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의 주말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1998년, 시대에게 꿈을 빼앗긴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 청량 청춘드라마다.[사진=방송화면 캡쳐]

【뉴스퀘스트=오광수 대중문화 전문기자 】 “넌 왜 나를 응원해? 우리 엄마도 응원하지 않는데.”(나희도)“기대하게 만들어서. 그래서 자꾸 욕심이 나.”(백이진)

새봄을 앞둔 안방극장에 방영날짜를 손꼽아 기다리게 하는 드라마가 있다.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바로 ‘기대하게 만드는’ 드라마다.

극중에서 풋풋하게 사랑을 엮어가는 나희도(김태리)와 백이진(남주혁)이 극 중에서 나누는 대화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심쿵’하게 한다.

아직 극 초반이지만 10% 안팎의 시청률을 넘나드는 드라마로 자리 잡았다. 넷플릭스와 티빙에서도 서비스되면서 안방극장 시청자들을 화면 앞으로 불러모은다.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은 IMF 때문에 온 나라가 힘들었던 1998년이다. 당시 18살 여고생 나희도와 22살 청년 백이진이 주인공이다. 지금은 마흔 살에 접어들었을 주인공들의 청춘 기록은 아프지만 아름답다.

이야기는 아버지의 부도로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청년 백이진과 국가대표 펜싱선수를 꿈꾸는 펜싱부 여고생 나희도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드라마 속 청춘들은 PC통신으로 답답한 마음을 달래면서 소통하고, 만화 '풀하우스'를 빌리러 대여점으로 뛰어간다.

IMF를 맞은 시만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금 모으기 운동을 펼친다. 두 주인공은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면서 마치 물이 스며들 듯 서서히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 사랑을 쌓아간다.

무엇보다도 이 드라마의 매력은 신예작가가 펼쳐 보이는 톡톡 튀는 대사에 있다.

권도은 작가는 어디를 봐도 미운 구석이 없는 캐릭터들을 곳곳에 배치하여 드라마의 재미와 감동을 살린다.

IMF로 펜싱부 해체를 통보하는 지도 교사가 “시대가 너희들을 버렸다”라고 얘기하는가 하면, JMF로 펜싱을 그만둔 학생 때문에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가게 된 주인공에게 “시대가 너를 살렸다”고 얘기한다.

재벌급 회사의 장남으로 빨간색 스포츠카를 몰던 주인공 백이진이 아버지의 부도로 어려움에 부닥쳤지만 비뚤어지지 않고 꿋꿋하게 현실을 헤쳐나간다.

그는 면접시험장에 가서 “제가 믿는 건 지구의 중력 뿐”이라고 답해서 낙방하지만 결코 좌절하거나 세상을 저주하지 않는다.

여주인공 김태리는 서른이 다 돼가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고생 역을 맡아 전혀 낯설지 않게 소화한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긍정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캐릭터로 극의 분위기를 주도한다.

펜싱선수로서 슬럼프에 빠져 매번 지면서도 “비극을 희극으로 바꾸면 마음이 나아지거든”이라고 얘기하는 희도는 긍정의 아이콘이다.

어느 시대나 청춘의 삶은 녹록지 않지만,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걸 가르쳐주는 드라마다.

조연들의 활약도 눈길을 끈다. 건들거리는 말투를 가진 시니컬한 캐릭터의 양찬미(김혜은) 펜싱부 코치는 가능성 있는 제자를 발굴하여, 권위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조련해 내는 능력의 소유자다. 말투 하나 동작 하나가 극의 조미료 역할을 하면서 재미를 더한다.

시청자들이 로맨스에 빠져드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어려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이 시대에 IMF라는 터널을 어렵게 지나는 스토리에 매력을 느끼는 게 아닐까?

비타민 같은 청춘들의 사랑 얘기에 열광하면서 삭막한 현실을 잊고 싶은지도 모른다.

다행스러게도 울고 불고, 질질 짜는 사랑이 아니라 긍정과 소통이 넘치는 사랑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봄이 오면 우리의 현실도 희망으로 넘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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