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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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최근 내가 운영하는 컨설팅 회사에 아주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채용되었던 두 명의 직원이 일주일만에 바로 퇴사를 했던 적이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MZ 세대의 특성을 지닌 것도 아니었으며, 오히려 성격은 매우 진중하고 책임감 있게까지 보였다.

이유를 들어보니 지금 시작한 일에 대해 앞으로 잘할 자신이 없으며, 오히려 당분간 회사에 피해만 줄 것 같아 그만둔다는 것이었는데 사실 거기에 대해 별로 반박할 말을 떠올릴 수도 없었고 이왕이면 그 직원도 빨리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게 옳을 것 같아서 앞길을 빌어주면서 보내주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면접을 보면서 우리가 판단했던 면접자에 대한 예측과 판단은 대부분 틀렸던 것 같다.

물론, 판단이 틀렸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채용된 사람에 한해서이겠지만 분명한 건 우리가 채용한 사람의 인성과 실력 모두를 정확하게 맞춘 적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면접에서 뽑은 사람이 우리가 기대했던 바와 차이가 있다고 매번 느끼면서도 그 다음 면접을 진행할 때는 확신에 차서 바로 우리가 찾던 사람을 뽑게 되었다고 외치기도 한다.

우리는 피면접자에 대해서 아는 바는 자기소개서나 이력서에 쓰여진 몇 줄에 불과한데, 그 몇 줄과 내가 직접 대면한 30분 내외의 시간으로 면접자를 온전히 다 파악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직관적인 예측은 전형적으로 비회귀성의 특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들이 신뢰성이 매우 낮은 정보를 기반으로 예측을 할 때 매우 극단적으로 잘못된 예측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비회귀 예측이라고 한다. (Non regressive prediction).

우리 회사에 면접을 보러 오는 사람에 대해서는 매우 낮은 수준의 사전 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고, 또 짧은 시간에 대면 상호작용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면접 시 대면하게 되면 구직자가 면접자의 성격, 기호, 취미 등과 일치할 경우 더 높은 점수를 얻게 되기도 하고, 또 흔히 말하는 초두효과로 인해 그 사람의 성과와는 상관 없이 첫 인상만 보고 판단하기도 한다.)

이런 정보에 기반할 경우, 실제와는 다른 예측과 판단을 하게 되고, 이에 대한 자신감을 계속 가지게 되는데 앞서 말한 ‘비회귀 예측’이 그대로 적용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면접 과정에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한다는 점은 면접관의 심리적 상태에 기반한 ‘비회귀예측’으로 설명할 수 있으나 사실, ‘적은 정보’라는 전제조건에 대해서는 경제학에 기반한 이론을 하나 더 살펴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2001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 애컬로프 (George Arthur Akerlof)의 ‘정보 비대칭성’에 관한 이론이다.

면접을 볼 때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쪽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구직자이다.

역량과 성격, 일할 때의 자세, 가치관 등은 그 자신만이 잘 알고 있지 과연 그보다 누가 더 잘 알고 있을까?

한편, 구인을 하고자 하는 회사에서는 면접자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사전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해 학력, 경력, 자격증 등을 요구한다.

그러나 회사에서 면접을 한 번이라도 진행해 본 사람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조직생활을 잘하는 사람, 하나를 가르쳐 주면 빨리 터득해서 제 것으로 만들고 둘, 셋까지 욕심내는 사람, 일이나 승진에 대한 성취욕이 있는 사람을 학력, 경력, 자격증으로 걸러낼 수 없다는 사실을.

이렇게 회사에서 직접 필요한 사람을 찾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외적인 것 뿐만 아니라 눈으로,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까지 체크해야만 하는데 결국 그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보니 구인-구직 시장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다시 돌아와 정리해 보면 결국 면접을 통해 정확하게 구직자를 파악하고 우리 회사의 일원으로 적합한 사람을 뽑지 못하는 것은 구직자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적은 정보에 기반하여 ‘비회귀예측’을 한 면접관의 잘못이다.

여러 인지적 편향에 휩싸여 있는 면접관이나 의사결정자의 의견이야말로 좋은 사람을 걸러내지 못하는 장막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경계해야 한다.

같이 일하게 될 수도 있는 팀원들 전체가 면접에 참여하게 하고 면접을 본 구직자에 대한 평가를 다양하게 한다면 일부는 해소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그 때도 의사결정자가 말하면 다 따라하는 해바라기 편향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말하고 수용할 수 있는 조치도 수반되어야 한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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