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동위원소의 DNA를 찾아서(20)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우리들에게 방사능이라는 불쾌감을 넘어 위험하기까지 한 짐을 안겨주는 방사성동위원소가 항만시설을 짓거나 준설작업에 눈부신 역할을 하고 있다면 의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으니 말이다.

항구와 항만은 아무데나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깊은 곳이어야 하면서 또 그 속의 중요한 모래와 자갈의 이동, 그리고 해류의 움직임을 파악해야 한다. 

모래와 자갈 등의 이동을 파악해야

방사성동위원소는 항구와 부두를 짓거나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보수하는데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다. 왜냐하면 방사성동위원소의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인 방사성 추적자 특성이 바로 그러한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기 때문이다.

꼭 부산이나 인천만이 아니다. 우리가 항만시설을 짓는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가장 먼저 할 일이 무엇일까? 우선 입지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위치와 장소를 선정하는 현대식 풍수지리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항구는 적절한 입지 조건을 구비해야 햐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모래와 자갈의 이동이다. 방사선은 그 이동을 파악하고 해류의 이동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사진은 오클랜드 항구의 모습. [사진=wikipedia]

항구를 짓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장소에 파도가 적어야 하며 수심이 깊어야 한다. 또 조수에 의한 간만의 차이도 고려해야 하며 밀물과 썰물 사이를 파악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모래나 자갈들의 이동이 심하면 결코 좋은 장소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내용들은 동위원소의 도움 없이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바다 속의 상황을 육안으로 확인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바다 속의 변화는 우리의 생각을 넘어선다.

한마디로 공사하기가 쉬운 현장이어야 한다. 그리고 지속적인 관리 보수가 용이한 곳이어야 한다. 그러면 이런 문제를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 없을까?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방사성동위원소라는 비장의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먼저 동위원소를 모래나 자갈에 붙여 원하는 지점에 투입한다. 이렇게 되면 다른 모래나 자갈들과 섞여서 다른 모래들이 움직이는 것과 똑 같은 모양으로 이 동위원소가 붙은 모래들도 같이 움직이게 된다.

일정시간이 지나면 상황에 따라 처음 투입한 위치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서, 또는 아주 먼 곳으로 이동된 것을 알 수 있다. 모래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감지기로 추적하면 모래의 이동방향이나 속도, 그리고 양까지 측정할 수 있다.

이런 간단한 방법을 이용해 예전에 우리가 얻기 힘들었던 정보들을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서 쉽게 얻을 수 있다. 비단 부두나 항구와 같은 항만시설만이 아니다. 준설작업에서도 동위원소는 요긴하게 쓰인다.

강이나 하천의 준설작업에도 필요해

예를 들어 한강 가운데서 모래를 퍼 올린다고 생각해 보자. 모래가 많이 쌓이는 것이 있고, 또 적게 쌓이는 곳이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도 항구건설 부지를 물색하는데 사용된 것과 같은 방법을 쓰면 된다.

방사성동위원소를 붙인 모래를 이용하면 모래가 많이 쌓이게 되는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강속의 보이지 않는 모래의 위치를 정확히 판단하여 작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강과 하천의 보수관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 어떤 식으로 추적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구멍 뚫린 자갈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자. 항만시설이나 준설작업과는 별도로 말이다.

자연보호에 관여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해안의 모래나 자갈의 이동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했다.

그들은 자갈에 구멍을 뚫고, 그 속에 바륨(Ba)-140이나 란탄(La)-140을 송진에 버무려선 만든 조그만 알갱이를 채워서 해안가 바다에 던져 놓고, 그것들이 어떻게 이동되는가를 조사해 보는 일이었다.

송진은 바다 속에서도 녹지 않고 동위원소가 자갈 구멍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붙잡아 매기 위해 사용된 것이다. 그리고 동위원소 바륨과 란탄은 감지기를 통해 추적하기가 쉬워 이 방법을 동원했다.

해안의 융기나 침식에 대한 연구에도 기여 

자갈이 어떻게 이동했는지 현장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자갈들 가운데 6%는 2일 후에, 그리고 3%는 3주 후에 처음 상태로 돌아갔다. 그 가운데 일부는 무려 1마일(1.6km) 정도나 이동된 것도 있었다. 바다 속이 이렇게 변화무쌍하다.

과학자들은 이와 같은 추적기술을 통해 해안의 융기나 침식을 연구하는데 가치 있는 지식과 정보를 얻는다. 그리고 얻어진 지식은 실제로 항만시설 건설이나 준설공사를 하는데 요긴하게 쓰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감기가 짧은 동위원소를 이용하면 대기의 순환과 조류의 이동, 특히 기상학자들이 말하는 이른바 남북혼류(南北混流)의 문제도 알아낼 것으로 기대하는 ‘꼬리표 달기’와 그것을 이용하는 추적기술은 여러 연구분야에서 그 용도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한편 비슷한 방법으로 유속(流速)을 측정할 수가 있다. 유속을 측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 가장 간편하게 유속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측정법이다.

바닷속의 흐름은 쉽게 관찰할 수 없다. 방사선을 이용하면 해류의 이동을 파악할 수 있다. [사진= wikipedia]

유속도 측정이 가능해

먼저 유체가 흐르는 관에 방사성동위원소를 소량 주입한다. 그렇게 되면 방사성동위원소가 유체와 함께 관을 따라 흐르게 된다. 이 때 미리 관의 양쪽에 동위원소를 측정할 수 있는 감지기를 설치해 둔다.

그렇게 되면 동위원소가 지나갈 때 먼저 앞에 있는 감지기에 감지가 되고, 그 후에는 유체가 다음 감지기에 도착하게 되면 다음 감지기에 감지가 될 것이다.

이 때 앞의 감지기와 아래의 감지기에서 감지되는 사이의 시간의 차이를 구하면 유체의 평균 속도를 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측정기에서와 같이 우선 직선의 파이프에 방사선을 측정할 수 있는 감지기를 5m 간격으로 설치를 했다. 그리고 이 파이프에 유체가 흐르도록 했다. 이 때 방사성 동위원소를 파이프를 따라 흘려주었다.

이렇게 실험을 했더니 첫 번째 감지기에 감지된 지 5초 후에 두 번째 감지기에서 신호가 왔다. 그렇다면 이 파이프에 흐르고 있는 유체의 속도는 간단한 공식인 속력=거리/시간을 적용하면 5m/5s(초)=1(m/s)가 된다.

따라서 이 유체는 1m/s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방법을 쓰면 다른 방법들에 비해서 순간순간의 정확한 유속은 측정할 수 없겠지만 아주 간단하게 평균 유속을 구할 수 있다. 이 방법은 하천의 유속 측정에 이용될 수 있다.

어쨌든 마구(馬具)를 사용하여 말을 지금의 자가용처럼 마음대로 움직이도록 하듯이, 코뚜레를 사용하여 소를 마음대로 부리듯이 그 열쇠는 우리 인간에게 있다. 과학기술 또한 마찬 가지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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