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2021년 중국인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약 1만2000 달러에 근접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14억 명의 인구가 배불리 먹고 사는 문제만큼은 해결했다고 해도 좋다. 이 정도 되면 다음에 신경 쓰는 것은 생활의 질과 바로 연결되는 건강이 될 수밖에 없다. 먹거리의 수준에 신경을 쓰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이 된다. 특히 마시는 음료와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지 않을까 싶다.

현실적으로 봐도 중국이 그렇다는 사실은 분명하게 확인되고 있다. 수년 전부터 거세게 불어대던 건강 음료 열풍이 최근에는 거의 트렌드가 되고 있는 느낌이 없지 않은 것이다. 굳이 다른 사례를 살펴 볼 필요도 없다. 설립된 지 고작 6년밖에 안 된 위안치썬린(元氣森林)이라는 스파클링 음료 회사가 최근 무가당 탄산수 시장을 거의 평정해가고 있는 사실 하나만 봐도 좋다.

위안치썬린의 탄산수 광고. 일본 분위기가 물씬 난다. 제품의 신뢰도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없지 않으나 경쟁력을 저해하는 리스크로도 꼽히고 있다.[사진=징지르바오(經濟日報)]

코카콜라와 곧잘 비교되면서 ‘착한 콜라’ 업체로 불리는 위안치썬린이 이처럼 짧은 시간에 돌풍의 주역이 되고 있는 것은 역시 입맛이 고급화된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수요를 잘 포착한 탓이라고 해야 한다. 이는 출범 초기부터 ‘무설탕, 무지방, 0칼로리’ 개념의 탄산수를 생산하겠다는 초심을 지금까지 잃지 않은 채 견지하는 자세에서 무엇보다 잘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20대 중반의 베이징 직장인인 비민슈(畢敏秀) 씨는 “탄산수는 건강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흔히 한다. 실제로도 그렇지 않다고 하기 어렵다. 그러나 위안치썬린은 진짜 다른 것 같다. 설탕 대신 다른 건강한 첨가물을 통해 단맛을 구현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 주변에는 살이 찌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탄산음료를 마시지 않는 지인들이 많으나 위안치썬린 제품만은 예외라고 할 수 있다. 아무 걱정 없이 많이들 마신다.”면서 위안치썬린이 시장에 돌풍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위안치썬린은 탄산수 이외에도 란차(燃茶), 루차(乳茶), 밀크티 등의 다양한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고 있다. 또 평균 3개월마다 신제품을 출시하는 원칙을 계속 지키면서 건강에 특히 민감한 MZ 세대의 폭발적인 인기도 얻고 있다.

당연히 매출액이 동종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2021년의 경우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150% 늘어난 75억 위안(元. 1조462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올해는 가볍게 100억 위안을 가볍게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MZ 세대의 폭발적 성원을 감안할 경우 150억 위안 돌파가 가능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안치썬린이 2021년 ‘글로벌 유니콘’ 순위에 랭크된 중국 유니콘 301개 중 9위를 기록한 것은 분명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한다.

2022년 2월 개막한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이런 위안치썬린에게 완전히 날개까지 달아주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구아이링(谷愛凌)을 비롯해 쑤이밍(蘇翼鳴), 쉬멍타오(徐夢桃)를 비롯한 중국 금메달리스트들이 위안치썬린 제품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세계적 브랜드의 위상까지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 올림픽 폐막 이후 위안치썬린 제품의 해외 수출은 평소의 5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위안치썬린의 성공 요인은 말할 것도 없이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쌓아온 건강 음료라는 이미지 구축이 결정적이었다고 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요인들도 없지 않았다. 우선 더우인(抖音)과 샤오훙수(小紅書)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마케팅 노력을 꼽을 수 있다. 다이어트와 체중 감량, 칼로리, 열량 등에 유독 민감한 여성들을 아예 대놓고 겨냥했으니 성공을 하지 못했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외에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제작 지원이나 협찬 제공을 통해 대중에게 인지도를 높인 전략 역시 먹혀들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의 무가당 탄산수 시장은 대략 120억 위안 규모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망은 더 좋다. 2025년 경에는 두 배 이상 늘어난 250억 위안 규모가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업계의 압도적 선두인 만큼 위안치썬린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위안치썬린의 무가당 탄산수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비율이 무려 82.1%에 이르는 사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상장이 될 경우 기업가치가 최소한 200억 위안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이로 보면 절대 괜한 게 아니다.

말할 것도 없이 위안치썬린이 극복해야 할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급속하게 커지는 것을 보고 뛰어든 경쟁업체들의 존재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코카콜라와 와하하(娃哈哈), 눙푸산취안(農夫山泉)과 같은 거물 기업들의 저력이 아무래도 앞으로는 부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제품군들이 마치 일본 것들을 베끼지 않았나 하는 의혹에서도 하루빨리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겐키(元氣)라는 일본어를 그대로 제품명에 사용하는 것 역시 앞으로는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당연히 위안치썬린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있다. 단순한 업계 1위가 아닌 압도적 강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부단히 기울이고 있다. 우선 생수 시장 진출을 통해 와하하, 눙푸산취안 등과 진검승부를 겨뤄보려는 행보를 꼽을 수 있다. 계획대로라면 수년 내에 업계 5위권 내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쓰촨성 청두(成都) 소재의 위안치썬린 공장 전경. 1년에 12억 병의스파클링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사진=징지르바오]

쓰촨(四川), 안후이(安徽), 장쑤(江蘇)성 등에 건설한 자체 공장들을 계속 확충하는 행보 역시 주목해야 한다. 대체로 중국의 음료 기업들은 위탁(파운드리) 모델 채택을 통해 제품 생산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이 모델은 공장 건설에 들어가는 막대한 자금을 절약한다는 점에서는 상당한 이점이 있다.

그러나 공급업체가 제때 공급량을 조달하지 못할 경우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위안치썬린 역시 수차례 이 문제로 판매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2019년부터 자체 공장을 지은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앞으로 엔젤 투자자들로부터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할 경우 공장이 현재의 5개에서 10개 가까이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무가당 탄산수를 비롯한 건강 음료 생산량은 1년 최대 100억 병까지 늘어날 수 있다.

자체 제품 외에 여러 기업들과 MZ 세대를 겨냥한 신상품을 기획하는 프로그램 역시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전통주 브랜드인 진펑(金峰)포도주 등과의 협업을 통해 60종의 밀키트 상품을 내놓은 것이 아마도 이 케이스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위안치썬린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R&D 투자와 디지털 혁신 등을 통해 업계의 압도적 공룡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에서 사상 최초로 기업가치 500억 위안대의 업체가 나타나면 주인공은 위안치썬린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도는 것은 다 까닭이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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