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최근 들어 예전에 나왔던 책을 ‘리커버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지난 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왔던 책을 다시 디자인해서 판매함으로써 매출을 담보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따라서, 최근 몇몇 대형 출판사들 중심으로 몇 년 지난 베스트셀러들을 리커버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출간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설득의 심리학’이란 책이다.

사회심리학자인 로버트 치알디니의 대표작으로 초판이 나온지도 30년이 더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책이면서 그 책에서 소개된 6가지 불변의 법칙은 여러 학자들이 계속 실험을 통해 검증하고자 할 정도로 영향력 있는 책이다.

행동경제학이 경제학과 심리학이 결합된 학문이기 때문에 치알디니의 6가지 법칙, 즉 상호성의 법칙 (reciprocity), 일관성의 법칙 (consistency), 사회적 증거의 법칙 (Social Proof), 호감의 법칙 (Liking), 희귀성의 법칙 (Scarcity) 역시 대부분 행동경제학에서 소개되는 편향들과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6가지 법칙 중 책에서 가장 먼저 소개되는 법칙이 바로 상호성의 법칙이다.

상호성의 법칙에 따르면 누군가 우리에게 호의를 베풀면 우리도 누군가에게 호의로 갚아야 한다.

이러한 상호성의 법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는데, 첫째, 비교적 작은 호의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갚으려는 마음이 작아진다는 점, 둘째, 호의가 없을 때 그 사람에 대한 호감과 부탁에 대한 승낙은 정비례 관계가 나타나는데 호의를 베풀었을 경우, 호감도와 상관없이 부탁을 승낙하게 된다는 점, 셋째, 내가 원치 않은 호의에도 무언가를 갚고자 하는 부채의식은 남는다는 점, 넷째, 상호성의 법칙은 나를 넘어서 때로는 가족에게까지 전염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이러한 상호성의 법칙은 직원들에 대한 동기부여에도 해당된다.

직원들에게 월급을 통해 동기부여를 하는 행위와 관련하여 몇 가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보다 많은 월급은 보다 많은 성과를 유도할 수 있느냐는 문제이다.

이는 보상의 일종인 인센티브로 책정하는 방법이 아니라 말 그대로 먼저 더 많이 주었을 때 노동자가 어떻게 반응하느냐 하는 상호성의 법칙에 관한 실험이다.

‘레몬시장’과 ‘역선택’으로 유명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애컬로프는 보다 많은 급여가 보다 많은 노동이나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음을 증명하면서 높은 급여와 높은 생산성을 설명하는 것은 보상보다는 상호성의 법칙이라고 주장하였다.

둘째, 그러면 과연 높은 급여만이 높은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보통 급여 인상이나 인센티브는 처음에는 동기부여를 일으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효과가 거의 없어지게 되는 일을 우리는 자주 경험한다.

실제로 내가 컨설팅 업무를 처음 배울 때, 최초 받은 인센티브로 인해 다음 인센티브를 기대하게 되지만 동료들과의 비교, 내가 맡은 프로젝트의 따분함 등으로 인해 동기부여가 사라지게 됨을 경험하였다.

또 사람들은 매년 연봉 협상 시 급여 인상이 예상 범위에 있거나 하면 인상이 특별하기보다는 당연한 일처럼 여길 수도 있다.

그럼 무엇이 필요한가?

감사의 인사로 뜻밖의 선물을 하거나 공적인 인정을 하는 등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비용이 덜 드는 작업을 통해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할 수도 있다.

세바스찬 큐베 등 3인 (Sebastian Kube, Michel André Maréchal and Clemens Puppe)이 2010년에 발표한 ‘The Currency of Reciprocity - Gift-Exchange in the Workplace’를 보면 3그룹으로 나눠서 실험한 결과가 나온다.

학생들에게 어떤 업무를 시킬 때 원래대로 시간당 12유로를 주는 그룹, 일 시키기 전에 깜짝 감사의 표시로 7유로를 추가로 주기로 한 그룹, 7유로 상당의 보온병을 지급하기로 한 그룹 등 세 그룹으로 나눠서 일을 시켰다.

결론적으로 두 번째 깜짝 표시로 7유로를 지급한 업무 생산성이 7유로를 추가로 지급하지 않은 그룹과 같은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7유로에 상당하는 보온병을 받은 그룹의 생산성은 다른 그룹보다 30%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이 사례가 물론 모든 국가, 모든 상황에 다 적용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실험을 한 논문을 발견할 수 있는데 역시 선물 교환이 근로 노력에 대한 영향력은 유효하게 나타났으나 다만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는 결론을 알 수가 있다.

정리하자면 우선, 고용인과 피고용인 간 상호성의 법칙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 즉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이 피고용인의 동기부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과 때로는 금전적인 동기보다 가치로는 유사하지만 형태를 달리한 깜짝 선물이 더 동기부여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작년 프로야구 드래프트에서 화제가 되었던 사례가 있다.

롯데자이언츠로 입단을 할지 메이저리그로 진출할지 결정을 못 내리고 있던 신인 선수에게 롯데자이언츠 단장이 나이키 ‘에어조던 한정판’을 선물하며 선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같은 사람인데 올해 롯데자이언츠의 중심타자가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데 마음을 사로잡는 것에는 실패했나 보다.

어떤 협상과 미담도 들려오지 않고, 흉흉한 소문만 들리는 걸 보니 말이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