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중국의 내연기관 자동차 기술은 속된 말로 허접하기 이를 데 없다. 중국 자동차가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 이외에는 메리트가 그다지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떨어지지 않는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하지만 전기 자동차 관련 기술이 화두가 된다면 얘기가 확 달라진다. 상당한 경쟁력이 있다고 단언해도 괜찮다. 자동차와 크게 관련이 없는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까지 최근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현실을 보면 진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전기 자동차 시장이 향후 이전투구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지난해 4월 상하이 모토쇼에 모습을 나타낸 지커의 ‘지커 001’. 프리미엄 전기 자동차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제공=신징바오(新京報).

그러나 아무리 이전투구의 어지러운 상황이라고 해도 절대적 강자들은 있기 마련이다. 소위 전기 자동차 3대장으로 불리는 웨이라이(蔚來), 샤오펑(小鵬), 리샹(理想) 등이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이들을 바짝 추격하면서 언제든지 전세를 역전시키겠다고 단단히 벼르는 다크호스들도 존재한다.

이들 중 최근 가장 주목되는 업체는 아마 지커(ZEEKR. 極氪)가 아닐까 싶다. 최근 성장가도를 달리면서 독주하는 모습이 웨이라이를 필두로 하는 3대장의 과거 기세를 연상케 한다. 후룬(胡润) 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21년 글로벌 유니콘’ 중국 내 순위에서 18위를 차지한 것은 절대 괜한 게 아닌 것이다.

지커는 중국 내 전기 자동차 시장의 절대 강자가 되겠다는 야심과는 달리 경력은 일천하다. 2021년 3월에 지리(吉利)자동차와 모회사인 지리홀딩스가 합작해 만들었다. 완전 뉴페이스 고급 전기차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지분은 양자가 각각 51%와 49%를 보유하고 있다. 설립 당시에도 스마트 전기차 관련 첨단 기술의 연구,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분명히 밝히면서 향후 행보가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주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출범 한 달 후인 2021년 4월 지커는 상하이(上海) 모토쇼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체 첫 모델인 ‘지커 001(제로 제로 원)’으로 시장에 공식 데뷔한 것이다. 이어 10월 19일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했다. 나흘 뒤인 23일에는 생산 라인에서 첫 스마트카도 출고했다.

현재까지의 누적 생산 실적도 놀랍기만 하다. 2021년 말 6000대를 기록하는가 싶더니 올해 1월에는 1만대 실적을 올리면서 상반기 3만대 생산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빠르면 올해 내에 7만대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커는 당연히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장기적으로 확고한 목표도 정해놓고 있다. 우선 2025년까지 7종의 모델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소박하게 세워놓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이때 지커는 65만대 판매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글로벌 프리미엄 전기 자동차 시장 점유율 빅3가 된다는 목표도 이룰 가능성이 높다.

저장성 닝보에 소재한 지커의 공장. 최신 설비를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제공=신징바오.

이처럼 출범 1년 남짓한 지커가 쾌속 성장하는 이유는 역시 모기업인 지리자동차의 야심과 관련이 있다고 해야 한다. 진짜 그런지는 지리자동차가 지난 2015년에 선언한 이른바 ‘블루 지리 프로젝트’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는 향후 5년 내에 신에너지 자동차 판매량 비중을 90%까지 늘린다는 내용으로 결과적으로 지커의 출범으로 이어졌다.

지리자동차와 지리홀딩스의 지원 하에 다진 탄탄한 기술력과 자금력 역시 거론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베이징의 자동차 산업 전문가인 추이커완(崔克萬) 씨의 설명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전기 자동차 시장의 진입 장벽은 높지 않다. 내연 기관 시장의 진입 장벽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우연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술력과 자금력을 겸비하지 않으면 바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지커는 바로 이 부문에서 모기업으로부터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다.”

이외에 지리자동차가 약 200억 위안(元. 3조8800억 원)을 투자해 5년 동안 연구개발한 모듈형 전기 자동차 플랫폼인 SEA(Sustainable Experience Architecture)의 존재 역시 이유로 부족함이 없다. 지커의 제품 설계 및 생산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단언해도 좋다.

지커가 ‘지커 001’을 회사 설립 후 고작 7개월 만에 생산 가능했던 것도 바로 이 SEA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야 한다. 참고로 테슬라는 회사 설립 후 첫 차 생산까지 무려 9년이 걸린 바 있다.

중국 내 다른 업체들과는 달리 자체 전용 공장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게다가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의 항저우(杭州)만 신구에 소재한 이 공장은 지능형 공장으로 연간 최대 생산량이 무려 30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기세로 볼 때 지커의 목표는 2025년 이전에 초과 달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야 한다. 이 경우 지커의 기업 가치는 지금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급등할 수밖에 없다. 시장 일부에서는 현재의 전기 자동차 3대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소한 3000억 위안 규모의 회사로 우뚝 설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앞으로는 모기업을 먹여 살릴 수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장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당분간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미중 관계로 볼 때 최종 목적지는 미국 나스닥보다는 상하이(上海)나 선전(深圳) 거래소가 될 것이 확실하다. 만약 예상이 현실이 된다면 엔젤 투자자들도 줄을 설 수밖에 없다. 지금도 투자를 하지 못해 안달인 큰 손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볼 때 이 단정은 크게 틀리지 않는다.

지난해 8월 인텔 캐피탈(Intel Capital)을 비롯해 배터리 업계의 절대 강자 ‘닝더스다이(寧德時代. CATL)’, 중국판 유튜브 비리비리(嗶哩嗶哩), 케세이 포춘 그룹(Cathay Fortune Corp), 장쩌민(江澤民) 전 총서기 겸 국가주석 가족이 운영하는 보위(博裕)캐피탈 등이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총액 5억 달러를 공동 투자한 사실만 봐도 분명 그렇다고 해야 한다.

말할 것도 없이 지커가 앞으로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향후 시장의 경쟁이 진짜 이전투구라는 말이 과언이 아닐 만큼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당장 스마트폰의 절대 강자 샤오미(小米),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滴滴出行) 등의 빅테크들까지 시장에 적극 진출하는 현실까지 상기할 경우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지커가 글로벌 시장까지 노리는 전기 자동차 업계의 진정한 뉴페이스로 우뚝 서기 위해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무엇인지는 분명해진다고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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