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주택‧신통기획 등 보상문제, 생계위협 문제로 ‘몸살’
자율적인 사업이라는 점에서 수요 발생여부 미지수

서울 도봉구 창동 일대에 개발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사진=뉴스퀘스트]
서울 도봉구 창동 일대에 개발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사진=뉴스퀘스트]

【뉴스퀘스트=권일구 기자 】 “보통 이런 지역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길 하나 두고 차량이 겨우 지나갈 정도일 텐데, 사업이 시작된다고 하면 당장 주차문제를 비롯해 주민끼리 보상 문제를 두고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사업이 많아요”

정부의 ‘뉴빌리지’ 프로젝트에 대해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가 사업이 비슷한 모아주택과 비교하면서 내뱉은 말이다.

모아주택은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저층주거지를 하나의 그룹으로 모아 계획을 짜고 정비하는 사업으로, 재건축‧재개발 시 적어도 8~10년 걸리는 사업기간을 2~3년 단축할 수 있고, 낙후지역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주차난, 부족한 도로문제 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사업 시작 전부터 보상문제, 생계위협, 세입자 이주대책 등 갈등과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일부 사업지의 경우 사업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자칫하다가 ‘뉴빌리지’ 사업도 모아주택 사업과 비슷한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일례로, 모아주택 사업 선정지역으로 채택된 광진구 자양4동의 경우에는 임대료를 받아 노후를 보내려고 하는 주민들의 반발이 컸다. 임대수입이 끊어지면 생계가 위협 받기 때문이다. 또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주민들도 생계를 이유로 사업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속통합기획 사업으로 선정된 수유동 일대에서도 세입자 이주 문제와 생계 등의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신속통합기획은 정비계획 수립단계서부터 서울시가 공공성과 사업의 균형을 이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신속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추진을 지원하는 공공지원계획이다.

이미 2년 전에 이 지역이 지정됐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사업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상가 하나로 임대료를 받아가며 생계를 꾸리고 있는 주민들의 반대도 있지만, 세입자에 대한 이주대책 등이 마련되지 않아 집주인과 세입자간 입장 차이가 발생한 탓이다.

특히, 모아주택과 신속통합기획 등 사업지 주변 주택가에서는 가뜩이나 비좁은 길에 사업이 시작되면 그에 따른 소음과 레미콘 등 공사 차량의 빈번한 이동으로 인한 안전문제, 먼지, 주차난 등 피해가 발생한다는 측면에서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설치해 왔다는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소 한 관계자도 “사업이 시작되는 입지 바로 옆에 위치한 단독이나 다세대 주택에서는 주차 문제로 당장 골머리를 앓을 수도 있고, 일조권이나 공사에 따른 소음 등 이해관계가 섞인 민원이 발생할 여지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소규모 개발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뉴빌리지’ 사업은 윤석열 대통령이 벽화그리기, 화단조성 같은 기존 도시재생사업으로는 주민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판단에 따라, 노후 단독주택이나 빌라촌을 새로운 타운하우스와 현대적인 빌라로 재정비하겠다는 목적으로 탄생한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오래되고 낡은 지역에 새로운 편의시설이나 기간시설을 도입해서 환경을 개선시키는 사업으로 소규모 단위로 정비사업을 한다는 점에선 모아주택이나 뉴빌리지 사업과 비슷한 성격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대다수다.

물론, 소규모 정비나 개별주택 재건축 추진 시 필요한 공용주차장, 도로, 상하수도, 녹지 등의 기반시설과 도서관, 주민운동시설 등 다수 주민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 설치 지원 등을 위주로 추진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이러한 시설 설치도 녹록치 않아 보인다.

공용공간에 대한 유지비용 분담 문제다. 모아타운(모아주택을 블록 단위로 묶어 단지화를 이루는 형태) 1호로 선정돼 개발을 앞두고 있는 강북구 번동 일대도 모아타운의 공용공간 관리와 유지비용 분담에 대해 주민끼리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 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빠르면 오는 6월 번동 모아타운이 첫 삽을 뜰 예정이다”라며 “어렵사리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사업이 진행됐지만 체육시설, 주민카페, 휴게공간 등 공용공간에 대한 유지비용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향후 문제가 될 여지는 있다”고 꼬집었다.

뉴빌리지 사업 역시 기반시설과 편의시설 위주로 사업을 편성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유지비용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 충돌 여지가 충분하다.

주민들이 합의체를 만들어 진행하는 자율적인 사업이라는 점에 있어서 과연 수요가 얼마나 발생할지도 미지수다. 즉 사업 성공을 위한 경제성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

규모가 작으면 공사비는 천문학적으로 상승하기 마련이다. 기존 주택을 허물고 새 집을 지으려던 A씨의 경우, 단독 주택을 짓는데 3.3㎡당(평당) 1000만원을 생각했다가 최근 자잿값, 인건비 인상 등 공사비 원가 상승으로 2배 상승한 평당 2000만원의 공사비를 제시하자 집짓기를 포기했다. 대규모 사업에서도 공사비 인상에 따른 사업성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소규모 정비사업을 아무리 정부가 지원 하겠다 한들, 사업성 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같은 필지라고 해도 그곳에는 도로와 접하는 부분이 전혀 없는 맹지도 있을 것이고, 또 땅값이 비싼 곳도 있을 텐데 같은 가격으로 보상 받는다면 주민끼리 충돌 여지도 생길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한 ‘뉴빌리지’ 프로젝트는 사업지속가능성 측면 보다는 오히려 단기적인 대책에 가까워 보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사업이 시작된다면 국비만 낭비하는 꼴이 되고 만다.

편의시설 확충 보다는 노후주택을 어떻게 정비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모델을 제시해 주고, 기반 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면 인위적으로 대체하는 것 보다는 기존의 기반시설을 어떻게 효율화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겉모양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속은 텅빈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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