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마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 대표팀 감독이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마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 대표팀 감독이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참패도 이런 참패가 없다. 한국 대표팀은 FIFA 랭킹 86위인 요르단에게 2:0으로 져서 결승에 오르지 못하고 돌아섰다.

예선에서도 계속 불길한 조짐을 보였지만 사우디와 호주를 꾸역꾸역 이기고 올라왔길래, 대다수 국민들은 그래도 그렇지라고 생각하며 결승전을 바라보고 있었다.

중요한 점은 요르단이 엄청나게 잘해서라기보다 우리가 너무 못해서 졌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다는 점이다.

골키퍼의 눈부신 선방이 없었다면 점수 차이는 확실히 더 벌어졌을텐데, 저런 골키퍼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는 세계적인 클럽에서 뛰는 선수들, 즉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개인기량으로는 세계 탑급 선수들을 데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효슈팅 0개라는 처첨한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리고 우리는 패배 후에 클린스만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볼 수 있었다.

사실 대한민국의 내노라 하는 정치인도 연예인도 이렇게 2주 연속 글을 쓰는 소재로 삼은 적은 없었다. 클린스만이 최초이다.

이쯤되면 클린스만을 그냥 낙관편향에 휩싸였다고 진단한 내가 크게 잘못한 것처럼 느껴진다. 따라서, 이번에는 클린스만이 빠져 있을 법한 편향을 모두 열거해 볼텐데 대충 떠오르는 것들이 ‘자기과신’, ‘계획오류 및 비현실적 낙관주의’, ‘경쟁자 무시’, ‘자기본위 편향’ 등이다.

우선 클린스만은 철저하게 자기자신을 너무 믿었다.

그는 대표팀을 선발하기 위해 k리그를 관전하지도 않았으며, 철저하게 유럽 투어를 하면서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을 만나고 다녔다.

그리고, 이전 감독과 달리 한국에 거처를 마련하지 않고, 뭘했는지 모르지만 거의 모든 시간을 미국에서 느긋하게 보내곤 했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인터뷰에서는 항상 목표는 아시안컵 우승이고, 2026년 북중미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라고 했는데, 아무것도 안하면서 좋은 성적을 내기를 바라는 자체가 자기과신 편향이라고 보여진다.

두 번째는 ‘계획오류’이다.

사람들은 어떤 일에 대해 계획을 세울 때, 결과도 처음 계획대로 되고 혹여나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기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계획오류라고 한다.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오래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별다른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바램이나 기대대로 일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를 희망사고편향 (Wishful Thinking Bias)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희망사고편향 때문에 계획오류현상이 나타난다고 보면 된다. 클린스만 감독이 주전 선수의 부상이나 슬럼프에 대한 대비를 거의 하지 못했다고 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 걸 보면 일어날 수 있는 안 좋은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허술하기 짝이 없는 계획오류에 빠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대표팀 명단에서 아예 그라운드를 밟아보지 않았던 선수가 5명이나 되는 것도 그 증거라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경쟁자 무시 편향이다.

이는 말대로 경쟁업체, 경쟁팀의 대응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우리 일만 생각하고 계획하는 편향으로 행동경제학 전문가인 ‘올리버 시보니’는 상대편 선수와 경기를 하는 테니스가 아닌 ‘벽에다 공을 치는 테니스’에 비유했다.

이번 클린스만 감독의 또 하나의 특징으로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과 언론들이 전술이 없거나 무색무취하다라는 점을 꼽았다.

사실 축구경기의 전술은 감독이 지향하는 바에 따라 몇 년에 걸쳐 팀을 만들어가야 하는 장기적인 측면이 있고, 한편으로는 경기에 따라 상대편의 전술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단기적 전술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이전 벤투 감독은 한경기 한경기에서는 지더라도 지속적으로 ‘빌드업 축구’를 표방하고 이를 장기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과정을 밟아 나갔는데 클린스만은 단기적으로 유연한 전술도, 장기적으로 확고한 방향성도 없이 인터뷰에서 ‘공격축구’하겠다고 한 것이 전부이다.

감독이라면 아시안컵 경기 하나하나마다 상대편의 전술과 개인적인 능력들을 확인하고 거기에 걸맞는 전술을 가지고 갔어야만 했는데, 과연 그렇게 되었는가?

오죽했으면 클린스만의 축구를 잘하는 선수들이 알아서 해줘야만 하는 ‘해줘 축구’라고 부를까?

네 번째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자기본위 편향이다.

자기과신과 유사한 편향이기도 한데, 자신이 한 일이 성공하면 자신이 잘난 덕분에 성공했다고 여기고 자기가 실패하거나 혹은 다른 사람이 성공하면 외적인 영향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는 편향이다.

클린스만은 꽤나 이름을 날렸던 선수였고, 코치 덕분에 독일 대표팀을 잘 이끌었던 과거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평가하기에 클린스만의 지도자 시절 약간의 성공은 외부 (코치)적 환경 요인 덕분이라고 한다.

그래서, 한국 대표님의 감독으로 클린스만을 선정했다고 독일의 언론이 보도했을 때, 독일 네티즌들은 "한국 축구에 애도를 표한다", "클린스만을 감독으로 고용하는 사람은 축구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반응을 나타냈다고 한다.

아마도 클린스만은 자신이 성공했을 때는 자신이 잘해서이고, 자신이 감독으로 실패했을 때는 다른 외부 요인의 영향이었다고 생각했을 듯 싶다.

그래서, 헤르타베를린 감독을 2개월하다가 갑자기 도망가지 않았을까?

사실 오늘 적은 내용은 클린스만을 잘 모르는 내가 외부에서 보기에 그럴 것 같다고 추측한 결과이다. 실

제로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근간에서 지켜 본 사람만이 잘 알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더 중요한 점을 꼭 기억해야만 한다.

이번 클린스만의 국가대표감독 선임 시 절차가 불투명하고 잡음이 매우 많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쩌면 클린스만의 편향이 문제가 아니라 축구협회 회장의 편향이 더 큰 문제일 수도 있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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