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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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다른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보통 보수와 진보의 콘크리트 지지율이라는 게 있다.

정치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이런 저런 기사를 읽다보면 대선, 총선 등의 굵직한 선거 현장에서는 절대 변하지 않는 양쪽 콘크리트 지지율이 있다.

이에 따라 중도층이 어디에 손을 들어주느냐가 승패가 가르게 된다.

그런데, 중도층이 어디 손을 들어줄까 고민할 때, 영향을 끼치고자 하는 세력이 있다.

바로 언론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언론 중 일부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사실을 보도하기보다는 좌우로 나뉘어서 각자 당 혹은 세력의 입을 대변하는 역할을 많이 하기도 하는데, 그 타겟은 아마도 핵심 지지층이 아니라 중도층, 즉 현안이나 정책에 따라 혹은 좌우 각 진영에 대한 실망감, 배신감에 따라 선거 때마다 다른 진영을 지지할 수 있는 유동적인 층일 것이다.

왜냐하면 콘크리트라고 불리는 핵심 지지층은 어떠한 기사가 나와도 자신들의 지지 정당이나 진영을 바꾸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중도층의 마음을 얼마나 설득하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정치 전반을 보더라도 나와 같은 중도층이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몇 년간의 정치와 정책이 바뀌게 되므로 가장 중요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게 된다.

바꾸어 말하면 중도층은 우리를 설득하려는 언론의 목소리 중 어떤 것이 사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이고 헛소리인지 제대로 구별을 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다.

언론에 속지 않는 방법의 첫 번째는 뭐니뭐니해도 ‘관계자에 따르면’을 우선 거르는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야당 측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이라는 기사가 매일같이 도배되고 있다.

물론 ‘관계자에 따르면’은 5급 공무원 이상,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차관급 이상 등으로 관계자를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다르다는 말도 하긴 한다.

하지만 정확하게 언제, 어디서 그런 말을 했는지에 대해 근거라도 밝히지 않고 막연하게 ‘관계자에 따르면’이라고 말하면 그냥 기자의 생각일 뿐이기도 하다.

그 기자가 지금까지 써 왔던 기사의 신뢰도가 높다면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써 왔던 기사가 대체로 육하원칙에 따르지 않고, 별것 아닌데도 취재원을 밝히지 않았다면 역시 ‘관계자에 따르면’이라는 말 또한 신뢰할 수 없다.

최소한 누가, 언제, 어디서 이런 말을 했는지를 밝혀야 하지만, 취재원을 밝힐 수 없다면 최소한 그런 말을 한 맥락 정도는 구체적으로 소개해야 한다.

그 점을 우리는 확인하면서 보도를 보자.

두 번째는 비교로 그럴듯하게 보도하지만 실제로 불공정하게 비교하거나 생략되는 부분이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헤드라인으로 기사를 접할 때는 헤드라인에서 접한 내용 때문에 안의 내용은 상세하게 안 볼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

2018년 9월,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보도를 인용하면서 “공항 검색대 바구니, 화장실보다 더 더럽다”로 헤드라인을 뽑은 기사가 있었다.

매우 자극적이면서도 공항 검색대 바구니에 가급적 손을 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끔 하는 기사인데 실상 주요 내용은 재채기나 비람을 통해 전염되는 호흡기 바이러스를 조사한 결과로 호흡기 바이러스는 변기보다 재채기에 많이 노출된 공항 검색대 바구니가 더 많을 것이나, 다른 세균들은 변기에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게 만든다.

공항검색대가 생각보다 더러우니 위생에 유념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는 있지만 잘못된 사실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관점에서는 적절치 않은 비교일 수 있다.

특히 우리가 더럽다는 걸 강조하는 기사에서는 항상 변기와 비교를 한다는 점도 기억해야만 한다.

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는 무언가를 계속 비교하여 의사 결정하기 쉽게 순위를 매기면서 진화해 왔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숫자를 기준으로 무엇이 무엇보다 좋다 혹은 나쁘다고 하면 우리는 인지하고 이해하기 훨씬 쉽기 때문에 무척 객관화되었다고 생각하며 신뢰를 가지기 쉬운데, 사실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예를 들면 어떤 프로스포츠 종목이든 한 시즌이 끝난 후 포지션별로 가장 잘한 선수를 뽑기 마련인데 (손흥민도 받았으며, 그 해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을 넣어서 주는 푸스카스상도 그렇다) 이는 팬들과 전문가의 투표를 섞어서 집계한다.

점수가 있고 순위가 있기에 굉장히 객관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냥 개개인 주관을 합쳐놓았을 뿐이기 때문에 객관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기사의 헤드라인에만 혹하지 말고 비교에 관해서 정확히 어떤 수치를 가지고 비교했는지까지 꼼꼼하게 따져보자

마지막으로 두 번째와 연결하여 우리는 기사에 대한 다양한 의심과 다른 원인들을 가정해 보아야 한다.

어떤 지역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이라고 했을 때 범죄 발생률이 아니라 다른 지표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가장 행복한 지역이라고 뽑혔을 때는 뽑힌 이유와 더불어 다른 기준으로 봤을 때도 행복한가 등에 대한 의심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기사에서 많이 쓰이는 ‘역대 최악’, ‘최고’ 등의 표현을 쓸 때는 그 기준 말고, 다른 기준으로 봤을 때도 그러한가라고 역시 생각해 봐야 한다.

뿐만 아니라, 헤드라인에서 별개의 사실들을 원인과 결과가 맞물리는 인과관계처럼 뽑아 놓았을 때는 더욱더 의심해 봐야 한다.

물가의 상승과 하락, 수출의 부진 등 외부 변수 때문에 흔들리는 경제지표가 여당이나 야당의 잘못된 발언 때문일 수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 발언 후, 물가 상승률 oo%’ 라고 인과관계가 전혀 없는 두 가지 현상을 같이 표현하여 기사를 뽑아내는 경우도 있다.

그냥 대놓고 잘못 인식하라고 말이다.

우리 중도층은 이렇게 다른 사실들을 섞어 놓아 헷갈리게 만드는 기사 또한 다양한 의심을 가지고 다른 가설도 생각해 봐가면서 읽어야 한다.

꽤나 길게 언론 헛소리에 대해 속아 넘어가지 말자고 쓰긴 했다.

대부분 기자들은 자신의 눈과 발로 만들고 양심으로 꼼꼼하게 검토한 기사들을 쓰고 있다.

하지만 중도층의 눈과 귀를 가리는 기사들을 양산하는 일부 언론인들이 있기에, 우리는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기사를 제대로 읽어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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