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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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가족이나 직장동료들과 식사하러 가면 뭐 먹을지 결정 못하고 계속 머뭇거리는 사람이 최소 한 명 이상씩은 꼭 있다.

음식점에서 그 집을 대표하는 메뉴가 3개 정도 될 때도 그렇고, 마트에 가서 라면 중 새롭게 출시된 라면을 하나 고를 때도 그렇고, 좋은 와인을 고를 때도 그렇다.

이 모든 게 선택의 문제이다.

선택에 있어서 가장 많이 일어나는 현상은 인간은 다른 사람을 따라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자신은 남과 다르고, 차별화되고, 특별하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이미 몇 차례의 글에서 밝혔듯이 우리는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많은 힘을 쏟는다.

몇 차례에 걸쳐서 얘기한 ‘평균이상효과 (Better than Average)’가 그것이다.

나는 남보다 외모가 출중하고, 훨씬 더 유머감각이 뛰어나며, 웬만한 부모보다는 자식에게 잘하는 부모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학생, 운전자, 교수 등 다양한 직업군을 대상으로 꽤 많은 실험을 진행했었는데, 결과적으로 90% 가까이가 ‘나는 다른 사람보다 낫다’라고 대답을 했다.

이를 풍자하여 비꼬는 말로 ‘워비곤 호수 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미국 라디오 진행자인 개리슨 케일러(Garrison Keillor)는 '워비곤(Wobegon) 이라는 호수가 있는데 그 주변에 사는 남자들은 잘 생겼고, 여자들은 강인하며, 아이들은 똑똑하다'고 풍자한 적이 있다.

이로부터 ‘워비곤 효과’라는 말이 생겼다.

그냥 ‘평균이상효과’에 빠진 우리들은 모두 워비곤 호수 옆에 사람들이겠거니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만만한 우리들이 선택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져서 남들을 따라하곤 한다.

백번 양보해서 그렇지 않다 치더라도 다수를 따를 때조차 자신이 순응해서 따른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독자적인 사고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들이나 사회적인 관례에 따르는 것이 결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스탠포드 대학의 조나버거와 프린스턴 대학의 에밀리 프로닌, 세라 몰루키의 연구 “Alone in a Crowd of Sheep: Asymmetric Perceptions of Conformity and their Roots in an Introspection Illusion (양떼 무리에서 홀로 서 있는: 자기성찰 착각에서 나타나는 동조에 대한 비대칭적인 인식과 그 근원)”에서는 이러한 사람의 성향들을 잘 밝혀 주었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가 이렇게 남들을 따라 하는 현상을 '양떼 효과 (Herd Effect)'라고 한다.

여기서 보통 Herd(무리)에 따르는 대표적인 동물이 양 (Sheep)이므로 우리는 양떼효과라고 하는데, 이 연구의 제목 자체가 ‘양떼 속에 홀로 있다’는 것이니 인간이 마치 자신은 양떼효과에 휘말리지 않는다고 착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연구에 따르면 각기 분야를 달리한 5가지의 세부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덜 동조하고 덜 순응적이라고 생각했다.

정치적 성향에 대해 투표하고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도 자기 자신은 제시된 법안에 영향을 받았다고 얘기하지, 단순하게 정당의 노선에 따라 투표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아이팟을 구매하는 사람도 절대 다른 사람들의 영향을 받지 않고 다자인, 기능 등에 대한 독자적인 생각으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사람들은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과 나는 다르다고 줄기차게 주장하고자 싶어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음은 그러면서도 결국 다른 사람들이 맜있다고 했던 식당에 가고, 다른 사람들이 몰고 다니는 색깔의 차를 사게 되며, 다른 사람들이 선택한 무난한 옷을 입고 다니게 된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회색이나 검은색, 남색 말고 다른 색의 옷은 거의 없지 않은 것과 비슷하다.

또다른 재미있는 연구결과도 있다.

댄 애리얼리와 조너단 르바브가 진행하여 2000년에 소비자저널 리서치에 게재한 맥주 선택에 관한 연구이다. (Sequential Choice in Group Settings: Taking the Road Less Traveled and Less Enjoyed)

이 연구는 두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했다.

인기 있는 술집에서 한 그룹에게는 인기 있는 맥주 4 종류를 제안하며 각자 조용히 알아서 카드에 맥주를 적으라고 했고, (편의상 A 그룹) 나머지 한 그룹에게는 맥주 4 종류를 제안하되, 웨이터가 서서 한 사람씩 원하는 맥주를 주문받으라고 했다. (B 그룹)

다른 사람이 무엇을 골랐는지 알 수 없었던 A그룹에서 주문한 내용을 보니 겹치는 맥주가 많았으나 한 명의 주문을 받고, 다음 연이어 주문을 받으며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다 알도록 한 B그룹은 각기 다른 맥주를 주문함으로써, 적어도 맥주에서만큼은 앞 사람과 나는 겹치지 않는 독창적인 사람이라는 걸 몸소 실천했다.

이렇게 사람들은 꽤나 남들과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한다.

이 연구의 재미있는 점은 뒤에 나온다.

A그룹 사람들은 자신이 택한 맥주에 대해서 대부분 만족했으나, B그룹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택한 맥주에 대해 만족을 못했는데, 딱 한 사람, 웨이터에게 주문을 맨 처음 했던 그 사람만 만족했다.

다른 사람들은 자기가 남과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선호를 포기한 결과이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선택할 때 나타나는 심리와 행동은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많이 남은 연구 대상이다.

우리는 그동안 양떼 효과에 빠져서 남들을 따라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왔으나, 오늘은 그와는 반대로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고자 노력하는 우리들의 심리를 들여다봤다.

남들을 따라하던, 남들과 달리 행동하려 노력하던 둘 다 우리가 진짜 바라는 자신의 선호와는 다른 선택일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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