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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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지난 주 면접에서 좋은 사람을 뽑지 못하는 이유가 신뢰성이 매우 낮은 정보를 기반으로 예측할 때, 극단적으로 잘못 예측하는 ‘비회귀 예측’이 일어나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했었다.

이 용어 자체가 이해하기 쉽지가 않은지라 우리가 평소에 접하는 현상 위주로 다시 설명해볼까 한다.

비회귀예측의 기본 전제 조건은 정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정보가 거의 없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사실 심리학에서 이때 나타나는 현상을 가리키는 몇 가지 편향과 관련된 용어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초두효과(Primacy Effect)이다.

초두효과란 초기에 제시된 항목에 의해 사람의 생각이 크게 영향을 받는 현상을 일컫는 말로 우리가 흔히 첫인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얘기할 때 자주 사용되는 효과이기도 하다.

그러면, 초두효과가 언제부터 쓰인 용어인지 살펴보자.

19세기 후반 독일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 (Hermann Ebbinghaus)는 ‘서열위치효과 (serial-position effect)’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이는 기억하고자 하는 여러 목록이 있을 경우, 그 목록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에 따라 사람들의 기억이 달라진다는 개념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람들이 임의의 항목들을 순서대로 기억해 내라고 요청받았을 때, 대부분 가장 나중의 것들을 상대적으로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최신효과 (Recency Effect)라 하고, 나머지 항목들 중에는 중간에 위치한 것들보다 오히려 제일 처음 항목들을 더 잘 기억한다고 하며 이를 일컫는 말이 위에서 얘기한 초두효과이다.

즉, 기억의 순서를 X축, 회상 정도를 Y축에 놓고 그래프를 그리면 처음 항목과 나중 항목은 많이 기억하고 중간항목은 덜 기억한 결과, U자형 그래프가 나오게 된다.

사실 우리는 초두효과와 최신효과는 서로 개념상 반대되는 거 아니냐고 질문할 수도 있는데, 100년도 더 된 이 이론에 따르면 처음 본 것이 잘 기억된다는 초두효과와 최근 혹은 나중에 본 것이 잘 기억된다는 최신효과가 모두 타당함을 알 수 있다.

이 이론을 면접으로 다시 가지고 와 보자.

상황을 자세하게 그려보면, 처음 들어왔을 때 구직자가 주는 인상, 태도, 음성, 그리고 일부 내용 등에 의해 면접자는 그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지를 바로 결정해 버리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데, 사실은 이에 못지 않게 나갈 때 주는 인상과 태도, 말 한 마디에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여기까지 봐서는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초두 효과, 즉 첫 인상에 의해 피면접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판단해 버린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럼 이제 두 번째 질문이 남는다.

과연 무엇에 의해 그 사람이 적합한지 아닌지, 혹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더 나아가 그 사람을 합격시킬지 아닐지를 단칼에 결정하느냐는 문제이다.

물론, 그 사람의 사회통념상 면접에 참여한 사람이 가진 외모(잘 생겼는지 혹은 호감을 주는지 등)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는 여러 연구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실제 같이 일할 동료들을 뽑는데 있어서 그 부분만 가지고 판단하리라 생각되지는 않는다.

개인적인 견해를 전제로 오히려 동종선호(Homophily)현상이 면접 과정에서 가장 흔하게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일전에 ‘휴먼 네트워크’라는 책과 함께 동종선호 현상을 설명한 바 있는데, 면접에 있어서도 동종선호 현상에 따라 기본적으로 자기와 인상이 비슷한 사람, 그게 아니더라도 자기가 겪었던 커리어패스와의 유사성, 같은 성을 가진 혈연,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연결된 학연, 출생지나 고향 등과 같은 지연 등 다양한 특징을 중심으로 그 사람에 대해 재단할 수 있다.

물론, 대기업은 인적성검사 등을 실시하여 1차적으로 사람을 가려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면면접이 필수인 경우, 면접과정에서 드러나는 각종 정보를 통해 얼마나 회사업무에 적합한지보다는 면접자와의 동질성에 더 초점을 맞추고 판단할 수도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요약하자면 면접 과정에서 우리는 초두효과와 최신효과, 그리고 동종선호 현상 때문에 제한된 정보 속에서 그릇된 판단을 할 수가 있다.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기업들이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나아지는 점이 없이 계속 같은 고민이 나오고 있는 현상을 보면 한편으로는 기존 접근 방식과는 다르게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면접자의 마인드나 태도를 바꿀 수 있는 넛지가 과연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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