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윤구현 기자】 OECD국가의 출산률을 보면 우리나라가 처한 인구위기를 절감하게 된다.

미국 프랑스 스웨덴 호주 등은 1.7명(가임여성 1인당) 이상이다(2018년 기준).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스위스 캐나다 등도 1.5명을 상회한다.

우리나라는 0.98명이다. 가임여성 1인당 2명을 낳아야 인구가 유지되는데 우리는 1인당 1명도 낳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은 요새 경기가 좋아 일자리가 널려 있다고 한다. 젊은이들은 20대 초반에 대학을 나와 곧바로 취직하고 결혼하면서 인생행로를 시작한다.

이에 비해 한국 청년들의 나날은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다. 대학 들어가기도 어렵지만 취직하기는 더 어렵다.

스펙 쌓고 인턴 경험 쌓느라 보통 30은 돼야 사회생활을 시작하는데,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라 내 집 마련은 꿈같은 일이 되고 말았다.

결혼은 자꾸 늦춰지고, 자녀는 1명 낳으면 다행인 정도다. 무자녀 가정을 결심하는 커플이 주변에 흔하다.

취직 문제, 주거 문제 모두 해결이 안 되는 나라가 돼 버린 것이다.

와중에 사람들은 갈수록 수도권으로 몰려든다.

수도권에 좋은 직장이 집중돼 있어 이를 쫒는 전국의 젊은이들이 집중된다.
사무직 남방한계선은 판교, 기술직은 기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자리는 수도권으로 쏠리고, 수도권 집값은 점점 더 오르는 악순환에 빠져 들었다.

우리나라 인구 가운데 수도권 비중은 1970년대 20%대였다가 최근에는 50%대로 높아졌다.

대한민국은 수도권공화국으로 변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이런 판이니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도 수도권 집값은 상승 일변도다.

일부 공급대책들은 주민반대에 부딪혀 시작도 못해보고 무산되기도 한다. 아파트를 지을 빈 땅이 이제는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는 건데,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공급을 늘리면 되겠지만 환경문제 등 역효과가 당장 문제로 떠오른다.

그린벨트를 훼손하면서까지 수도권에 아파트를 계속 짓는 게 국가 전체적으로 과연 옳은 일인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수도권 과밀을 억제한다고 하면서도 한쪽에서는 수도권 진입을 허용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여 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행정수도 건설을 공약한데 이어 공공기관 지방이전, 혁신도시 건설을 추진하면서 수도권 과밀현상을 풀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경기도 파주에 LG디스플레이 공장을 허용했다.

이명박 정부는 수도권 공장 신증설 규제를 많이 풀어줬고, 박근혜 정부는 수도권 규제 대상에서 접경지역을 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국내로 귀환하는 제조기업의 입지 제한을 풀었다.

이런 식으로 슬슬 풀어주다 보니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애초의 취지는 온데 간 데 없어 졌고,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비좁은 수도권에 몰려 살면서 주거문제 교통문제 환경문제가 증폭되는 작금의 지옥도를 그리게 된 것이다.

혁신도시는 흐지부지된 것도 문제지만 후속적인 디테일에서도 큰 허점을 드러냈다. 공기업을 옮기기는 했지만 공공기관이나 공기업과 연관된 기관과 기업들은 여전히 서울에 머물고 있다.

노무현 정부를 계승했다는 문재인 정부는 의당 청와대 세종 이전을 포함해 지역균형 발전에 힘을 썼어야 옳았다고 본다. 세종시 이전은커녕 대통령이 광화문으로 나와 사무를 보겠다는 공약조차 지키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가면서 어떻게 수도권 과밀현상에 따른 국민 고통을 줄이고 국가 전체적으로 골고루 잘 사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인지 한 숨만 나온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청년 표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푼돈이나 쥐어주는 정도다. 언 발에 오줌 누기도 안 된다.

전국 곳곳에 그럴 듯한 직장이 들어서고, 취직한 직장인들에게 적당한 가격의 아파트가 주어지는 큰 그림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게 현실이다.

대학교 지방이전 같은 단골 레파토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수도권 인구가 전국 인구의 절반이상이니 눈치를 보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래서야 개혁이니 공정이니 말할 자격이 있는 건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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