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이철형 와인소풍 대표/와인칼럼니스트】 와인 수요가 주요 편의점 4사의 와인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최대 3배 증가했다고 할 정도로 급증했다.

맥주와 소주, 양주 등을 제치고 와인이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문화 중에서도 식음료 문화가 제일 더디게 변화할 것 같은데도 말이다.

모든 새로운 문화는 대부분이 톱다운(top down) 방식과 물결 파동처럼 한점에서 시작해서 동심원을 그리며 확산되어 간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와인이 지금처럼 맥주와 소주 시장을 넘어 대중의 인기를 사는 데까지 짧게는 약 20년, 길게는 주류 수입면허가 민간에게 개방된 연도로부터 보면 30년 이상이 걸린 셈이니 결코 짧다고만 볼 수는 없다.

1987년 말에 88올림픽을 앞두고 주류 수입이 민간에게 처음 개방되었지만 사실상 와인 문화가 제대로 태동하기 시작한 것은 1인당 국민소득이 일만불을 넘어가기 시작한 1995년부터이다.

그것이 1997년말에 IMF를 맞는 바람에 2년여 기간 주춤했다가 2000년부터 그 태동기가 본격화되었다.

어떤 상품이나 문화가 확산되는 데에는 소득수준, 그 상품이나 문화가 주는 이미지, 소비자층의 적극 참여 등의 여건 충족이 필수적인데 와인은 현재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알코올 음료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 일인당 국민소득은 3만 5천불을 넘어가 있으니 일만불에 시작하여 이만불에 꽃피운다는 와인 문화의 소득 기준은 이미 충족하고도 남았다.

소득 수준이 높아진다고 모든 새로운 문화가 수용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일본 문화가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쇠퇴하고 있다는 것은 단순한 반일 감정만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은 과거 일본을 비난하면서도 일본 문화를 모방하려고 했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이니까.

문화는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우아하고 고품격이라는 이미지를 주지 않으면 지속될 수가 없다.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 사람들의 개성은 더 다양화되고 세분화되게 되어 있고 평균 수명 연장에 따라 건강에 대한 관심 역시 고조된다.

우아하면서도 건강한 100세가 목표가 되는 것이다.

이 다양한 개성과 고품격의 이미지와 건강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알코올 음료로는 와인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여성의 사회 진출이 증가하면서 경제력을 가진 여성들이 마실 경우 사회적으로 품위를 유지시켜주면서 여성들의 평균 체질에 맞는 저도주의 요소까지 갖춘 것은 역시 와인 밖에 없다.

소득수준이 올라가고 즐기는 연령의 스펙트럼도 넓고 남녀가 함께 즐기다보면 즐기는 장소나 상황들도 다양하게 되는데 이 때 그 상황과 장소에 따라 거기에 맞는 다양한 용기는 필수적이다.

[사진=originalhousewine.com]
[사진=originalhousewine.com]

이래서 등장한 것이 소용량과 병 이외의 용기이다.

플라스틱 와인 잔 모양의 용기, 플라스틱 항아리 모양의 용기, 비닐 팩 같은 용기, 종이팩 용기, 심지어는 파우치, 캔까지 등장했다.

와인문화가 도입되던 초기에는 750ml 그것도 와인하면 코르크 마개로 막혀 있어야 하고 그것을 멋지게 오픈하여 데일리 와인까지도 디캔팅하여 마시는 의식절차를 거치며 문화 선도자로서의 뿌듯함을 즐기는 듯한 모습도 있었는데 이제는 용기에 신경을 쓰지 않는 실용적인 소비자층이 생겨난 것이다.

특히나 2030의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SNS에 자신의 독특한 취향을 자랑하다 보니 용기의 다양성과 디자인의 참신성이 중요하게 된 것도 이런 새로운 용기들이 등장하여 인기를 끌게 되는데 한몫을 했다.

통상 신문화 보급 초기에는 그 문화의 정형화된 표준 이미지로 시작하게 된다.

정형화된 틀과 격식과 예법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먼저 아는 것 자체가 자랑거리가 될 수도 있고 트렌드 세터라는 자부심도 주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니 와인은 코르크 마개로 되어 있어 반드시 소믈리에 나이프로 폼나게 따서 멋진 소믈리에가 디캔팅까지 해서 와인 잔에 한 손은 뒷짐지고 한 손으로 따라주는 장면을 먼저 떠올리게 되어 있다.

와인을 마실 때도 반드시 스템을 잡아야 한다.

