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성주 봉정리 은행나무는 이 나무에서 떨어져도 다친 사람이 없다는 전설을 가진 신령스러운 당산목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성주 봉정리 은행나무는 성주군 초전면 봉정리 864번지, 봉정1리 무징이 마을 작은 네거리에 서 있다.

‘무징이’라는 명칭은 이 마을 안에 냉천(冷泉)과 큰 정자나무가 있어 수정(水亭)이라 했는데 이 수정의 한글 표기가 무징이라고 한다.

‘물정’에서 ‘ㄹ’이 탈락하고 모음변이가 일어난 결과다.

'성주군지'에는 고려 인종(1122~1146년)이나 희종(1204~1211년) 무렵부터 자라온 나무로 추정하는데 수령 700년, 나무 높이 17m, 가슴높이 둘레 6m인 거대한 은행나무이다.

고려 말 당시에는 주변 봉두산 기슭에 운산리라는 나씨(羅氏) 집성촌이 있었다.

나씨들이 말을 타고 오다가 이 봉정리(鳳亭里) 마을 앞에 있는 하마비(下馬碑)에서 내린 뒤에 이 은행나무에 말을 매었으니, 이른바 마주목(馬柱木)이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성주 봉정리 은행나무는 해마다 마을사람들이 동제를 모시던 당산목이다.

몽고의 침입 때에도 이 자리에 있었고 임진왜란, 정유재란, 병자호란도 겪었으며, 동학농민혁명과 한국전쟁 등을 모두 지켜본 실로 오래된 영험수이자 역사의 산증인이다.

수십 년 전에는 밑둥치에 커다란 구멍이 나 있어 동네 어린이들이 그 구멍 속에서 놀기도 했지만, 뿌리가 100m도 넘게 뻗쳐 있어 물과 영양분을 빨아들이는 데 조금도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이 엄청난 노거수가 나날이 왕성한 생명력을 과시하더니 어느새 둥치의 구멍이 저절로 메워졌으니 주민들은 그저 신기할 뿐이라고 했다.

오른쪽 가지는 부러져 아래로 축 처져 있다가 결국 잘렸으며, 밑둥치에 구멍이 있던 흔적이 남아 있다.  

은행나무는 본래 암나무와 수나무가 마주 보고 있어야만 열매를 맺는다.

하지만 이 은행나무는 가까운 곳에 다른 수나무가 없는데도 해마다 가을이면 20가마니 이상의 은행을 동네 사람들에게 선물로 내려준다.

이 은행나무의 열매를 팔아 지금도 마을 기금으로 쓴다고 한다.

몇 년 전에는 은행이 너무 많이 달리는 바람에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큰 가지 하나가 부러졌는데, 그 가지에서 딴 은행만 해도 세 가마니가 넘었다고 한다.

예로부터 이 은행나무에는 더 신령스럽고 영험한 이야기가 전해져온다.

이 은행나무에 올라갔다가 실수로 떨어져도 희한하게 그 누구 하나 다친 사람이 없다고 한다.

더군다나 오래된 가지가 부러질 때도 미리 ‘찍찍’ 이상한 소리를 내어 은행나무 아래에 있던 사람들이 다치지 않고 피할 시간을 주었다고 한다.

성주 봉정리 은행나무는 실로 오랫동안 마을주민들과 함께한 당산목으로 그늘 쉼터도 주고, 은행도 주고, 끝까지 사람을 살리는 은행나무였다.

한편 성주 봉정리 은행나무와 그리 멀지 않은 성주군 월항면 인촌리 선석산에 그 유명한 세종대왕자 태실(世宗大王子胎室)이 있다.

조선전기 제4대 세종의 왕자 19명의 태를 봉안한 곳으로 대한민국 사적 제444호로 지정되었다.

선석산 아래 태봉(胎峰) 정상에 있으며, 세종의 적서(嫡庶) 18왕자와 세손 단종의 태실 등 19기가 군집을 이루고 있다.

구체적인 기록은 없지만 봉정리의 하마비(下馬碑)와 은행나무와도 깊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성주 봉정리 은행나무>

·보호수 지정 번호 11-3-44
·보호수 지정 일자 1982. 10. 26.
·나무 종류 은행나무
·나이 700년
·나무 높이 17m
·둘레 5.9m
·소재지 성주군 초전면 봉정리 864
·위도 35.999484, 경도 128.26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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