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성주 신계리 만귀정 소나무는 조선 유림의 문장가인 응와 이원조의 혼이 깃든 소나무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신계리 만귀정 소나무는 성주군 가천면 신계리 70, 포천계곡 만귀정(晩歸亭)에 있는 수령 400년의 노거수이다.

만귀정은 성산인(星山人) 응와(凝窩) 이원조(李源祚:1792~1871)가 1851년(철종 2) 만년에 귀향하여 후학을 양성하고 독서와 자연을 벗 삼아 여생을 보내던 곳이다.

가야산 북쪽의 풍광 좋은 포천구곡(布川九曲)에서도 끝자락인 제9곡 홍개동(洪開洞)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신계리 만귀정 소나무는 계곡 옆 만산일폭루(萬山一瀑樓)라는 작은 누각 옆에 비스듬히 서 있다.

나무 높이 13m, 가슴높이 둘레 3.1m 정도로 여전히 강건하다.

만산일폭루는 ‘일만 산의 물이 하나의 폭포로 내려온다’는 뜻인데, ‘일만 가지 사물의 다른 형상이 원리는 하나’라는 만수리일(萬殊理一)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이 소나무 또한 있는 그대로 만수리일과 만수일폭루의 형상을 하고 있으니, 응와 이원조의 정신과 혼이 깃든 노거수 소나무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이원조의 본관은 성산(星山)이며 자는 주현(周賢), 호는 응와(凝窩)라 하였고, 시호는 정헌(定憲)이다.

그는 입재(立齋) 정종로(鄭宗魯)의 제자로 1809년(순조 9) 증광문과에 을과로 급제한 뒤 여러 관직을 역임하였다.

대사간을 거쳐 공조판서, 판의금부사에 이르렀으며, 당시에 유학과 문장에 있어 유림의 으뜸으로 추앙받았으며, 지방관으로서도 많은 치적을 올렸다.

그는 과거급제 후 40여 년 동안 관직 생활에 몸담은 바람에 학문과 후학양성의 뜻을 제대로 펴지 못하다가 만년에 귀향하여 만귀정을 세운 뒤 그 뜻을 이루게 되었다.

이원조의 시 '복정기어신촌(卜亭基於新村傍)'을 감상해 보면 만귀정을 앉힌 본뜻과 그 아름다운 풍광을 잘 느껴 볼 수 있다.

아령산 외지고 좁은 터 대숲 마을 깊은 곳에(牙田欠窄竹村深)
갈곡의 시내가 앞으로 흘러 만년에야 마음에 쾌한 곳 얻었다네(葛谷前溪晩愜心)
삼면의 암석 사이에 쌍폭포 나뉘어 흐르고(雙瀑分流三面石)
사방이 산으로 빙 두른 곳에 하나의 작은 산 숲을 끼고 있네(四山環擁一邱林)
하늘이 천년의 긴 세월동안 아끼고 비장해 둔 곳이라고 말하지 말게(莫言慳秘千年久)
예부터 지금껏 십 년을 경영하여 얻은 곳이라네(自是經營十載今)
반드시 금강산에 가서 놀고 싶던 빚은 다 풀었고(好去金剛遊債了)
이제는 돌아와 흐르는 물 떠가는 구름 가에 한가로이 누웠다네(歸來閒卧水雲潯)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만귀정은 2004년 3월 11일 경상북도의 문화재자료 제462호로 지정되었다.

계곡변의 경사지에 정면 4칸, 측면 1칸 반 규모의 북동향 만귀정과 평삼문이 안마당을 사이에 두고 이자형(二字形)으로 놓여 있다.

앞마당 자연석 위에는 한주 이진상이 세웠다는 흥학창선비(興學倡善碑)가 세워져 있다.

이원조의 학문 진흥에 대한 의지를 담고 있는데, 석비(石碑)가 아니라 좀체 보기 힘든 철로 만든 비석(鐵碑)이다.

응와 이원조가 명명하였다는 ‘포천구곡’은 “제1곡에서 제9곡까지 구도 과정에서의 온갖 어려움을 암시하며, 어렴풋이 나아갈 방향을 찾아 마침내 ‘도(道)의 세계가 넓게 열린 곳’인 홍개동(洪開洞)에 도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9곡 홍개동을 이렇게 노래했다.

아홉 구비 홍개동 한 하늘이 열렸네(九曲洪開洞廓然)
백 년을 아껴둔 이 산천일세(百年慳秘此山川)
새로이 정자 지어 몸을 누이니(新亭占得安身界)
속세가 아니라 별천지로세(不是人間別有天)

<성주 신계리 만귀정 소나무>

·보호수 지정 번호 10-18-02
·보호수 지정 일자 2010. 11. 22.
·나무 종류 소나무
·나이 400년
·나무 높이 13m
·둘레 3.1m
·소재지 성주군 가천면 신계리 70
·위도 35.850975, 경도 128.108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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