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팀 내 갈등, 특히 우리나라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 둘이 멱살을 잡고 주먹을 휘둘렀다는 소식은 미디어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게 말이 되는 얘기냐며 선수들의 SNS 개인 계정에 몰려가 수많은 악플을 다는가 하면, “카더라”라는 유언비어들이 난무하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이 사건의 소스를 제공한 사람이 클리스만이며 이 사건은 국민 여론이 악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클린스만과 축구협회가 주의를 돌리기 위해 벌인 일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 근거로 우선 해당 보도를 한 영국 매체의 기자가 아시안컵 취재를 온 적이 없다는 사실, 그리고 보통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축구협회에서는 보도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번 건은 보도가 나오자마자 축협 관계자라는 사람이 맞다고 인정한 아주 예외적인 경우라는 점을 들고 있다.

아무튼 이미 일어난 사실을 인정하면 우리는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이 사건이 일어난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하고, 이러한 일들이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에서만 일어난 특수한 현상인가라는 점이다.

둘째, 이러한 갈등이 일어났을 때 이를 봉합하고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지도자의 역할인데,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여부이다.

셋째, 위에서 말했듯이 이러한 내용이 급격하게 확산된 계기는 무엇인지이다.

세 번째 관점은 기자나 전문가들이 파헤치고 분석해야 하는 영역이므로 오늘은 첫 번째와 두 번째 관점에서 몇 가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우선 유명 클럽팀이나 축구대표팀에는 소위 잘 나가는 축구선수들이 모여 있는 집합체이다.

호날두와 루니가 뛰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이브라히모비치가 뛰었던 AC 밀란, 잉글랜드 대표팀의 존 테리 등 팀 내에서 다양한 이유로 인해 선수 간 갈등은 흔한 일 중 하나이다.

한 2년 전에도 구단 가치 세계 10위안에 드는 NBA의 골든스테이트 워리워스에서 드레이먼드 그린이 같은 팀 내 조던 풀이라는 선수의 얼굴에 강펀치를 날려서 화제가 되었던 적도 있다.

자의식이 강하고 자존심이 강한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이번 사건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하면, 왜 일어났을까?

적어도 기사에 따르면 선배선수집단과 신입선수 집단 간 갈등에 그 원인을 두고 있기 때문에 그 관점에서도 살펴 보자.

요새 세대 간 갈등을 표현할 때 외집단 동질성 편향(outgroup homogeneity bias)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설명할 때가 있다.

외집단 동질성 편향은 내가 속한 그룹이 아닌 다른 그룹에 속한 구성원은 서로 유사하고, 내가 속한 그룹의 구성원은 매우 다양하다고 생각하는 편향이다.

거기에 속한 사람들은 모두 ‘그놈이 그놈이다’라고 생각하는 편향으로 MZ세대들이 윗세대들은 모두 꼰대라고 생각하는 것도 그러하고, 윗 세대들이 MZ 세대를 가리키며 사회성 떨어지고 회사생활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뭉뚱그려 표현하는 것도 그러하다.

추측컨대, 이번 사건이 만약 세대 간 갈등이라고 한다면 해외에서 뛰든 국내에서 뛰든 혹은 공격수이건 수비수이건 상관없이 나이든 선배 축구선수들은 모두 꼰대다라는 의식의 결과이다.

반대로 선배 선수들이 막내 선수들을 바라보는 입장은 “시합 전날에는 서로 얘기를 많이하고, 내일 경기를 준비해야 할 시간인데 요새 선수들은 진짜 개념없다.” 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모두 외집단 동질성 편향이자, 우리편 편향 (my side bias)에 해당하는 얘기이다.

그런데, 내가 보는 이번 사태에서 핵심은 또 클린스만이다.

클리스만의 역할에는 이러한 갈등을 카리스마든, 대화든 어떤 방식으로라도 풀어내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지속적인 대화를 하거나 아니면 강제적인 화합의 자리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거나, 그도 아니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명단에서 제외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도 있고, 혹은 언론을 잘 활용해 갈등을 봉합하는 등 방법은 많았을 텐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어떠한 행동도 안 했다면 어쩌면 이는 전술이 없는 것보다 더 큰 문제이다.

지금까지 기사로 봐서는 역시 여기에서도 방관자 입장, 선수들 탓만했던 것처럼 보이는데, 개인적으로 이는 아시안컵 4강이라는 성적의 실패보다 오히려 더 명확한 경질 사유라 여겨진다.

이 사건에 대한 제보를 클린스만이 했다고 하면 이는 본인이 아무 역할도 못했음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기에 국내 분위기상 자충수를 뒀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으로 국민 동생처럼 사랑받았던 슛돌이 이강인이 가장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떨어진 이미지는 당분간 회복하기 힘들 듯이 보인다.

더구나 실력과 인성면에서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영국 EPL에서 칭찬이 자자한 손흥민을 건드린 막내로 한동안 기억될 것이라 이름 그대로 강인한 멘탈을 가져야만 이 고비를 넘기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에서 건드리지 않아야 할 이름인 손흥민과 김연아 중 한 명을 건드린 대가는 꽤 클 수 있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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