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NPT(비확산조약)체제 존중해야
북핵문제 완전해결 합의 없는 군축협상은 절대 불가

미라 랩-후퍼 美 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선임보좌관[사진=연합뉴스]
미라 랩-후퍼 美 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선임보좌관[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 】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고위 당국자의 북핵 관련 발언이 심상치 않다, 그 의도가 궁금하다.

미라 랩-후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대양주 담당 선임보좌관이 3월 4일 북핵과 관련해 미국의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면서도 그러나 이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 ‘중간 조치(interim steps)’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지속적으로 제안해 왔고, 현재 한반도 상황에 비춰봤을 때 ‘위협 감소’에 관해 북한과 논의할 준비가 돼있고, ‘역내 및 전 세계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중간 조치’가 향후 북한과 새로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밝혔다.

미 국무부 동아태부차관보 정 박도 3월 5일 북한 비핵화가 하룻밤에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궁극적인 비핵화로 향하는 중간단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일각의 전문가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보유하고 고도화해가는 현실에서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대신 핵무기 감축을 목표로 북한과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애덤 마운트 미국과학자연맹(FAS) 선임연구원은 3월 4일 미국평화연구소(USIP) 기고에서 북한 정권이 핵무장을 해제할 가능성이 적은 만큼 한·미동맹은 “핵무장을 한 북한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한반도 상황을 안정화할 수단으로 군비통제를 제안했다. 특히 핵 위기 시 북한이 사용할 가능성이 큰 전술핵무기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FAS는 2019년의 ‘대북 정책 국제연구그룹’ 보고서에서도 한·미가 북한과 군비통제와 신뢰구축 등 위협감소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당시 예일대 중국센터 선임연구원이었던 미라 랩-후퍼도 참여했다.

한편 북핵 문제를 실무적으로 총지휘하는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담당 보니 젱킨스 차관은 2022년 10월 27일 미국이 북한과 핵 폐기가 아니라 감축에 초점을 두는 ‘군축협상’을 거론한 바 있다. 지금도 그가 차관이다.

북핵 완전 폐기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믿고 싶고, ‘중간 조치’ 나 ‘군축협상’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건 간에 완전 비핵화로 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하고 싶다. 북한 도발에 미군이 국군과 함께 땀 흘리며 대응훈련하는 엄중한 시기에 미국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머리 한쪽을 짓누르는 상념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북핵 완전 폐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는 현실적 고려에서 미국이 북한 핵개발의 수준과 규모를 적절히 통제하면서, 북한 체제의 생존을 인정해주면서, 한반도를 ‘미국 시각에서 안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어느 정도 핵을 가진 ‘북한 악당’이 존재하는 한 ‘미국 경찰’이 필수적이고 동북아에서의 역할을 지속할 수 있다, 핵우산 제공을 지렛대로 한국과 일본을 군사적으로 항구적으로 예속시킨다, 핵보유 북한도 잘 관리한다면 상황에 따라서는 중국 견제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는 시각에서 북한과 핵군축협상을 하고, 대북 국제제재를 완화해주는 것이다.

그 근저에는 한반도에 두 체제를 전제하는 “Two Korea Policy”가 깔려 있다. 한반도 분단 구조를 더욱 고착하면서 대중 압박 및 대남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기우이기를 바란다.

윤석열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에 진의를 물어야 한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완전 비핵화를 위해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NPT(비확산조약)체제를 존중하면서, 자체 핵무장은 물론이고 주한 미군 전술핵무기 재배치조차 고려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보니 젱킨스 차관의 지난 발언에 대통령실이 강하게 반발하자 미 백악관은 군축협상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방향이 아니라고 수습했다.

지난해 8월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주요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 명시된 “우리는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공약을 재확인하며,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모든 유엔 회원국이 모든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와, 3국간 협력의 주요 원칙을 함축한 ‘캠프 데이비드 원칙’에서 “우리는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공약을 함께 견지한다”의 확인과 이행을 촉구해야 한다.

동시에 ‘정신’과 ‘원칙’에서 3국 정상이 합의한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지지한다(a unified Korean Peninsula that is free and at peace)”를 상기시켜 ‘하나의 한반도(One Korea)’를 기정사실화해야 한다.

지난 1월 8일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북한과 협상을 통한 ‘북핵 동결’과 ‘제재 부분 해제’라는 ‘중간 조치’는 거래될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러나 그것은 반드시 북핵문제 해결 전 과정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이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 가능한 비핵화(FFID)’이건 현 상황부터 북핵문제 완전해결까지 전 과정에 관해 북한의 동의, 국제적 합의와 로드맵이 만들어지고, 그것에 입각해 취해질 단계적 여러 조치 가운데 하나여야 한다.

또 하나 명심해야 할 ‘중간 조치’의 전제조건은 그것을 논의할 북한과의 대화·협상을 ‘군축’이란 용어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단 한 번이라도 사용하는 순간, 북한은 끝까지 군축을 물고 늘어질 것이고, 군축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

여든 야든, 보수든 진보든 모든 대한민국 국민은 한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북한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최악의 독재정권과 공생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 우리의 국가이익도 우리 민족의 염원도 아님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필자는 다른 지면의 칼럼(최보식의 언론, 2022.10.31)에서 북핵문제 완전해결 합의 없는 군축협상을, 1945년 12월 모스크바 3국(미국·소련·영국) 외상회의에서 결정된 ‘한반도 신탁통치’에 이승만과 김구가 함께, 좌익세력을 제외한 모든 국민이 일심으로 단결하여 항거했던 반탁운동의 심장을 다시 가져 반대해야 한다, 우리의 확고한 의지를 미국에, 전 세계에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마음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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