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와인 투자하기

'특 1등급' 5대 샤또 와인들.
'특 1등급' 5대 샤또 와인들.

【뉴스퀘스트=이철형 와인 칼럼리스트】 서양 특히 프랑스에서는 와인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유명 사업가나 예술가 혹은 정치가가 죽으면 제일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장례업자가 아니라 와인 옥션 담당자라는 것이다.

왜 그럴까?

프랑스의 경우 균등 배분 상속제가 나폴레옹 황제 시절부터 생겨서 자손들간에 1/n로 나누어야 하기에 부모가 지하 셀러에 보관하고 있는 와인들을 물려받기보다는 판매하여 재산 분배를 용이하게 하려고 한다고 한다.

그래서 와인 옥션 담당자가 제일 먼저 달려온다는 것이다.

인생살이에서 재테크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요즈음처럼 ‘영끌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며 2, 30대까지 재테크에 관심을 기울이며 스터디 동호회까지 만든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잘 보관된 오래된 와인의 경우 옥션에서 750ml 와인 한 병이 1억원을 호가하여 낙찰되는 경우도 나온다.

그리고 영국에는 Liv-Ex라하여 주식 시장처럼 투자대상 와인들의 거래 지수 동향이 발표되는 와인 시장까지 있으니 와인 투자가 점점 더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와인이 투자의 대상이 된다는 얘기인데 과연 어째서 와인이 재테크의 수단이 될까?

어떤 것이 투자를 통한 재테크 수단이 되려면 수익성, 안전성, 일반인들의 실제 투자 가능성 또는 접근성이 중요하다.

우선 수익성 문제는 투자라는 것이 도박과 비슷해서 털고 일어나는 시점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의 어느 투자대상보다도 20년 정도의 장기적인 기간을 두고 보면 와인에 투자한 경우의 수익률이 제일 높았다는 연구가 와인이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는 과거 20년을 돌아보면 부동산이 압도적으로 수익률이 높을 것이나 이 역시도 어느 지역에 투자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고 과거는 그렇다고 해도 미래를 놓고 보면 반드시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기존의 부동산, 증권, 예술품에 더하여 와인이 새로운 재테크 포트폴리오 구성 요소로 주목받게 될 것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와인이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게 될 또 다른 커다란 이유 중의 하나가 상속시 절세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와인이 소비재이다 보니 부모가 사둔 것을 자식에게 물려준다고 한들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과세를 하기도 애매하다는 상품의 특성도 있다.

그래서 절세의 수단으로 예술품과 함께 서구 유럽에서 명품 와인들이 각광을 받아온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투자 수익성 계산시에 포함되지 않지만 눈에 보이지 않게 실제로는 고려해야 할 중요 요소가 상속시 절세라는 요소이고 이 중요성은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증가하는 것 같다.

둘째 안전성의 문제 즉 손실 최소화 내지는 원금 보전 여부에 대한 우려가 재테크시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된다.

와인의 경우 최악의 경우 현금화하지 않고 보유자나 그 자손이 마셔도 된다.

특히 와인은 농산물이다 보니 한정 수량만 생산되므로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에 존재하는 동일 브랜드의 동일 빈티지 와인이 숫자가 줄어들게 마련이므로 희소성이 증가하게 되므로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절대로 없는 것은 아니나 그 효용 가치는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와인 애호가가 아니라 단순히 금전적 수익성을 보고 투자했다면 다른 투자대상에 비해 상대적인 수익성에서 차이가 나서 기대수익에 못 미칠 수는 있으나 전세계적인 공황에 와인을 급히 처분해야만 하는 투자자 개인의 사정이 겹치지 않는 한 원금 손실의 가능성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즉 주식이나 채권은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지만 와인은 보관만 잘한다면 선물이나 비즈니스상 접대용으로라도 활용할 수 있기에 원금 보전 가능성이 아주 높은 투자 대상이라는 말이다.

셋째 일반인들의 실제 투자 가능성의 문제 즉 일반 사람들이 용이하게 사고 팔 수 있는가의 문제인데 이 역시 구매 단가의 차이가 날 뿐 웬만하면 누구나 와인을 구매할 수 있기에 시장 접근성에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일반인 사이의 거래는 나라에 따라 법적으로 허용이 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있으나 이런 나라들에서조차 옥션을 통해서 거래가 가능하므로 조금 불편할 뿐 거래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애호가들 사이에 사적인 거래를 규제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기도 하다.

