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 [사진=SBS제공]
역사왜곡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 [사진=SBS제공]

【뉴스퀘스트=오광수 대중문화전문기자】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가 귀신을 쫒기는 커녕 귀신에 씌여 결국 망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이 드라마의 역사왜곡 논란이 불거지면서 기업들의 제작지원과 광고 취소가 잇따르자 결국 방영 2회만에 종영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SBS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 ‘조선구마사’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SBS방송국은 이미 방영권료를 제작사에 선지급했고 제작사도 80% 이상 촬영을 마친 상태여서 양쪽 다 경제적 손실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한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구마사’는 종교 의식을 통해 귀신을 쫒는 사람이다.

최근에는 구마사보다는 퇴마사라는 용어가 더 익숙하다.

퇴마사는 이우혁 작가가 1994년 발표한 환타지소설 ‘퇴마록’에 처음 등장하면서 워낙 인기를 끌어 많은 사람들이 구마사보다는 퇴마사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아무튼 구마사(퇴마사)는 귀신으로 고생하는 빙의 환자를 치료하는 일종의 종교행위다.

‘조선구마사’는 태종과 그의 아들 충녕대군(훗날 세종)이 서역에서 온 악령에 맞서 백성을 구하는 내용의 퓨전 사극이다.

마치 넷플릭스에서 크게 히트한 좀비 사극 ‘킹덤’의 아류작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첫 방송부터 충녕대군이 조선의 기생집에서 악령을 퇴치하러 온 외국인 사제에게 월병과 중국식 만두인 피단과 중국술 등을 대접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에 시청자들이 지나친 역사 왜곡을 담은 ‘동북공정 드라마’라면서 방영 중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 중국의 일부 네티즌들이 김치나 한복을 놓고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는 등 억지 논리를 펴는 와중에 불거진 일이어서 시청자들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 드라마가 시작부터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한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아무리 퓨전 사극을 표방했다 하더라도 역사 인물을 등장시켜 태종이 무고한 백성을 학살하고, 충녕대군이 역관(통역관)에게 무시당하고 사제에게 술을 따르는 등 지나친 왜곡이 난무했다.

‘19세 이상 시청’을 공지한 드라마이긴 하지만 목이 잘려나가고 신체가 절단되는 장면들은 물론 도가 지나친 성적 표현이 넘쳐났다.

좀비 사극을 표방했지만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잔혹한 장면들이 브라운관을 가득 채웠다.

최근 드라마들이 제작비 충당과 수익을 위해 지나치게 중국 시장을 의식한 제작 행태를 보여온 것도 사실이다.

tvN 드라마 ‘여신강림’과 ‘빈센조’에는 중국기업의 과도한 PPL(간접광고) 장면을 노출하여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극중 주인공들이 중국 식품기업이 만든 비빔밥을 시식하는 장면이 여러차례 선보였다.

시청자들은 김치가 중국 고유의 음식이라고 우기는 중국인들에게 비빔밥도 중국 것이라고 우길 수 있는 빌미를 줄만한 간접 광고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오광수 대중문화전문기자.
오광수 대중문화전문기자.

한류 콘텐츠가 중국 및 아시아 국가는 물론 전 세계인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그러나 ‘재미’와 ‘돈’을 위해 우리 고유의 정신을 포기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류를 사랑하는 세계인들이 국적불명의 퓨전 드라마나 영화, K-POP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지극히 한국적인 것, 한국적인 정서가 담긴 작품들에 전 세계인들이 열광해왔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우리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무시한 채 재미와 돈만 쫒는 국내 방송사들의 제작관행, '조선구마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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