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지지 바탕으로 형제 측 제안한 5명 이사진 선임 안건 모두 가결
임종윤 전 사장 “어머니, 여동생과 화합 시도할 것”
가족 간 갈등 봉합도 중요하지만, 소액주주 권리 향상에도 힘써야

임종윤·종훈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28일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임종윤·종훈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28일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우리가 제안한 선임 안건이 통과되면서 주주총회 결과에 마냥 기쁠 줄 알았는데 마음이 아픕니다. 어머니(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와 여동생(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과 화합을 시도하겠습니다.”

28일 임종윤 한미약품 전 사장은 OCI그룹과의 통합 여부 결정에 분수령이 된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주주라는 원팀이 법원도 이기고 (국민)연금도 이기고 다 이긴 날이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주주총회 하루 전날인 27일 그룹 내부 인사발령을 통해 임종윤·종훈 형제는 각각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한미약품 사장직에서 해임됐기 때문에 ‘주주총회 승리’가 더욱 벅차올랐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가족 간 화합을 강조했다.

여동생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되면서 어머니 송영숙 회장이 본격적인 승계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임종윤·종훈 형제에게 부담이었을 것이다.

최근 석 달 동안 국내 제약업계의 초미 관심사로 떠올랐던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이 결국 없던 일로 됐다.

한미약품그룹의 올해 정기주주총회는 OCI그룹과의 통합 여부에 대한 ‘모녀 vs 장차남’ 대결로 주목받았다. 양측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여론전과 가처분 신청 등 법정 공방을 펼쳐왔다.

이사진 선임 안건 관련 누가 더 과반이 넘는 우위를 점하냐는 문제를 놓고, 양측은 각각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등의 표심을 호소해왔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소액주주들이 임종윤·종훈 형제를 강력히 지지하면서 OCI그룹 통합 문제를 백지화시켰다.

일찌감치 주주총회 현장을 찾은 임종윤·종훈 형제는 약 3시간 30분이 넘게 주주총회 시작이 지연된 상황에서도 내심 긴장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특히 건강상 사유로 불참한 송영숙 회장을 대신해 주주총회 의장을 맡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신성재 전무가 본인을 등기이사로 소개하자 곧바로 지적하기도 했다.

임종윤 사장은 “미등기 임원이 등기이사로 자신을 소개한 건 사기”라며 신성재 전무에게 수정 발언을 요구했다.

여기에 추가로 임종윤 사장은 이사 선임 배경 설명 과정에서도 회사 측(모녀) 지지 후보자에만 집중되고, 본인 측(형제) 지지 후보 명단에 대한 설명은 짧다는 이유로 반발하기도 했다.

OCI그룹과의 통합을 막기 위해 주주총회 현장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면서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호소한 셈이다.

실제로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임종윤·종훈 형제가 추천한 이사진 선임 안건이 통과되자 일부 투자자들은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모녀인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은 주주총회 현장에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모녀 측 이사진 선임에 찬성 의견을 밝히긴 했지만, 소액주주를 비롯한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2.15%)이 형제 측을 공개 지지하면서 이미 승패를 예측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가 마무리된 후 OCI그룹이 통합 절차를 더 이상 밟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 이번 한미약품그룹의 가족 간 경영권 다툼은 일단 종료됐다.

주주총회 직후 임종윤 사장은 어머니, 여동생과의 화합을 시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더욱 명심해야 할 주제가 남았다. 바로 ‘소액주주’와의 약속이다.

이달 중순 임종윤·종훈 형제는 ‘한미 미래 전략’을 통해 ▲5년 안에 순이익 1조원 ▲시가총액 50조원대 진입 ▲장기적으로 시가총액 200조원대 진입 등을 목표로 내건 바 있다.

모녀 측은 이러한 장차남 측 주장에 대해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지만, 이번 주주총회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결국 소액주주들은 장차남 측 손을 들어줬다.

특히 임종윤 사장은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해 바이오 생산 공장을 짓겠다”며 “만약 여기에 실패한다면 물러나겠다”고도 공언했다.  

만약 이번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의 지지가 없었더라면 이 같은 계획은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오늘은 주주라는 원팀이 법원도 이기고 (국민)연금도 이기고 다 이긴 날“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리라. 

임종윤·종훈 형제가 본인들이 내세운 ‘한미 미래 전략’의 현실화를 통해 회사의 가치를 키워 자신들을 지지한 소액주주들에게 보답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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