더구나 와인은 고급 문화이기에 소득 수준이 올라갈수록 소비가 증가하는 상품이어서 시장 자체가 사라지기보다는 오히려 활성화되기 때문에 처분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온라인 동호회까지 생겨나서 개인간의 거래는 더 쉬워졌다.

그러면 어떤 와인에 투자해야 안전하게 수익성이 확보될까?

주식에 신생 유망주가 있고 이미 안전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 대장주가 있듯이 와인에도 이미 세계의 와인 컬렉터들이 즐겨 찾는 와인이 있고 새로이 떠오르는 별 같은 신생 유망주가 있다.

안전성을 우선시한다면 이미 세계 컬렉터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프랑스 보르도 1등급 5대 샤토나 부르고뉴의 그랑크뤼 와인들, 수퍼 투스칸 와인, 미국의 컬트 와인, 유명 와인 평론가들이 지속적으로 100점을 주고 있는 와인들에 투자하면 된다.

왼쪽부터 페트뤼스, 사토 디켐, DRC 몽라쉐, 로마네 꽁띠, 스크리밍 이글.
왼쪽부터 페트뤼스, 사토 디켐, DRC 몽라쉐, 로마네 꽁띠, 스크리밍 이글.

신생 유망 와인들은 유명 평론가나 와인 전문 잡지들이 좋은 점수를 준 와이너리에 주목하거나 와인 소비자 본인의 와인 취향 수준을 믿고 본인이 직접 선택하여 사 모으는 방법이 있다.

이 신생 유망 와인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봐야 할 점이 장기 숙성 가능성이다.

즉 세월이 흐르면서 맛과 향이 더 개선되어야 하고 그 기간이 얼마나 될지도 고려해야 한다.

와인은 아무리 잘 보관해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맛과 향이 최고점을 지나게 되기에 그 기간을 고려해서 유명 와인도 구매하고 신생 유망 와인도 구매해야 한다. 통상은 최저 7, 8년 이상 최장 100년 이상까지도 장기 보관이 가능한 와인들이 존재한다.

유명 와인들은 이 장기 숙성 가능성이 이미 검증된 와인들인 셈이다.

구대륙 명품 와인들은 오히려 최소 7,8년이 지나야 맛있는 단계에 들어서지만 미국 컬트 와인과 같은 신대륙 명품 와인들의 대부분은 당장 마셔도 맛있고 장기 숙성도 가능한 경향이 있으니 구대륙의 클래식 스타일과 신대륙의 모던 스타일을 혼합하여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도 하나의 투자 전략이 될 것이다.

그럼 그런 와인들이라고 그냥 구매하면 와인 재테크가 될까?

아니다.

재테크용 와인들은 소위 족보와 구매 경로를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제1순위는 생산자로부터 직접 구매하는 것인데 이건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쉽지가 않으니 그 와인의 국내 독점 수입권자로부터 구매하는 것이 안전하다. 즉 해외든 국내든 믿을 수 있는 명망있는 유통업자와 거래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다.

얼마전 언론에 유명 와인 사시까이아(Sassicaia)의 짝퉁을 만들던 업체가 이탈리아 현지에서 발각되어 구속되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 와인들이 한국으로 수출할 예정이었다는 얘기도 등장했다. 유명 와인들은 짝퉁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는 이야기이다.

중국에서 샤토 페트뤼스의 빈병이 150달러에 거래된다는 풍문도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는 공공연한 이야기이다. 왜 빈 병을 그 비싼 가격을 주고 사모으겠는가?

유명 와인들은 지속적으로 빈티지별로 마셔본 사람이 소수일 수밖에 없고 그런 사람들은 주로 생산자로부터 독점수입권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구매하여 마셨을 테니 진품 여부를 마셔보면 금방 알 수 있겠지만 일반인들 어쩌다 한번 특별한 경우에 그것도 일생에 한 두 번 정도만 마셔볼 가능성이 높으니 당연히 진품 여부를 구분할 능력이 없기에 짝퉁 와인을 제조하려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독점 수입권이 없는 경우 생산 현지에서 도매상으로부터 구매하여 판매하는 수입상들이 있고 또 대부분의 명품 와인들은 사실 독점 수입권을 주는 경우도 거의 없기에 현지 도매상(프랑스의 경우 네고시앙이라고 부른다)을 통해 구매하는 경우가 더 흔한 편이다.

