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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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지난 번 글 말미에 말했듯이 미국의 CEO들은 다양한 형태로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으며 일을 한다.

2017년 한 기사에 따르면, 투자은행 번스타인이 2016년까지 13년간 아시아와 미국 유럽 등 총 25개 은행의 CEO 연봉을 비교 조사한 결과 미국 지역의 투자은행 CEO들이 다른 지역의 투자은행에 비해 3.26배나 더 많은 연봉을 수령했다.

이처럼 유럽이나 일본의 CEO 임금보다 미국의 CEO 임금이 더 높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져 있다.

국가별 CEO의 연봉 차이도 화제가 되고 있지만 실제로 미국에서 임직원간 연봉차이 때문에 자본주의에 환멸을 느낀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회사 내 연봉 격차가 문제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정책연구소(EPI, Economic Policy Institute)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 미국 상위 350개 기업의 최고책임자 보수는 전년 대비 14% 증가했으며 이들 CEO의 평균 보수는 2130만 달러(252억원)로, 일반 직원들의 평균보수 6만7000달러(7900만원)에 비해 320배나 많았다고 한다.

한편, 국내기업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294개 기업 임직원의 작년 급여를 전수조사해 보니, 2020년 미등기임원과 등기이사의 평균 연봉은 각각 평균 3억5890만원, 8억7010만원으로 직원 평균 연봉 대비 각각 4.4배와 10.7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평등하고 양호한 연봉차이이다.

그럼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과연 CEO는 이만한 연봉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을까?

조금 오래되기는 했지만, 서울대 경제학과 이준구 교수가 2014년에 올린 경제학적인 관점에서의 글을 인용하기로 하자.

그에 따르면, 신고전학파 소득분배이론의 핵심이 바로 한계생산성에 입각한 소득분배이론인데, 각자가 생산과정에 기여한 만큼 연봉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일부 생산직에 있는 직원들은 생산성을 상대적으로 명확히 따질 수는 있지만 사무직, 그리고 CEO의 생산성은 어떻게 정확히 따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또 하나, 주주자본주의의 극대화라는 측면에서 설명을 곁들인다.

주가 극대화가 경영자의 유일한 목표이며,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는지의 여부가 그의 성과를 측정하는 유일한 잣대가 되는데 CEO 재임 기간 동안, 주식 가치가 엄청 커지면 그 중 일부는 자기 몫으로 가져갈 수도 있다는 논리이다.

그 예를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

어떤 CEO가 주가 끌어올리기에 성공해 주식 가치가 10억 달러 더 커졌다고 하면 자신이 경영을 잘해 주주들에게 10억 달러의 이득을 가져다 준 셈인데, 내가 그 중 5% 정도를 가져가도 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 CEO가 가져갈 보수는 5000만 달러라는 금액이다.

이게 과연 CEO가 혼자 일구어낸 것인가라는 합리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또 하나의 중요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과연, CEO는 받은 만큼 일하고 있는가?”

인센티브 업무 효과에 대해 연구한 몇 가지 사례가 있으나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댄 애리얼리의 얘기를 예로 들어보자.

그의 ‘경제 심리학’(원제는 The Upside of irrationality, ‘비합리성의 긍정적인 면’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제목을 확 바꿔놓았다. 부제 역시 ‘경제는 감정으로 움직인다’라고 잡았다)에서는 인도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소개했다.

세 그룹으로 나눠서 첫 번째 그룹에게는 낮은 수준의 보너스 (1일 임금에 해당되는 금액), 두 번째 그룹에게는 중간 수준의 보너스 (2주치 임금에 해당되는 금액), 세 번째 그룹에게는 높은 수준의 보너스 (5개월치 임금에 해당되는 금액)를 제시하였다.

이 금액들은 낮은 수준의 보너스라도 참가자들의 동기를 극대화하기에 충분한 액수였으며 결과는 우리 예상과는 달랐다.

그러한 상황에서 주어진 업무에 대해 그룹별 성과에 대해 분석한 결과, 전체 중 기준 성과를 달성하여 보너스를 타간 사람들의 비중은 낮은 보너스와 중간 보너스를 제시받은 그룹이 높은 보너스를 제시받은 그룹들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런 실험결과를 토대로 높은 보너스는 스트레스를 주어 오히려 업무 성과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댄 애리얼리의 또 다른 실험은 과연 높은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압박받는 상황에서 훨씬 더 일을 잘하느냐에 관한 것이었다.

CEO들을 대상으로 실험할 수는 없으므로 높은 연봉을 받는 NBA 선수들이 압박받는 상황(이를 클러치 타임이라 한다. 경기 종료 5분 전, 5점차 이내 상황을 보통 말하며, 영상을 보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했다)에서 얼마나 많은 득점을 하는지에 관한 연구였다.

확실하게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많은 득점을 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슛을 많이 쐈기 때문이지 효율성이 높은 것은 아니었다.

즉 득점성공률은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나 혹은 낮은 연봉을 받는 선수나 평소 자신의 슛성공률에 회귀할 뿐이지 그 순간에 더 높은 성공률을 나타내지는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위 실험을 통해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높은 보너스는 스트레스로 인해 업무 성과를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는 사실이고 둘째, 높은 연봉을 받는 사람이 위기의 긴박한 순간에 갑자기 일을 더 잘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행동경제학의 결과는 현실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높은 연봉의 CEO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보다 명확한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추가로 댄 애리얼리의 실험에 영감을 받아 국내 KBL 농구선수 대상으로 비슷한 연구를 혼자 한 적이 있다.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역시 우리나라의 고연봉 농구선수들 또한 클러치 타임에 슛 성공률이 오히려 평소보다 떨어졌다.

단, 한 선수만은 예외였다.

DB에서 전자랜드로 이적한 선수이다.

이 선수야말로 유일한 클러치 플레이어였다. 결과가 궁금하신 분은 언제든지 연락주시라.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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