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와 내년 한국 잠재성장률 각각 1.9%·1.7%로 추정
미국·영국·캐나다 등 잠재성장률 반등 예상되지만, 한국은 12년째↓
고령화 등으로 일본과 같은 저성장 기조 장기화에 대한 우려 커져

한국은행이 국회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20년 한국 포함 주요국 연도별 국내총생산(GDP)갭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6월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을 각 1.9%, 1.7%로 추정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국회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20년 한국 포함 주요국 연도별 국내총생산(GDP)갭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6월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을 각 1.9%, 1.7%로 추정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경기불황 장기화, 저출산·고령화 등 각종 악재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당분간 2%대를 넘어서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2013년 이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계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사상 최초로 추정 통계치가 G7 국가를 밑돌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23일 한국은행이 국회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20년 간 주요국 연도별 국내총생산(GDP)갭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6월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을 각 1.9%, 1.7%로 추정했다.

잠재GDP는 해당 국가의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모두 동원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을 뜻한다. 이러한 잠재GDP의 증가율이 바로 ‘잠재성장률’이다.

OECD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13년(3.5%) 이후 2024년까지 12년째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올해 처음 2%를 밑돈 후 내년에는 1%대 중후반까지 내려앉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주요 7개국(G7)의 올해 잠재성장률도 높은 편은 아니다. ▲미국(1.8%) ▲캐나다(1.6%) ▲영국(1.2%) ▲프랑스(1.1%) ▲독일(0.8%) ▲이탈리아(0.8%) ▲일본(0.3%) 순이었다.

내년 전망을 보면 미국(1.9%·0.1%포인트 상승)과 일본(0.2%·0.1%포인트 하락)만 소폭 변동이 있고, 나머지 국가는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렇게 될 경우 2024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1.7%)은 미국(1.9%)보다 낮아지게 된다.

2001년 이후 OECD 추정치 통계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G7 국가를 밑도는 경우는 24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최근 수년간의 기록을 보면 한국과 달리 대부분의 주요국들은 잠재성장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2020년 1.8→2024년 1.9%), 캐나다(1.1→1.6%), 이탈리아(0.3→0.8%), 영국(-1.3→1.2%)으로 잠재성장률이 올랐다. 이에 따라 한국은 미국뿐 아니라 다른 G7 국가들보다 잠재성장률 수치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실질GDP가 수년째 잠재GDP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OECD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GDP갭(격차)률은 2020년(-2.9%) 이후 2024년(-0.5%)까지 5년 동안 마이너스(-)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GDP갭률은 잠재GDP와 비교해 현시점의 실질GDP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실질GDP에서 잠재GDP를 뺀 격차를 잠재GDP로 나눈 백분율 값으로 GDP갭률이 음수면 해당 기간 실질GDP가 잠재GDP를 밑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IMF 역시 2012년(-0.4%) 이후 2024년(-0.5%)까지 13년째 한국의 GDP갭률이 마이너스에 머물 것으로 추정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음(-)의 GDP갭률은 해당 국가가 잠재GDP에 도달하지 못하고 경기 둔화, 심하게는 경기 침체를 겪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본과 같은 장기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 연구위원은 “잠재성장률을 좌우하는 요소는 노동, 자본, 생산성 혁신”이라며 “이미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낮고 작년부터 아예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OECD의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우리나라에서 노동력 감소를 상쇄할만한 자본투자나 생산성 혁신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모로코 마라케시 출장 중 기자 간담회에서 “인구 구조 트렌드를 보면 2% 정도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지만, 고령화 때문에 점차 더 낮아진다는 게 일반적 견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한국이 3∼4% 성장률을 보기는 어렵겠지만, 노동시장이라든가, 여성·해외 노동자를 어떻게 활용할지 개혁하면서 장기적 목표를 2% 이상으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면 일반적으로 중립금리도 낮아지는데 미국 등 주요국의 중립금리 흐름과 한국이 동떨어진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기조적 물가하락)이 없는 물가 안정 상태에서 자금의 공급과 수요를 맞출 수 있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말한다.

이 총재는 이달 중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결정회의 이후 “미국의 경우 경제가 견고해서 중립금리가 오른다고 하는 반면에 한국은 10∼20년 인구 고령화 때문에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균형 금리도 하락 국면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우리의 고민은 선진국은 중립금리가 오르고, 한국은 내릴 경우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는 점”이라며 “한국은행 내부에서 논의해 봐도 아직 답이 잘 안 보인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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