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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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선거 때만 되면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는 비방과 부정이 부쩍 늘어난다는 점이다.

반대 당에 대해서도 그렇고 당을 상징하는 인물에 대해서도 그렇고, 특정 후보에 대한 비방도 상당하다.

이러한 부정과 비방들이 중도층에게 미치는 영향은 짐작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한쪽 집단에게는 그러한 내용들이 확증편향을 강하게 만드는 요소들로 작용하고, 이는 다시 집단의 극단화를 만들어 내게 된다.

그런데, 과연 사람들은 비방과 부정을 좋아할까?

사람들은 원래 남 뒷담화 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해도 할 수 없다.

그런데, 적어도 행동경제학이라는 ‘학’자가 붙으면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않나?

프린스턴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인 수잔 피스케에 의하면 사람들은 긍정적인 정보보다는 부정적인 정보에 더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우리 일상을 한 번 반추해 보자.

쇼핑앱에 들어가서 물건을 고를 때에도 후기들을 꼼꼼히 읽는다.

특히 정성이 담긴 후기들은 더욱 눈여겨 보게 되는데 그 중 상세하면서도 꼼꼼한 부정적인 내용의 후기들을 보면 그 물건을 사고자 클릭하기가 두려워진다.

요새 구직자들을 보면 입사한다고 결정했다가도 마지막에 잡사이트에 올라온 부정적인 후기들을 보다가 입사를 취소하는 현상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는 부정적인 평가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후기가 온라인 제품 판매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도 꽤 많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연구 사례를 보면 (Geng Cui, Hon-Kwong Lui 및 Xiaoning Guo가 연구한 ‘The Effect of Online Consumer Reviews on New Product Sales’) 리뷰의 양은 초기 신제품 판매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과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정적인 리뷰의 비율이 긍정적인 리뷰의 비율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쳐 ‘부정 편향’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조직 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내에 긍정적인 입소문이 퍼져나가 누군가 칭찬받는 일은 매우 드물다.

그러나, 부정적인 입소문 때문에 사실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는 허다하다.

어떠한 직원이 한 가지 칭찬할 게 있었고, 한 가지 욕먹을 게 있다면 상쇄될까?

대부분 아니다.

부정적으로 그 직원을 바라 볼 가능성이 크다.

열 번 잘해도 한 번 잘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얘기는 예전부터 있어오지 않았나?

이러한 부정성 편향 (Negativity Bias)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는 아마도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행동했을 때, 우리의 조상들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자연재해나 전쟁, 특히 전염병 등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고통과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우선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그에 대한 대처를 미리 하지 않을까?

실제로 생후 8개월밖에 안 된 아기들도 친근한 얼굴의 개구리보단 뱀 사진 쪽으로 더 급하게 고개를 돌아본다고 하고, 5살이 되면 화가 났거나 두려운 얼굴을 행복한 얼굴보다 우선시하게 된다고 한다.

저 곳에는 맹수가 있을 거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해서 피하는 집단이 저기 시커먼 것은 아마도 바위일 거라고 생각하고 그냥 있었던 집단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살아남았기에 우리는 아직도 그 유전자의 영향으로 부정적 편향에 휩싸이지 않을까 싶다.

다시 정치 얘기로 돌아와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 당이나 후보, 대표 등을 욕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원초적으로 부정성 편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도에 있는 사람들이 그 부정성 편향에 휩싸이게 되면 상대편에서 멀어지고 우리쪽으로 올 수 있다는 점을 경험상 알고 있기 때문이다.

존 티어니와 로이 F. 바우마이스터가 저술한 ‘부정성 편향’ (원제 The Power of Bad: How the Negativity Effect Rules Us and How We Can Rule It) 이라는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들 대부분은 스스로 중도라고 인식하지만, 정치 스펙트럼의 양 끝에 위치한 일부 정치인과 학자들이 나머지 국민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서로 상대 정당의 지지자들이 위험할 정도로 극단화했다고 생각하며 적대감을 느낀다.”

이 내용은 그냥 우리나라 현실에 갖다 붙여도 그대로 유효하다.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내가 중도적인 정치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한쪽 비방만 듣지 말고 한 쪽 비방 하나 들으면 다른 쪽 비방 하나도 들어서 억지로라도 균형 잡히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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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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