이 경우 국내 수입사가 거래하는 현지 도매상이 현지 생산자로부터 직접 와인을 구매하는 업자인지까지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거기까지 파고 들어야 하나 싶지만 재테크가 결코 그냥 되는 게 아니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자 그럼 이제 이 정도까지 알았으니 실제로 시장에서 와인을 사모으면 될까?

아니다. 와인 재테크를 하려면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와인으로 재테크하려면 인내심이 필요하고 여유 자금이 필요하다.

최소 5년 이상을 내다봐야 하고 같은 와인을 빈티지별로도 모아야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여유 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

주식은 단기 투자가 가능하여 자금을 빌려서 투자해도 되지만 와인은 장기투자이므로 반드시 여유 자금으로 해야 한다.

국내 모 회사가 2000년대 중후반 무렵에 1000억원대의 와인 펀드를 만들었다가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자기 자본 100%가 아니니 일정 기간 후 펀드를 청산하여 정산을 해주어야 했는데 하필이면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로 세계 경기가 피폐화되면서 고가 명품 와인 시장도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그 여파로 그 회사는 수백억대의 손실을 보고 결국 와인업을 정리해야 했다.

둘째는 와인 보관 장소를 확보해야 한다.

와인을 구매하면 최소한 5년 이상을 보관해야 하니 이를 보관하기 위한 와인 셀러를 준비해야 한다. 항온 항습 설비가 되어 있는 지하 셀러를 만들던가 아니면 그런 창고를 장기 임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거실에 두는 와인 냉장고는 와인 재테크용으로는 권하고 싶지 않다.

고장이 날 가능성도 있고 와인 수가 증가할수록 누진율이 적용되는 우리나라 전기료를 감안하면 비용 차원에서도 피해야 한다. 해외의 유명 와인 보관 창고를 활용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셋째는 와인을 구매할 때는 낱병 단위보다는 가급적 우드 케이스 단위로 구매해야 나중에라도 가치를 더 높게 인정받을 수 있다.

따라서 할 수만 있다면 최소 두 케이스를 구매하여 한 케이스는 재테크용으로 보관하고 한 케이스는 가족이나 지인들과 마시는 용도로 구매할 것을 권한다.

매년 과거 사두었던 빈티지 한 병과 그 해의 새로운 빈티지 한 병을 비교하며 6년 혹은 12년의 세월을 보내며 그 맛과 향의 진전을 느껴보는 것도 조금 사치스러울 수도 있지만 틀림없는 소확행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와인은 실제로 오픈하여 마셔보지 않으면 맛이 어느 정도 개선되고 있는 지 알 수 없기도 하거니와 단순히 금전적 수익만을 위해 와인에 투자한다는 것은 삶이 너무 팍팍하지 않은가?

맛있는 것은 가족이나 지인들과 나누어 먹는 것이 삶의 소소한 기쁨이자 보람이기도 한데 그걸 즐기지 못한다면 요즘 SNS상에 떠도는 죽기 전에 가장 후회하는 10가지 중의 하나를 저지르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지인들과 나누어 마실 기회를 가지면 재테크를 너머 정(情)테크, 행복테크, 감성테크도 함께 하는 셈이니 이 아니 좋은가?

마지막으로 어쩔 수 없이 생산자나 국내 독점 수입권자로부터 직접 구매할 수 없는 와인들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와인의 출처와 보관상태를 잘 따져서 구매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국내 모 회사도 1000억대의 와인 펀드로 와인을 구매하다 보니 생산자로부터 직접 구매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해외 도매상들로부터 구매하여 해외 현지 몇 군데로 나누어서 보관시켰다고 한다.

이 와인들 중 일부가 홍콩의 옥션에 나왔는데 동일 브랜드의 동일 빈티지임에도 생산자의 셀러로부터 직접 옥션에 나온 와인에 비해 1/2이하 가격으로 판매되었다.

따라서 출처와 보관 상태에 대해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 인정받을 수 있는 루트를 통해 구매를 하고 객관적으로도 인정 받을 수 있는 그런 곳에 보관시켜 놓아야 한다.

자, 이제 또 다른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와인 명품 컬렉팅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았으니 실전을 위한 첫발을 떼기 위해서라도 평소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좋은 와인으로 한 잔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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