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동위원소의 DNA를 찾아서(3)

모든 과학과 기술에는 동전의 양면성이 있다. 방사선을 얼마나 유용하게 쓰느냐는 순전히 사람들의 몫이다. [사진= American Nuclear Society]
모든 과학과 기술에는 동전의 양면성이 있다. 방사선을 얼마나 유용하게 쓰느냐는 순전히 사람들의 몫이다. [사진= American Nuclear Society]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인류가 개발한 모든 과학기술이 그렇다. 우리에게 편의를 제공하지만 그 이면에는 새로운 문제를 안겨준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요는 어떻게 해(害)를 멀리하고 유용하게 쓰느냐 하는 것에 달려 있다. 이것은 전적으로 사람이 쓰기 나름이다.

모든 과학기술에는 좋고 나쁨의 양면성이 있어

첨단 기술의 총아 방사선도 마찬가지이다. 해를 준다 해서 멀리할 것만은 아니다. 방사선을 빗장 안에 가두어 놓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만 취할 수 있다. 방사선을 소나 말처럼 길들여 보는 일이다. 인류가 만물의 영장으로 진화하게 된 것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인류는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말이나 소, 그리고 코끼리와 같은 동물들이 자신보다 훨씬 힘이 세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들 동물들이 농사나 운송을 위한 다른 유용한 일을 하는데 도와줄 수 있도록 마구(馬具)를 만들어내는 법을 배웠다.

적절한 마구를 씌운다면 방사선도 말을 잘 듣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방사선의 특성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방사선을 잘 살펴보면 붕괴과정에서 유익하게 사용될 수 있는 독특한 특징들이 있다. 몇 가지로 추려보자.

물질을 투과하는 특성이 있다= 방사성 동위원소가 붕괴될 때 방출되는 여러 입자들은 각각 독특한 물질 투과성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어떤 에너지의 전자빔(전자선, electronic beam)을 알루미늄 박판에 겨누고 금속의 반대편의 빔전류 감소치를 측정하면 박판의 두께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이것을 전문용어로는 “감쇠(減衰 attenuation)”라고 부른다. 말뜻 그대로 파동이나 입자가 물질을 통과할 때 일부가 흡수되거나 산란되면서 에너지 또는 입자의 수가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속성으로 인해 방사선은 금속판을 비롯해 종이, 용기(impact can), 예를 들어 알루미늄 캔 등의 두께를 획일적으로 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의료영상에 쓰일 수 있다. 치과의사는 환자의 입 한쪽에 X-선 빔을 조준하고 다른 한쪽에 필름을 댄다. X-선은 잇몸을 관통하여 필름에 노출된다. 치아는 밀도가 커서 X-선이 거의 통과하지 못해 까만 색을 띈다. 만약 충치가 있다면 약간의 X-선이 통과해서 회색을 갖게 된다.

원래 X-선은 폐의 건강, 소위 흉부 X-선을 체크하고 인체의 뼈가 부러진 경우에 많이 사용되어 왔다. 이러한 경우 아주 미량의 방사선이 사람의 몸을 관통한다. 아마 방사선이 인체에 해롭다는 이유로 촬영을 거부하는, 그러한 어리석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감마선을 방출한다= 많은 동위원소들은 방사성 동위원소가 붕괴될 때 종종 다른 입자들과 함께 감마선을 방출한다. 감마선은 큰 물질을 관통할 수 있다. 그래서 액체상태의 화학매체에 감마선을 주입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하면 감마선을 방출하는 동위원소가 파이프나 혈관에 흘러 다닐 때 그 위치를 시간단위로 측정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은 지하수의 이동을 그려내고, 석유산업에서 파이프 누출을 탐지한다. 그리고 인체의 통증을 진단하는데도 사용된다. 이 기법은 의학부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암에 걸렸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다.

표적물질을 다른 동위원소로 변환시킬 수 있다=모르는 물질에 중성자 빔을 쪼이면 그 표적물질을 다른 동위원소로 변환시킬 수 있다. 이 새로운 동위원소가 방사성인 경우에는 그 정체를 나타내는 독특한 방사선 신호를 방출한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면 원래는 몰랐던 표적물질이 과연 무엇인지, 그 정체를 알 수가 있다. 이러한 속성은 일반적으로 범죄수사나 공항에서 오고 가는 수하물의 폭발물 탐지에 사용된다. 9. 11테러사건 이후 이러한 기법은 더욱 강화되었다.

방사선은 농업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해충을 박멸하는데 사용돼 농약 살포를 즐여 환경에 기여한다. [사진=FAO]

세포를 파괴한다= 물론 인체에 해로운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사선의 기능을 다른 곳에 사용하면 이득을 볼 수 있다. 전자빔, X선, 혹은 감마선의 적절한 양을 사용하면 원치 않는 곤충이나 미생물을 죽일 수가 있다. 살충제나 농약보다 훨씬 나은 기법이다. 환경을 보존할 수 있다. 이러한 속성을 이용해 식품살균, 병원장비 살균, 야채의 발아억제, 암세포 파괴 등에 수 없이 사용된다. 식품업계는 유통기한이 긴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려는 소망을 이루는데 방사선의 이러한 속성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반감기를 이용해 물질의 붕괴시간을 알 수 있다=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고고학과 지질학에 있어서 방사선의 기능은 아주 중요하다. 특정 방사선 원소의 반감기를 파악하면, 다시 말해서 특정 원소의 반이 다른 원소로 붕괴되는데 걸리는 시간을 알면 지구, 화석 등 다양한 고고학적, 지질학적 연구대상의 나이를 알 수 있다.

지구 나이가 30억~40억년, 우주의 나이가 200억~300억년이라는 것도 바로 이러한 속성을 이용해 나타난 결과물이다. 비단 이뿐 만이 아니다. 선사시대의 기후변화, 산업화 시대의 온실가스가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이외에도 용도는 무수하게 많다.

발광(發光)은 수없이 많이 쓰이는 재원이다= 방사성 붕괴로 방출된 특별한 입자는 특정표적물질과 상호작용하면 가시광선을 방출한다. 수소의 동위원소 가운데 하나인 삼중수소(T 또는 3H )는 다른 물질과 결합하여 빛을 낸다.

이런 성질을 이용해 공황활주로, 출구안내판에 사용된다. 또한 전기를 사용하면 비경제적인 곳, 그리고 빛이 절대 꺼져서는 안 되는 곳에 사용된다. 그러나 그러한 전기가 우리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생각한다면 방사선의 혜택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가 있다.

핵분열과 핵융합= 우라늄-235, 또는 플로토늄-239 등, 어떤 무거운 동위원소들이 중성자를 흡수하면 핵이 깨지기 쉬운 매운 불안정한 상태로 바뀐다. 그 결과 핵분열 파편 2개, 새 중성자 몇 개, 그리고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는 거대한 양의 전기를 생산하는 핵분열 원자로의 기본적인 과정이다.

중수소나 삼중수소 등 매우 가벼운 동위원소들이 초고온에서 높은 속도로 충돌하면 두 핵이 융합하여 새로운 동위원소를 만들어내고 핵분열 때보다 더 큰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핵융합이라고 하며 태양을 포함한 모든 별의 에너지원이다. 그러나 핵융합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데는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과제들이 남아 있다. 

방사선 이용 사례를 간단히 7가지로 요약했다. 생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그러나 자세하게 설명하려면 수 없이 많다. 소에 코뚜레를 하는 이유는 소를 편히 부리기 위해서다. 방사선에 이와 같은 마구를 씌운다면 우리의 삶을 개선시키는데 수없이 많이 사용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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