러낸 채 포신이 달린 주탑의 아래쪽에 쪼그려 앉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김정은은 탱크부대를 찾기만 하면 직접 조종간을 잡는 모습을 자주 보여왔다.

지난해 군수공장 방문 때도 신형 장갑차를 운전했고, 과거 후계자 시절에는 눈 뎦인 훈련장을 탱크에 올라 주행하는 장면이 조선중앙TV로 공개되기도 했다.

김정은이 탱크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건 ‘105땅크사단’에 대한 각별한 애정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훈련 참관 때도 김정은은 “제105땅크사단 관하 구분대들처럼만 준비되어도 전쟁준비에 대해서는 마음을 푹 놓겠다”고 말했다.

이 사단은 북한에서 ‘근위 서울류경수제105땅크사단’으로 불리는 최정예 기갑사단이다.

지난 1950년 6.25 남침 당시 서울에 가장 먼저 진주해 중앙청에 인공기를 달았던 게 바로 이 부대다.

이 공로로 ‘근위’ 칭호를 받았고, 사단장인 ‘류경수’의 이름은 영원히 부대 이름에 함께 하게 됐다.

김정은이 105사단을 이처럼 각별히 챙기는 건 소련제 탱크를 앞세운 압도적 전력으로 서울을 단숨에 점령했던 6.25 당시의 ‘달콤했던 추억’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이번에 신형 전차 몇 대를 선보이면서 김정은이 “우리 군대가 세계에서 제일 위력한 탱크를 장비하게 되는 것은 크게 자부할만한 일”이라고 말했지만, 실상을 따져보면 허장성세에 가깝다는 게 대북 군사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이 신형전차로 내세운 모델은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처음 등장했다.

무려 4년 만에 배치했다는 건 그만큼 도입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라는 게 우리 군 당국의 판단이다.

그나마 신형 탱크는 몇 대 되지 않는데다, 나머지 탱크는 노후화 정도가 심해 북한이 공개한 사진만 봐도 심각한 수준이란 걸 알 수 있을 정도다.

우리 군이 첨단 사격장비에 능동방호체계(APS· Active Protection System) 등을 갖춰나가고 있는데 반해 북한은 이에 취약한 수준이다.

김정은이 참관한 이번 탱크 기동훈련에서는 우리 군이 1980~90년대 주로 사용하다 이제는 퇴역단계인 500MD 헬기가 등장한다.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우리 군이 보유한 ‘탱크 잡는 킬러’ 아파치헬기 등의 전력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 남북한이 탱크전을 벌일 경우 현격한 전력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은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연일 군부대 훈련장을 찾고 있지만 대북제재와 경제난으로 인한 재래식 전력의 한계는 더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김정은의 민생을 도외시한 ‘병정놀이’에 대한 주민 불만도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대북 매체들은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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