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비판을 받아도 싸다! 작금의 한국 사회에서는

표창원 어떡해, 첫 토론회에서 수구와 보수에 꼬투리 심어줬네~
 

 

[트루스토리] 조정현 기자 = 대한민국은 두 가지로 나뉘어 있다. 무척 슬프다. 그런데 그게 현실이다. 이념전쟁을 펼쳤던 저 먼 과거가 과거로 머물러 있는 건 아니다. 현재진행형이다.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피 터지는 대결전쟁을 벌이고 있다. 여의도 정치권도 그렇고 지역사회도 그렇다. 수구 보수 일베, 종북 진보 좌익 좌빨. 단어도 참 많다. 붙이면 제목이 되고 이슈가 된다. 그런데 웃긴건 그래야 ‘생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을 옹호해야 생존하는 사람들이 있고, 북한을 헐뜯어야 생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주적’인 북한은 우리와 한 배를 탈 수 없는 국가이기도 하고, 단체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적 시각에서 보자면 북한의 주장은 깡패국가들의 깡패 이야기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를테면 ‘존엄’이라는 그들의 주장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반듯이 냉소와 조롱을 보내야 한다. 그들의 시각에서 이해하고 그들의 시각을 존중해준다는 건 빨갱이가 되고 좌파가 되고 종북이 된다. 그들에게 북한이라는 인접국가와 화해와 협력은 애시당초 없다. 어떻게 해서든 흡수해서 무력화시켜야 할 대상일 뿐이다. 아니면 지금처럼 평행선을 유지하고 긴장감을 조성해서 분단국가의 ‘이득’을 얻어야 한다. 그게 그들이 말하는 경제고 논리다.

그런데도 정부는 그들과 대화한다. 지원한다. 개성공단을 이용한다. 그건 북한을 ‘주적’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국가’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상대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이익을 위해서 ‘외교질’을 한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으로 남과 북이 진통을 겪고 있다. 그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는 행위는 아니다. 초등학생들이 마치 땅 따먹기 게임을 하는 것처럼, 너무나 유치찬란한 행태가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쪽은 위성이라고 주장하고 한쪽은 미사일이라고 주장하고, 한쪽은 나간다고 겁을 주고, 다른 한 쪽은 그럼 나가라고 생떼를 부리고. 화해와 협력의 시대는 그렇게 순식간에 끝났다. 오직 대결과 전투 뿐이다. 그리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사드가 활개를 친다. 심지어 중국을 국가로 취급하는 게 아니라 ‘주적의 친구’로 평가 절하한다.

1950년의 악몽이 다시금 떠오른다. 표창원이 한 토론회에서 ‘북한의 입장’을 설명하며 ‘존엄’이라는 단어를 괜히 꺼내들었다가 봉변을 당하고 있다. 수구와 보수는 표창원이 북한을 옹호하고 있다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총선정국에서 더민주를 공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논평도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정희 통진당도 그렇게 맥없이 무너졌다. 작금의(이명박, 박근혜 정권) 한국 사회에서는 ‘북한을 이해하고’ ‘북한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 자체가 국가보안법에 걸릴 수 있는 위험한 일이다.

정치신인이라는 개념을 떠나서 표창원은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었지만, 대한민국은 아쉽게도 ‘해석’을 마음껏 하며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는 재미있는 나라이고, 뭐든지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고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이상한 나라이며, 내가 하면 로멘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 되는 지저분한 집합체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정치를 한다고 어깨에 힘을 주고 있고 그런 사람들이 선거에 나와서 국민을 잘 살게 해주겠다고 목청을 높인다. 정치신인이든 3선이든 4선이든 늘 ‘말실수’로 곤욕을 치르기 마련이다. 대통령도 말실수 한다.

표창원은 그러나 (수구와 보수가 여전히 기득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의 빌미를 줬다. 한국사회의 기괴한 ‘구조’와 정치의 모순성을 아직까지 꿰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반면 이준석은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하는 진짜 재주꾼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먹잇감을 놓치지 않았다. 방송을 아는 예능감 넘치는 정치 신인이라는 이야기다. 새누리당의 승리다.

정치공학적으로 봤을 때 ‘존엄’은 아무리 생각해도 비유를 위한 적절한 단어는 아니었던 것 같다. 상대진영은 ‘박근혜의 존엄은 뭐냐’고 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은 초토화가 됐고, 또 그렇게 될 지도 모른다. 즉, 노동자와 중소기업의 삶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여전히 지배세력으로 있는 한, 북한이라는 존재와 김정은이라는 인물에 대해선 조금은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