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16강 진출에 성공한 대표팀 손흥민 등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16강 진출에 성공한 대표팀 손흥민 등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대한민국 대표팀의 월드컵은 끝났다.

물론 축구라는 종목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월드컵 결승 경기까지 챙겨보겠지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초점을 맞춰서 경기를 보았던 사람들은 잠을 설쳐가면서까지 경기중계를 보지는 않을 것이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보였던 극적인 승리, 그리고 부상 투혼을 펼쳤던 여러 선수들과 하나된 모습을 보여줬던 우리 팀은 말 그대로 극찬을 해도 아깝지가 않다.

이런 집단적인 감정을 제외하더라도 축구라는 경기는 그 자체로 관중들에게 재미를 주게 되는데 왜 그런지에 대해 조금 더 들여다 보자.

먼저 나는 축구가 여러 스포츠 중에서도 가장 각본없는 드라마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라는데서 그 이유를 찾고 싶다.

바꾸어 말하면 축구는 의외성의 스포츠라고 말하고 싶다.

모든 스포츠에는 실력과 운이 동시에 승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데, 그 중 운의 영역이 가장 높게 작용하는 스포츠 중 하나가 바로 축구이다.

2006년, 엘리 벤-나임, 시드니 레드너, 페데리코 바스케즈는 스포츠에서 경쟁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Eli Ben-Naim, Federico Vazquez and Sidney Redner, ‘Parity and Predictability of Competitions’)

실제로 물리학자인 이들은 스포츠에서 의외의 결과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고 영국 프리미어리그, 미국의 메이저리그, NHK (아이스하키), NFL (미식축구), NBA (농구) 등 총 5개 리그의 30만 경기를 놓고 분석했다.

프리미어리그의 4만3350개에 달하는 축구 경기를 분석한 결과, 패할 것이라고 예상된 팀이 이긴 경우가 45.2%가 넘는다는 결론이 남으로써, 다른 스포츠들보다 불확실성이 가장 높은 스포츠임을 증명하였다.

즉, 누가 이긴다고 예상해서 맞출 수 있는 확률이 축구가 가장 낮다는 얘기이고, 이는 우리가 가장 흥미로워하는 전력상 약세인 팀이 언제든지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우리가 포르투갈을 이겼던 것도, 일본이 독일과 스페인을 이긴 것도 다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아시아에서는 최강이라고 불리면서 세계랭킹이 훨씬 낮은 다른 아시아팀과 경기를 할 때도 번번히 비기거나 지는 경우도 이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축구는 다득점 경기가 아니다.

축구는 득점을 기록하는 모든 스포츠 중에 가장 적은 득점으로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스포츠이다.

딱 한 골, 두 골이 필요한 스포츠이면서도 위에서 말했듯이 운이 많이 작용하기도 하는 스포츠이므로 그 한 골을 운과 상관없이 만들어내도록 확률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하는데 그 노력의 일환이 골을 잘 넣는 공격수에게 거액을 투자하는 일이다.

골을 넣는 다른 스포츠들로는 미식축구, 농구, 아이스하키 등이 있는데 득점을 분당으로 환산해 봐도 축구는 압도적으로 적은 득점이 나온다.

예를 들면,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골을 많이 넣는 팀은 맨체스터 시티인데 90분간 3.86 득점을 하고 있다.

이에 반해 농구는 NBA 팀을 대상으로 했을 때, 이번 시즌 1위팀인 보스턴 셀틱스는 48분간 120.6 점을 기록하고 있다.

골이 너무 안들어간다고 싫어할 수도 있지만 이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면, 오히려 우리는 골의 희소성에 매력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 몇 안되는 골을 만들어 내기 위해 드넓은 운동장에서 드리블하고 달리고, 태클을 걸고 헤딩을 경합하는 종목이 바로 축구다.

득점을 하기 위해 전 선수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죽어라고 행하는 그 모든 행동들이 단 하나의 희소성이 높은 골을 만들어 내기 위함이라는 것을 우리들은 알고 있기 때문에 축구에 열광한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마치 선사시대에 수렵생활을 하는 인류가 사냥하기 매우 힘든 사납거나 몸집이 큰 동물들을 하루 종일 쫓아가기도 하고, 포위해서 몰기도 하고, 때로는 공격을 당할까봐 물러서기도 하면서도 결국 사냥에 성공했을 때 큰 희열을 느끼는 것과 같은 동기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우리의 DNA에는 축구에 열광하는 유전자가 각인되어 있지는 않을까?

다시 한번 말하자면 축구는 약팀이 강팀을 이길 확률이 높기에, 그리고 야외에서 격렬하게 하는 경기인지라 우리가 생각지 못한 여러 요인에 의해 경기 흐름이 바뀌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이다.

그러하기에 그 외부 요인들을 어떻게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지가 앞으로 축구라는 종목에서 매우 중요한 화두가 되리라 생각한다.

특히,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축구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듯이 향후 축구에서의 승리를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짚고자 하는 사람들 또한 늘어나리라 생각한다.

외부 요인들을 찾아내고 통제하는 일이 바로 행동경제학에서 하는 일이니까 하는 얘기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헹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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