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레슬러 조경호는 지난 16일 평택 PWS 스튜디오에서 열린 PWS APEX에서 타이틀 1차 방어에 성공했다.[사진=이무현 기자]

【뉴스퀘스트=이무현 기자】 "나의 화려한 기술과 힘을 보여주지 못한 밥샙과의 경기가 가장 후회된다"

지난 2018년 타계한 ‘슈퍼드래곤’ 이왕표는 생전 선수 생활 중 가장 큰 후회에 대한 물음에 이렇게 말했다. 

이왕표는 40년간 커리어를 유지하며 종횡무진 활약했지만, 밥샙과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한 개인 한을 풀지 못해 끝내 아쉬워했다. 

이렇듯 프로레슬링과 ‘후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프로레슬러 ‘언터쳐블’ 조경호. 그에게 후회는 무엇일까?

조경호는 지난 16일 평택 PWS 스튜디오에서 열린 PWS APEX에서 제이디리를 상대로 타이틀 1차 방어에 성공했다. 

조경호는 마지막까지 이어진 제이디리의 공격을 모두 받아내고, 기습 45도 엑스봄버에 이은 샤이닝 위저드로 승리를 가져갔다. 전성기의 마지막에 걸쳐있는 나이지만 여전히 건재한 기량을 자랑했다.

그리고 이어진 인터뷰에서 조경호는 자신의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그는 ”지난 2013년 일본 단체와의 계약을 거부하고 귀국했다. 국내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싶었고, 한국 프로레슬링을 부흥시키고 싶었다“며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것들이 꼬여갔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나에 대한 비난을 볼 때면 ‘내가 가는 길이 맞나’, ‘누구를 위해 귀국했고, 경기하는 것인가’며 후회했다“고 말했다. 

아쉽게도 조경호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조경호는 지난 2013년 귀국해 시장과 술집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경기했지만, 국내 프로레슬링의 열기는 쉽게 돌아오지 못했다. 

이제 조경호의 나이는 36세. 그를 따라다니던 ‘한국 프로레슬링의 희망’이라는 수식어는 이제 ‘베테랑 레슬러’로 변했고, WWE와 같은 메이저 레슬링 단체에 진출할 가능성도 작아졌다. 

조경호는 “함께 훈련했던 동기들이 하나둘씩 높고 더 큰 무대에 진출할 때마다 ‘나는 한국에서 무엇을 하는 거지?’라며 후회했다“고 전했다. 

 조경호(사진 왼쪽) 제이디리는 사제지간이다.[사진=이무현기자]

그러나 조경호는 더 이상 아쉬워하지 않기로 했다. 후회는 남지만 이제는 웃을 수 있다. 9년간 국내에 돌아와 최선을 다했고, 어느새 그의 뒤를 따르는 15여 명의 제자를 양성했다. 

그는 ”오늘처럼 열심히 경기하는 제자들의 모습을 볼 때면 보상을 받는 기분이다. 과거에는 대회가 끝나면 나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는데, 이제는 제자들의 이름이 골고루 나온다. 한국에서 레슬링 했던 시간이 헛되지 않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조경호의 상대 제이디리는 지난 2012년 조경호의 경기를 보고 꿈을 키워 레슬러가 됐다. 현재 국내 프로레슬러 중 압도적인 기량으로 한국 프로레슬링의 새로운 ‘희망’으로 불린다. 

조경호는 ”국내에서 경기하며 가장 아쉬웠던 점은 좋은 시합을 받쳐줄 선수가 없다는 점이었다“며 ”그런데 오늘은 ‘내가 제이디리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들었다. 제이디리는 여러 부분에서 이미 나를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이디리와는 데뷔전 이후 처음 하는 싱글 매치였고 내 모든 것을 담아 싸우고, 가르쳐주고 싶었다“며 ”경기중 더 때려보라 도발한 이유도 제이디리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모두 끌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조경호는 ”오늘 경기장을 찾아주신 모든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여러분이 있어 한국 프로레슬링과 프로레슬러 조경호가 있을 수 있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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