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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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날은 추워지고 눈은 펑펑 쏟아지고 있어서 빙판길 조심하라는 안내 문자가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지금, 12월은 인사평가 시즌이기에 더욱 춥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인사평가를 받는 직원은 ‘과연 저 사람이 나를 제대로 평가할까’라는 불안감 속에서도 이번에는 누구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동시에 가지곤 한다.

인사평가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보다 공정하게 심사를 하고자 할텐데 과연 공정할지, 그리고 본인이 내린 판단에 대해 직원들이 대부분 수용할지에 대해서도 궁금할 수 밖에 없다.

평가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사실 어떠한 평가를 받더라도 아무래도 자신이 노력을 한 만큼, 그리고 성과를 낸 만큼 충분히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피평가자인 직원이 자기 자신에 대해 객관적이지 못한 경우만 생각해 보기로 하자.

그럴 경우, 행동경제학에서는 여러분들이 익히 알고 있는 바와 같이 객관적인지 못한 다양한 편향에 빠졌다고 말한다.

우선 크게 봐서는 회사, 작게 봐서는 자신의 조직이 올해 거둔 성과가 내가 제일 잘해서 그렇다는 편향 즉, 자기 중심 편향 (Self–serving bias)이 가장 쉽게 빠지게 되는 편향이다.

그와 유사한 다른 효과 역시 존재한다.

‘나는 평균이상이다’라고 여기는 평균 이상 효과 (Better than average effect)에도 빠지기 쉬운데, 나 자신의 과거 경험을 놓고 생각해봐도 나는 당연히 B 이상 혹은 A 등급을 맞을 거라는 환상들을 많이 가져본 적이 있지 않은가?

직장에서 뿐만이 아니고, 대학교 학사나 석사 과정을 거친 사람 누구나 그런 경험은 있으리라 생각한다.

자, 그런데 내가 구글에서 ‘Better than average effect’라고 검색을 하면, 오른쪽 위키백과 란에는 나의 검색어와 상관없이 다른 유사용어가 뜬다.

그 용어는 바로 ‘Illusory superiority’로 우리 말로 ‘우월감 환상’이라고 번역될 수 있다.

자신의 긍정적인 부분은 과대평가하고 부정적인 부분은 오히려 과소평가하는 인지편향을 일컫는 말로 역시 많이 얘기했던 자기과신 (Overconfidence)와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우월감 환상은 부부관계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주변의 중년 남성들을 보면 종종 일어나는 일인데, 때로는 아내에게는 ‘내가 과분하지’ 아니면 ‘내가 너무 잘해주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을 하곤 있지는 않은가?

그런 생각을 머릿 속에만 담아두고, 입밖에 내지 않으면 좋으련만 꼭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부부가 관계가 좋을리는 만무하다.

회사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우월감 환상에 사로 잡혀 있다고 몸소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남보다 잘했다고 속으로 생각해서 인사평가 결과에 대해 단기간 기분 나쁜 상태로 지나가면 오히려 회사에게 큰 해는 없기 마련이다.

그러나 회사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 왔을 때 우월감 환상에 사로잡혀서 항상 잘난 척 했던 직원을 마치 실력이 뒷받침된 자신감 있는 직원으로 착각하게 될 경우, 그 직원의 의견을 과감하게 수용하기도 한다.

그러면 그 결과는 명약관화하다.

물론 바로 안 좋은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으나, 그 우월감 환상을 잘못 판단하여 높은 성과 평가 점수와 함께 거액의 보너스를 주는 경우는 허다하다.

유사한 상황에서 피평가자 직원들이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편향으로는 ‘사회적 비교편향’이 있다. (Social Comparison Bias)

우리말 속담에 ‘뱁새가 황새를 따라간다’는 표현과 유사하게 ‘Keep up with Joneses’라는 표현이 있는데 아마도 사회적 비교편향을 제일 그럴듯하게 표현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존스네처럼 하려고 애쓴다’는 말처럼 사회적 비교편향 역시 자신보다 나은 사람들을 적대시하거나 혹은 그들에게 경쟁심을 가지는 것을 뜻한다.

사실 조직에서 사회적 비교편향이 올바르게 작동하면 조직 간, 개인 간 경쟁심을 유발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더 좋은 성과를 서로 낼 수 있도록 하지만, 한편으로는 경쟁심 때문에 서로 헐뜯고 근거없는 비방을 하거나 어떤 경우에 있어서는 조직 내 공유해야 하는 정보를 팀 내에서만 공유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조직에서의 평가자는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제일 기본 원칙은 감정에 따라 누군가를 고평가해도 안 되고, 누군가를 저평가 해서도 안된다는 점이다.

만약 평가자의 학력이나 이전 직장 경력, 혹은 주식으로 수익을 올리는 실력 등 성과와 관련 없는 후광효과 (Halo Effect) 때문에 그를 평가한다면 이는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이와 반대로 평가자가 다른 이유로 매우 싫어하는 점을 가지고 있을 때, 예를 들면 싫어하는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다든지 혹은 안 좋은 경험이 있었던 학교 출신이라든지 하는 이유로 평가자를 능력보다 절하해서 평가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매우 경계해야 한다.

뿔 효과 (Horns Effect)에 빠져서 누군가를 과소평가하지 않기 위해서는 역지사지로 내가 평가받을 때를 생각해 보면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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