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사상 최악으로 치달았던 한일 관계가 서서히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보낸 친서에서 양국 관계의 복원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서부터다. 

정진석 국회 부의장(한일 정책협의대표단 단장)은 지난 26일 윤 당선인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김대중-오부치 두 정상 간 합의, 즉 과거사를 직시하면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해나가자는 두 정상의 합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자는 것이 윤 당선인의 새 한일관계에 대한 정리된 입장"이라며 "친서에 이런 취지의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같은 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표단 여러분과의 대화를 포함해 한국 새 정부의 입장을 잘 확인한 후에 일한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토대로 윤 차기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새 정권과 긴밀한 의사소통을 꾀하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대표단 파견으로 일부에서는 윤 당선인의 취임식에 기시다 총리가 직접 방문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우리 대표단은 "취임식 관례에 따라 일본이 결정할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내 언론도 한국의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양국의 관계 개선이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8일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정상이 보인 결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기시다 총리가 윤 당선인의 친서를 전달한 정책협의단을 만나 쌍방이 상대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목소리를 냈다"며 "정치 지도자가 앞장서 이웃 나라와의 관계를 복원하려는 움직임이다. (한일관계 악화의) 긴 터널을 탈출하는 첫발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도쿄신문도 이날  "동아시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일 협력 강화는 중대한 과제"라며 "한일 양국은 관계 개선을 향해 첫발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또한 동아시아 안전보장 문제 전문가인 일본 간다외국어대학의 사카타 야스요 교수는 블룸버그에 "윤 정권하에서는 관계 회복으로 향하는 길이 보인다"며 "문 정권 시기보다 코드가 맞는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난 5년간 꽁꽁 얼어붙었던 한일 관계의 개선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여러 분야에서의 교류 확대 분위기가 확인되고 있다.

실제로 여러 기업들이 일본 내 마케팅 활동을 재개하면서 그 동안 중단됐던 시장 공략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중단됐던 한일 간 무비자 입국도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일본 대형마트에 진열된 하이트진로 상품.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일본 대형마트에 진열된 하이트진로 상품.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우선 일본 소주시장 점유율 1위까지 올랐던 하이트진로는 최근 새 TV 광고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재개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에 대한 소주 수출액은 전년 대비 약 27% 증가했다"며 "일본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국 소주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앞으로 다양한 마케팅 활동과 영업력 확대로 일본 시장 내 주류 트렌드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 기반 패션업체 무신사도 지난해 일본 법인 '무신사 재팬'을 설립한 데 이어패션플랫폼 디홀릭커머스 인수를 통해 일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가간 관계, 특히 한일관계는 양국 정권의 성향이나 이념적 지향성이 큰 영향을 미친다"며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기로 훈풍이 불었던 24년 전처럼 양국 관계에 새로운 르네상스가 도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문재인 정권하에서 냉각됐던 한일관계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 2020년 3월 이후 중단된 한일 양국 국민의 무비자 입국 재개 가능성도 나온다.

일본을 방문했던 정책협의단은 기시다 총리 등 당국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비자 입국 재개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정부 측에서 김포-하네다 항공 노선이 6월 1일부터 가능할지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김포-하네다 노선의 재개를 기점으로 일본 정부의 시설 격리국 해제까지 이어지면 3개월 무비자 협정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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