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감축부터 판매 부진까지 '첩첩산중'..."반도체 생산 내재화돼야 풀릴 것"
포드·현대차·GM·테슬라 등 타격..."자동차 전동화까지 겹치면서 물량부족 심화"

제너럴모터스(GM) 미국 스프링힐 자동차 조립공장. [사진=GM]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반도체 부족 사태가 길어지면서 완성차 업계에서 감축생산에 따른 실적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차량 생산을 감축한 포드는 부진한 판매 성적을 피하지 못했고, 제너럴모터스(GM)와 테슬라는 주력 공장의 가동을 멈추며 수습에 나섰다.

업계 안팎에서는 내년 말까지 현 사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반도체 내재화'에 성공한 국가 및 기업만이 지금의 대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내재화란 국가 및 기업이 자체 의지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를 설계 및 생산하는 단계를 가리킨다. 글로벌 소싱을 통한 기존 반도체 수급 체계의 종말을 의미한다. 

◇ 생산 감축·공장 셧다운·판매 부진...車 업계 '삼중고'

반도체 공급망이 무너진 이래 자동차 기업들의 진통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완성차 기업 포드의 지난 8월 미국 현지 판매량은 1309만대로, 지난해 동기보다 33.1% 주저앉았다.

10년 안에 300억달러(약 34조원)를 투자해 차량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부품 부족에 따라 고수익 차량의 생산을 줄이고, 주력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게 영향을 끼쳤다.

포드뿐만이 아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해외 판매에서 각각 전년 동월보다 7.8%, 1.4% 하락한 성적표를 받았다. 원인은 역시 '반도체 부족'으로 지목됐다.

다른 기업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GM은 지난주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8개 공장에 가동중지 조치를 새로 취하거나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랜싱 델타 타운십·스프링힐 공장은 생산 감축에 새로 돌입했다.

전기차 강자 테슬라는 지난달 중국 공장의 가동을 약 4일간 멈추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조치가 취해진 뒤 모델 Y 등 인기 제품에 생산 지연이 발생했다.

일본 도요타는 9월 글로벌 생산 목표를 54만대로 축소했다. 당초 예정했던 생산계획(90만 대)보다 약 40% 줄어든 수준이다.

미국의 리서치회사 AFS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 세계 자동차 공장들은 기존 계획에서 약 730만 대의 자동차·트럭의 생산을 감축한 것으로 추정된다.

포드 디어본 공장. [사진=포드]

◇ 공급대란 터닝 포인트는 '내재화'

업계는 전동화 흐름 속에서 자동차 기업들이 부품 공급 시스템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 지금의 사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대부분 자동차 기업들은 글로벌 소싱(구매거래)을 통해 반도체를 공급받고 있다. 반도체 물량이 한정된 상황 속에서 약속한 수급량보다 더 많은 물량을 공급받기 힘든 이유다.

이 문제는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 흐름이 빨라지게 될 경우 더 심화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5일(현지시간) "자동차의 반도체 의존도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라며 "엔진 관리 칩부터 운전자 보조기능까지 이제 모든 것에 반도체가 쓰이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공급망 병목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글로벌 소싱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핵심은 반도체를 '내재화'하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결국 (반도체를) 얼마만큼 공급받느냐가 핵심"이라며 "반도체 내재화를 통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부품 대란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주요국들은 현 대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도체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은 520억달러(약 60조원)를 반도체 내재화를 위한 연구·제조에 투입할 예정이며, 중국은 2025년까지 정부 지원하에 반도체 자급률 75%를 달성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은 반도체 산업 동맹을 맺어 5~2nm(나노미터) 초미세 공정개발 로드맵을 수립했고, 대만은 자국 내 연구·개발(R&D) 연구시설을 유치하고 있다. 

한국도 미래주력산업에 2조8000억원을 투자해 이중 일부를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시키는 데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미래차·반도체 기업과의 협력도 약속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백악관 화상회의에서 21세기 글로벌 산업을 이끌기 위해 반도체에 공격적인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의는 반도체 부족 사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반도체 수급이 연말을 기점으로 회복세에 진입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각국 및 기업의 내재화가 아직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차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회복세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김필수 교수는 "반도체 대란은 지금의 백신 수급 상황과 같다"라며 "물량이 해소됐다가 부족해지는 현상은 반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생산기업의 한 관계자도 "반도체는 대규모 투자 산업"이라며 "제조사들이 생산 물량을 늘리고 국가가 내재화 작업을 시작한다고 해서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에 완성차 기업에서도 어두운 전망은 계속 나오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모기업 다임러의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은 5일(현지시간) 자동차 행사 'IAA 모빌리티 2021'에서 "반도체 부족의 문제는 내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2023년이 되어야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자동차전문 컨설팅기업 오토포캐스트 솔루션은 반도체 대란이 해결될 때까지 전 세계 차 생산이 최소 850만 대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