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단체 회원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기자회견 중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방류에 반대하는 깃발을 흔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 시민단체 회원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기자회견 중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방류에 반대하는 깃발을 흔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잼버리 사태 당시 나왔던 내용 중의 하나가 대통령실에서 ‘컨틴전시 플랜’을 세웠다는 얘기였다.

컨틴전시 플랜은 보통 컨설팅 업계에서 많이 사용하는 말로 위험관리(risk management)의 일환으로 사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 말을 꺼낸 이유는 시기상 그 용어를 사용하는 게 적절한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어서이다.

컨틴전시 플랜은 비상계획, 혹은 플랜 B라는 말로도 쓰이기도 하는데, 사실 이 용어는 미래에 일어날 일들, 그리고 불확실성, 경우의 수 등이라는 말과 연관성이 깊다.

케임브리지 영어사전에서 정의하는 컨틴전시 (Contingency)의 의미는 “something that might possibly happen in the future, usually causing problems or making further arrangements necessary”로 미래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을 의미한다.

자, 그렇다면 컨틴전시 플랜은 무엇인가?

미래의 문제나 위험을 일으킬만한 것들에 대해 미리 시나리오도 살펴 보고, 그에 대한 대응계획을 마련하는게 핵심이다.

그러나, 잼버리 사태에 대한 대통령실이 발표했던 컨틴전시 플랜은 그냥 문제가 벌써 발생한 것에 대한 발빠른 대처방안에 불과한데 이를 그냥 관습처럼 영어로 말한 것이다.

진짜 컨틴전시 플랜이라면 예를 들어 잼버리가 일어나는 기간이라면 우리가 겪어 왔던 태풍과 장마, 고온다습한 기온에 따른 일사병 등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들에 대해 몇 달 전에 미리 플랜 B를 만들어 놓고 준비했다가 그러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면 그냥 원래대로 하고, 그러한 상황이 벌어지면 즉각적으로 플랜 B를 가동하여 아무 차질없게 계속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지금 컨틴전시 플랜이라고 발표했던건 발빠른 위기수습 방안이었지, 컨틴전시 플랜은 아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컨틴전시는 미래, 그리고 일어날법한 가능성이 있는 확률의 문제이기도 하거니와 경우의 수와 관련된 문제이므로 이에 대한 시나리오를 미리 그려보는 것부터 출발해야 하지, 일어난 일에 대한 문제가 절대 아니다.

더군다나 있어 보이려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비상 대책 등 유사하게 쓰일 수 있는 국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에서 그렇게 외래어를 남발한다는 사실 또한 뭔가 문제의 핵심을 가리려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사실 컨설팅 업무를 할 때, 혹은 기업의 전략실에서 컨틴전시 플랜을 세우는 일은 매우 필요하지만 매우 힘들고 지치는 일이기도 하다.

조금 전에 언급했듯이 미래의 일이기도 하거니와 각 상황에 대한 확률을 가정해야 하기 때문에 몇 가지 변수 혹은 상황에 대해 얼마나 깊이 들어가야 하는지를 정의하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과거에 빈번히 일어났으면서 피해 상황이 컸던 그러한 상황에 대해서는 미래에도 충분히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컨틴전시 플랜을 만드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예를 들면, 환율 급등락, 원자재 부족 문제 등은 충분히 기업 차원에서 컨틴전시 플랜을 만들 수 있따는 얘기이다.

개인적으로 요새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를 보면서도 컨틴전시 플랜이 생각나기도 한다.

MBC 드라마 ‘연인’이 바로 그것인데, 연기 잘하는 두 배우가 묘사하는 남녀의 사랑 얘기가 주이지만 그 시대적 배경이 병자호란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더 집중해서 보게 된다.

사실 그 이전에 청나라 군대가 우리나라를 공격한 적이 있었다. 바로 정묘호란인데 이 때 청나라 군대는 조선 북쪽의 성들을 하나하나 공략하고 점령하면서 진격하였다.

따라서, 인조가 강화도로 3일이나 걸려서 피난하는데도 별 문제가 없었으며 그 후 의병들이 전국 곳곳에서 청나라 군대를 공격하자 명과 전쟁 중이던 청은 조선과 강화하며 형제의 의를 맺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병자호란이다.

정확히 10년이 지난 시점에 청나라 군대가 다시 쳐들어왔는데, 이 때 청나라의 전술은 병자호란 때의 그것과 사뭇 달랐다.

조선 또한 청의 움직임에 대비하기 위해 성 곳곳을 더 튼튼하게 만들고, 식량을 넉넉히 비축하여 각 성별로 장기전이 가능하도록 나름 준비를 하였는데 이는 바로 병자호란의 경험에 기반하여 열심히 세운 계획이었다.

그러나, 청나라 군대는 그 때의 실패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각 성들을 공략하기보다는 다 피해서 바로 한양으로 진격하였고, 이 때문에 강화도로 피난은커녕 남한산성에 갇혀 있다가 결국은 굴욕을 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병자호란, 즉 청에 대한 조선의 준비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만큼 부실했던 것은 전혀 아니다.

나름 탄탄히 대비한다고 했으나, 무엇이 부족했을까?

바로 조선의 컨틴전시 플랜이다.

정묘호란이 끝나고 청에 대한 준비를 할 때 했어야 하는 것은 청이 다른 전술을 들고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가상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했어야 한다.

그게 진정한 의미의 컨틴전시 플랜이다.

이 또한 크게 보면 최근에 다뤘던 주제인 게임이론의 영역에서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역대 정부를 보면, 여야할 것 없이 국내 정당간의 대립에 있어서는 게임임을 의식하고 머리를 최대한도로 굴리고 있으나 대외 외교관계, 전략에 있어서는 게임이론에 입각한 상대방의 수에 대한 다양한 대처 등을 전혀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나 대일 관계는 더욱 그렇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어제, 정부는 과연 컨틴전시 플랜이 있을까?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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