그리고 와인도 종주국의 가장 유명한 고급 명품 와인들부터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즉 소수 특권층만의 전유물이 되고 아무나 즐길 수 없거나 즐기지 않는 기호식품인 것이다.

그러다가 점차 문화가 사회속에 스며들면서 익숙해지게 되고 그 소비자층의 연령층이 확대되면 와인 자체의 인기도나 지명도가 중요하지 않고 소비자 자신의 취향이 중요하다는 사회적 인식과 함께 접근성과 편리성이 중요하게 된다.

즐기는 장소도 집이나 레스토랑에서 야외 피크닉이나 캠핑장으로 확대된다. 그러면서 기호식품이 어느새 생필품 수준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러면 형식보다는 실용이 중시되면서 응용과 편의성이 중요시되는 상황으로 인식이 자연스럽게 바뀌게 마련이다.

[사진=beveragetradenetwork.com]
[사진=beveragetradenetwork.com]

그래서 병와인이 아니더라도 코르크 마개가 아니더라도 와인 잔이 유리잔이 아니더라도 품종별로 잔을 구분하지 않더라도 마실 수만 있으면 좋다는 분위기가 형성이 된다.

이렇게 와인 문화의 보급 단계별로 그 상황에 맞는 와인용기나 와인 마개, 와인을 마시는 도구 등이 달라지게 되는데 지금이 캔 와인 같은 다양한 용기의 와인이 편리한 시대가 된 것이다.

캠핑 문화, 차박 문화를 즐기기 위해서도 병보다는 캔이나 팩와인이 다루기 편리하다는 것도 병 이외의 다양한 용기의 와인 시장이 형성되는데 한 몫을 했다.

홈술과 혼술 문화 역시 다양한 용기의 와인 시장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

혼자서 750ml 한 병을 다 마실 수 없으니 캔이나 파우치 와인의 소용량과 그로 인한 낮은 가격대도 한 몫을 했다.

오프너가 없어도 되고 남은 와인에 대한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는 정신적 편안함까지 준다.

[사진=stacktek.com]
[사진=stacktek.com]

그럼 이렇게 형성된 소용량 캔 와인이나 파우치 와인 등의 다양한 용기의 와인문화는 한 때의 유행으로 그칠까 아니면 더 확산될까?

문화라는 것은 형성되기도 어렵지만 한번 형성되면 불가역적인 경향과 하방 경직성이 있다.

즉 일단 자리잡게 되면 과거로 도로 회귀하거나 일단 좋다는 것을 경험하고 나면 낮은 쪽으로 하향 이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좋은 와인을 마셔보고 나면 질 낮은 와인은 마시지 않게 되는 것이라는 거다.

그리고 와인을 자꾸 마시다 보면 맛과 향이 상대적으로 단순한 기존의 소주 등은 별로 관심이 가지 않게 되기도 한다.

더구나 SNS 시대이다 보니 오히려 새로운 용기나 용기 재질과 디자인이 인기를 끌게 된다.

고급스럽거나 참신한 디자인의 새로운 것을 경험한 내용을 타인들과 공유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 주니까.

그래서 캔이나 파우치 와인은 지속적으로 꾸준히 일정 규모의 시장을 유지하고 커질 것이라고 본다.

아직은 캔과 파우치 와인 시장이 성숙시장이라고 보지 않고 겨우 얼리어답터 단계이거나 갓 벗어난 상태라고 보기에 그렇다. 병와인 시장을 대체할 정도로 커지지는 않겠지만 일정 수준까지는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저가 와인시장에서 홈술이나 혼술, 야외용으로 편리하고 적합하기 때문이다.

캔 와인의 등장과 동시에 375ml, 187ml 등의 소용량 와인시장과 팩와인과 플라스틱 잔 와인 등 용기 재질의 다양화, 잔술 문화 확산에 따른 와인 디스펜서의 보급도 동반되어 잔술 문화로 까지 확산될 것으로 생각한다.

와인바 등에서 병으로 주문하던 소비행태가 잔술로 여러 종류의 다양한 와인을 즐기는 문화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 시대를 경험하면서 비대면의 무인 판매 시대까지 앞당겨지게 되었는데 무인 주류 판매기에 맥주와 함께 캔 와인과 파우치 와인이 진열되는 진풍경도 보게 될 것이다.

이미 일부 사과로 만든 애플 와인들은 함께 진열되어 있기도 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상황과 다양한 장소에서 보다 편리하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다양한 용기의 등장은 그저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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