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우리 대표님이 3-3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을 때도 미소를 보여 축구팬들의 분노를 샀다. [사진=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우리 대표님이 3-3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을 때도 미소를 보여 축구팬들의 분노를 샀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월드컵 통산 11골에 빛나는 1990년대 독일 국가대표팀의 스트라이커이자 현재 한국 국가대표팀의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

지난 목요일 클린스만이 이끄는 FIFA 랭킹 23위인 한국대표팀은 아시안컵 조별예선 3차전에서 130위인 말레이시아를 맞아 3:3으로 비겼다.

후반까지 2:1로 끌려가다가 이강인의 프리킥 골로 겨우 동점을 만들었고, 이후 잠깐 앞서 나갔지만 결국 경기는 마지막에 동점골을 허용하며 무승부로 끝났다.

조 1위를 하면 다음 상대가 현재 아시아에서 축구를 제일 잘한다는 일본과 맞붙으니 그걸 피하려고 일부러 무승부를 한 거 아니냐는 의혹도 일부 국가에서 나오고 있다.

또한 우리와 비긴 말레이시아의 김판곤 감독은 영웅으로 대우받고 있으며, 우리의 다음 상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노골적으로 우리를 무시하는 발언도 나오고 있다.

세계 명문클럽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를 포함하여 유럽파가 다수인 선수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뛴 적이 있었나?

역대 최고 멤버들을 모아서 이렇게까지 엉망인 팀으로 만들기도 참 힘든데, 그걸 우리 클린스만 감독이 해냈다.

물론, 중간 과정에서 섣부른 질책도 경계해야 하지만 축구를 잘 모르는 나조차도 패스와 점유율로 공격을 만들어갔던 우리가 단 1년만에 이렇게 전혀 다른 축구를 하게 되었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클린스만이라는 사람 자체가 연구 대상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것저것 살펴보는 찰나에 우연히 이스타 TV라고 구독자가 70만에 육박하는 축구 유명 유튜브에 심리학과 교수가 나와서 한 얘기를 보게 되었다.

얼추 “어린 시절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대접만 받았기 때문에 주변이 본인을 어떻게 볼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사람이며 아시안컵에서 성적이 나쁘더라도 겉으로는 이미지 관리를 하겠지만 크게 신경 안 쓸거다‘라는 내용으로 기억하는데 현 상황과 너무 맞아 떨어진다.

말레이시아의 경기가 끝난 후 기자들에게 박진감 넘치는 경기였다고 말하며 지었던 해맑은 미소는 대한민국 모든 축구팬들의 머리를 어지럽혔다.

성공했던 사람들, 기업의 CEO들이 흔히 갖는 여러 가지 편향들이 있는데, 클린스만은 그 편향들을 골고루 갖춘 사람처럼 보인다.

그런데, 말레이시아전을 마치고 가졌던 해맑던 미소는 불안함을 감추기 위한 미소라기보다는 정말로 우리가 우승한다는 것에 대해 좋게 말하면 자신감, 나쁘게 말하면 근거없는 낙관의 미소였다.

낙관편향 (Optimism bias)는 말 그대로 부정적인 일들은 일어나지 않고, 좋은 일들만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편향으로 심리학 사전에서 보면, 비현실적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이러한 낙관편향들은 조직으로 하여금 어떤 사건에 대한 대비를 아예 못하거나 늦게 대응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국가대표로 말하자면 예선 3경기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토너먼트 들어가기 전에 바로 고치고 대안을 만들어서 연습해야 하는데, 그대로 가지고 가면서 우리는 우승할 거라고 믿고 자신감만 고취시키는 현상이다.

비현실적 낙관주의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닐 웨인스타인은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긍정적인 사건은 평균 이상으로 많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부정적인 사건은 평균 이하로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한다는 점을 증명했다. (Unrealistic optimism about future life events, 1980)

또 다른 연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비현실적인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 것을 증명했다.

어쩌면 클린스만은 지금 이 순간도 말레이시아의 3:3으로 비긴 것이 전혀 믿기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자기는 항상 승승장구하고 실패를 잘 몰랐던 사람이라 언제나 낙관주의에 빠져 있을수도 있으니 말이다.

물론, 지난 번 한고조 유방과 한신과의 일화에서 얘기했듯이 뛰어난 리더가 자신이 진짜 군사를 이끌고 무력을 보여 줄 필요가 없다.

적재적소에 사람을 잘 배치하면 그것만 가지고도 장점으로 작용하여 훌륭한 감독이 될 수도 있다.

클린스만의 감독 역량에 대한 평가는 다소 박하다.

독일 대표님을 이끌고 좋은 성적을 냈을 때는 옆에 뢰브 코치 (훗날 오랫동안 독일 대표팀 감독을 맡는다)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고, 독일 대표팀의 전설적인 선수 중 하나인 필립 람은 클린스만 감독 하에서는 체력 훈련만 했고, 전술은 없었다며 전설은 선수들끼리 따로 모여서 의논해야 했다는 얘기까지 했다.

이런 일화들만 보면 클린스만의 감독으로서 능력은 크게 기대할 바가 없으며 그의 미소는 낙관편향에서 나온 미소였다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여전히 축구 국가대표팀의 아시안컵 우승을 기원한다.

클린스만의 미소에서 보여졌던 낙관편향이 제발 나의 잘못된 판단이었기를 기도한다.

원래 엄청난 능력을 가졌기에 능력으로부터 나온 자신감의 미소라고 간절하게 믿고 싶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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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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