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지난 주 프로야구가 개막한 이후, 온갖 자극적이고 희망적인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어느 팀이건 갑자기 툭 튀어나온 신인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마치 그 팀을 구해 줄 구세주인양 자극적인 기사가 나오기 시작하고, 여기에 감동 받은 팀의 골수팬들은 커뮤니티에서 넘쳐나는 환희를 주체 못하고 이런저런 다양한 말들을 쏟아낸다.

대략 서너 경기를 뛰었을 뿐인데 이런 냄비 근성을 보이는 것은 간절히 팀의 승리를 바라면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간절한 희망 때문에 아닌 줄 알면서도 설레발을 치는 모습일 수도 있고, 아니면 우리가 그토록 어려워하는 통계의 기본 개념인 ‘대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 LLN)’을 잘 몰라서 보이는 모습일 수도 있다.

대수의 법칙은 경험적 확률과 수학적 확률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법칙으로, 표본집단의 크기가 커지면 그 표본평균이 모평균에 가까워짐을 의미한다.

측정 대상의 숫자 또는 측정 횟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실제의 결과가 예상된 결과에 가까워진다는 의미로 프로야구에서 예를 들자면, 어떤 선수가 3경기를 치루었을 때 기록한 타율은 아주 낮거나 높을 수도 있지만, 한 해 전체를 놓고 보면 그 선수의 평균 타율, 즉 현재 가지고 있는 실력에 수렴한다는 얘기이다.

따라서, 큰 수가 확보가 되지 못한다면 평균 이상의 징후가 나타나게 되고, 큰 수가 확보된다면 평균으로 수렴하게 되는데, 이때 평균으로 수렴하는 현상을 ‘평균으로의 회귀’라고 한다.

평균으로의 회귀를 설명할 때, 가장 자주 드는 예 중 하나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 매거진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커버 징크스’이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커버 징크스 (Sports Illustrated Cover Jinx)는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라는 잡지의 표지모델로 등장했던 팀이나 선수는 그 이후 바로 성적이 하락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구글에서 검색을 해보면 1954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수 차례의 사례가 소개될 정도로 하나의 고착화된 현상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도록 하자. 2018년 3월에는 2018 NCAA 남자 농구 토너먼트를 홍보하기 위해 표지에 버지니아대학의 선수, 이사야 윌킨스가 등장한다.

그리고 바로 열린 2018 NCAA 대회 남자농구 디비전 1, 64강 토너먼트 1회전에서 메릴랜드-볼티모어 카운티대(UMBC)와 버지니아대의 경기에서 16번 시드의 UMBC가 74-54로 크게 이기는 결과가 나왔다.

전체 톱시드 팀이었던 버지니아대가 남부지구 최하위 팀에게 진 이 사건에 대해 스포츠 ESPN은 “NCAA 토너먼트가 64강으로 확대된 1985년 이후 지구 1번 시드와 16번 시드 통산 전적은 1번 시드가 135전 전승을 기록 중이었다”라고 전하며 얼마나 역사적인 사건인지를 강조했다. SI의 커버 징크스가 제대로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이번엔 그보다 전인 2015년 8월로 돌아가 보자. 당시 세계 랭킹 1위에 빛나는 세레나 윌리엄스가 그녀의 그랜드 슬램 우승 가능성을 홍보하는 SI 표지에 등장했다.

메이저 4개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을 그램드슬램이라 하는 반면에 한 해에 4개 대회를 다 우승하는 것은 캘린더 그랜드슬램이라고 하는데, 당시 세레나 윌리엄스가 1988년 당시 테니스 여자라고 블리웠던 슈테피 그라프 이후 처음으로 달성할 것이라고 누구나 다 예상했었다.

SI 표지모델 뿐만 아니라 미국이라는 홈그라운드 이점도 있기 때문에 CNN에서도 특집 기사를 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준결승전에서 당시 단식이 아닌 복식 위주로 뛰던 세계랭킹 43위의 이탈리아인 로베르타 빈치 에게 2-6, 6-4, 6-4로 패했다.

이 징크스는 도대체 왜 일어나는 것일까?

답은 아까 말한 것처럼 바로 ‘평균으로의 회귀’라는 통계 현상 때문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어떤 선수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표지를 장식한다는 얘기는 그 선수가 최근 가장 빛나는 업적을 쌓았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한 선수의 빛나는 업적은 그가 가진 실력에 더해 사람이 제어할 수 없는 환경, 운 등이 작용할 때 달성하게 된다.

프로야구에서 한 선수가 타격 5관왕을 차지하여 MVP를 차지했다고 가정해보자. 타격에서는 꽤 높은 타율을 보였던 그 선수가 마침 그 해에는 도루를 자신보다 잘하던 다른 선수 몇 명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고, 그 해의 날씨는 다른 해보다 습한 날들이 많아서 더위를 못 참는 다른 선수들이 많이 퍼지기도 했다.

새로 바뀐 팀 조리사와 영양사의 음식들은 기가 막히게 그의 입맛에 잘 맞았으며, 마침 그 해 2세가 태어나 항상 싱글벙글 웃으며 기분 좋게 경기에 임할 수 있기도 하였다.

이 모든 우연들이 그의 성공을 도와 줄 때, 그는 5관왕을 차지할 수 있게 된다. 요약하자면 성과에 영향을 끼치는, 하지만 인간이 좌지우지 못하는 요인들이 그의 실력과 결합될 때, 빛나는 업적이 나온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야말로 SI의 커버를 장식하게 되는데, 그 이후가 문제이다.

그 다음부터는 오히려 도움을 주었던 무작위 요소들이 바뀌거나, 아니면 불행으로 이끄는 다른 요인들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 그 선수는 평균으로의 회귀현상이 나타나면서 표지를 장식한 그 순간보다는 낮은 성과를 거둘 수 밖에 없게 된다.

우리한테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새옹지마’라는 말을 수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바로 평균으로의 회귀이다.

우리가 기본 실력만 가지고 있으면 앞으로 나를 지금 둘러싼 불행한 운은 멀어져가며 내가 가진 실력만큼 내 인생도 평균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희망도 있어야 하고, 또 성공한 인생이라 자부한 사람은 운이 떨어져 나가면 언제든지 평균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경계심 또한 갖추어야 할 것이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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