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까지 나서 대북제재 위반 조사
디올 측 “진품인지는 확인 어려워”
최근 오빠 수행하며 힘 얻을지 주목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를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수행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디올 백을 들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를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수행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디올 백을 들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

 

김여정의 명품백과 동일 모델의 제품. [사진=디올 홈페이지]
김여정의 명품백과 동일 모델의 제품. [사진=디올 홈페이지]

【뉴스퀘스트=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북한 노동당 부부장인 김여정의 디올 명품백이 논란으로 떠올랐다.

그가 7000달러(약 925만원 상당)에 팔리는 고가의 가방을 들고 나선 걸 두고 대북제재 위반이란 지적이 제기된 때문이다.

언론 등에서 비판되는 수준을 넘어 유엔까지 정색을 하고 나서면서 예상보다 상황이 더 번지는 모양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의 대북제재위원회는 “북한 지도층이 금지된 고급 승용차와 명품 가방 등 사치품을 반입했다는 점이 포착됐고 제 3국을 우회해 구입하는 경우도 나타났다”고 최근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모두 615 페이지에 이르는 보고서는 김여정의 디올백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도 담고 있다.

제조사인 디올 측에 김여정 명품 가방의 제원이나 가품인지 여부까지 문의했는데, 업체 측은 회신에서 “우리 모델인 것으로 강하게 추정되는데 진품인지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물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짝퉁백을 들고 나왔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북한 체제에서 김정은 일가가 누리는 절대적 권력이나 위상을 볼 때 “굳이 짝퉁을 들 이유도 없고, 가짜 제품을 구하기가 더 어려웠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특히 김여정이 이 가방을 들고 나온 자리가 지난해 9월 열린 김정은과 블리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장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진품이 확실시 된다고 볼 수 있다.

디올 측에 따르면 문제의 가방은 ‘Sac Lady Dior Large cuir de veau cannage ultramatte noir’라는 긴 이름의 제품으로 2019년 2월 처음 출시된 제품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많이 팔린 제품이지만 북한의 경우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구매해 반입하는 건 어렵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대북정보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아무리 대북제재가 촘촘하게 가동된다 해도 김정은과 북한 핵심층의 사치품이나 기호품 등을 챙겨가는 것까지 일일이 체크하거나 막는다는 건 사실상 어렵다는 얘기다.

특히 대북제재에 미온적인 중러의 경우 반입 루트로 가동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과 부인 이설주, 김여정 등이 필요로 하는 물품의 경우 북한이 해외 공관을 통해 구매를 지시하면 현지에서 구매해 외교행낭이나 인편으로 반입해 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특히 외교행낭 등을 이용한다면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의전차량으로 이용하는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 풀만가드나 경호원들이 이용하는 렉서스와 포드사 제품 등도 다수 포착되고 있는 건 중러를 중심으로 대북 제재에 구멍이 뚫려있다는 얘기라는 것이다.

김여정은 김정은이 딸 주애를 동행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권력 전면에서 다소 밀려난 모습이다.

한때 오빠의 유고시에 권력을 넘겨받을 1순위로 거론됐지만, 조카인 주애가 급부상하면서 공개석상에 등장하는 횟수가 급격히 줄고 북한 관영매체들이 공개하는 사진에서도 이따금 구석에 포착될 뿐이다.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하지만 지난 19일 평북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이뤄진 극초음속 미사일 엔진 테스트를 참관한 김정은을 바로 뒤에서 수행하는 모습이 나오면서 다시 힘을 얻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마침 5월 푸틴과 시진핑의 정상회담 소식이 들려오고 이를 계기로 푸틴이 평양을 방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1월에는 트럼프의 미 대통령직 귀환 여부가 판가름 난다. 김여정이 오빠의 정상회담 자리에 다시 디올백을 들고 나올 수 있을지 주목해 볼 일이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