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오는 2027년부터 전고체 배터리 양산 첫 스타트
주요 요소인 고체전해질, 음극재 생산 기업들도 개발 한창
비싼 소재·공정 비용으로 전고체 대중화까진 시간 걸릴 듯
【뉴스퀘스트=김민우 기자】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한 잰걸음에 돌입했다. 주요 기업들은 오는 2027년 전후로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활발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부피가 줄어들어, 에너지 밀도를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되면서 배터리셀부터 고체전해질, 음극재 등 부품 생산 기업들의 밸류체인(가치사슬) 변화도 주목받고 있다.
양산이 3년 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나 기술 문제, 높은 가격 등으로 전고체 배터리 대중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전반의 설명이다. 시장에서 아직까지 확고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기업은 없는 만큼 기술 혁신과 가격 경쟁력이 향후 시장 점유율의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3사,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계획 발표...오는 2030년까지 양산
15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3사 중 가장 양산 계획이 빠른 삼성SDI는 오는 2027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고분자 전고체 배터리는 고분자 필름이 분리 막을 대체하는 배터리)를 우선 선보이고 2030년에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SK온은 황화물계와 고분자-산화물 하이브리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2026년까지 배터리 샘플을 제작하고 2029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8일 마무리된 국내 최대 배터리 행사 '인터배터리'에서도 주요 화두는 '전고체 배터리'였다. 이 자리에서 3사 대표들은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향후 계획에 짧게 답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제품을 내려고 한다"고 했으며,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전고체 배터리는 2027년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2026년에 각각 양산하겠다"고 설명했다.
◇전고체, 안전성‧에너지 밀도 향상 유리...극복 과제도 많아
이처럼 전고체 배터리가 업계에서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는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 향상 때문이다.
전고체 배터리(All Solid State Battery)는 이름 그대로 전부 고체 소재를 이용해 만든 배터리를 말한다. 구조적으로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4대 소재인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질 중 액체 상태인 전해질을 고체로 바꾸고 분리막을 없앤 형태다.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꾸면 열에 취약하고 화재 위험성이 있는 전해액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화재를 억재할 수 있다.
또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양극과 음극의 직접적인 접촉을 막는 분리막이 필요 없어 그만큼 부피가 줄고 에너지 밀도 또한 향상시킬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에 쓰이는 고체 전해질은 크게 무기계(황화물계, 산화물계)와 유기계(고분자)로 나뉘는데 이 중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이 황화물계다.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은 상대적으로 부드러워 어느 정도 압력을 가하면 전극과 넓은 계면(물질간 맞닿아 있는 접촉면)을 형성할 수 있어 다른 고체 전해질에 비해 이온 전도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은 황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공기 중 산소 및 수분과 반응해 독성 물질인 황화수소를 만들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로 인해 수분과 반응성이 떨어지는 소재 개발이 필요하고 기존에 전극 생산을 위해 사용된 습식 공정을 활용하기 어려워 건식 공정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에 쏠린 관심...전해질, 양극재 기업도 기술 개발 나서
국내 배터리 3사 중에서는 삼성SDI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서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양산 중인 각형 배터리(P5)와 비교해 약 40% 가량 향상된 에너지 밀도 900Wh/L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고체 라인 구축에는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되며 핵심 소재인 고체전해질은 포스코JK솔리드솔루션과 에코프로비엠으로부터 전해질을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도 고체전해질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전북 익산2공장에 연산 최대 70톤(t) 규모의 고체전해질 파일럿 설비를 착공해 2026년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갈 방침이다. 국내 분리막 대표 기업인 SKIET도 컨퍼런스콜에서 신규 사업으로 전고체 배터리 소재를 언급하며 기술 개발과 투자업체를 탐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화투자 증권 추정에 따르면 고체전해질 수요는 양산이 시작되는 2027년 2000t에서 2023년 4만3000t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양극재 기업들은 전고체 배터리 시대를 대비해 단결정(단입자) 양극재 생산에 일찍 뛰어들었다.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상태인 배터리 내 이온 이동을 쉽게 하기 위해 전극을 균일하게 형성해야 한다. 이때 깨지기 쉬운 기존의 다결정 양극재보단 활물질이 단단한 입자 구조를 갖춘 단결정 양극재가 더 적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LG화학 등 주요 양극재 기업은 고객사에 단결정 양극재를 납품 중이다. 3사 모두 향후 커질 단결정 양극재 수요에 대비해 양산 효율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초기 시장 소규모 전망...럭셔리·스포츠카 시장서 점차 대중화될 것
배터리 벨류체인 기업들이 다양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초기 전고체 배터리 시장은 비싼 소재 및 공정 비용 때문에 소규모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는 오는 2030년 전고체전지와 황화물계 전고체전지 생산량은 각각 149기가와트시(GWH), 43GWH로 전체 배터리 수요의 각각 3.49%, 1.01%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고체전지 초기 가격은 1키로와트시(kWh)당 약 400~600달러(약 53만2000원~79만8000원)으로 추정되며 100kWh 탑재시 배터리 가격만 5만 달러(약 6500만원)에 달하는 셈"이라며 "초기 수요처는 주로 럭셔리, 스포츠카 시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규모의 경제, 공정비 개선을 통해 고체전해질 원가가 1kg당 20~50달러(약 2만7000원~6만7000원)까지 떨어지면 전고체전지 가격도 1kWh당 130~160달러(약 17만3000원~21만3000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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