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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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2주 전 글에서 스포츠 선수를 가진 부모들, 그리고 통계 이야기를 일부 언급했었는데 오늘은 그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가보도록 하자.

사실 프로스포츠를 포함한 모든 스포츠의 경기들은 항상 똑같은 장소에서 치르는 경기도 있지만, 대다수의 경기들은 홈구장 하나와 여타 다른 다양한 어웨이 구장들을 돌아다니면서 치르게 되어 있다.

우리네 아이들이 치르는 중고등학교 경기도 매 대회때마다 각기 다른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치르고 있다.

물론,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을 만족시킬 수 있으므로 매우 필요한 일이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낯선 환경에서 뛸 때 자신의 실력이 제대로 안 나올 것이라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프로스포츠에서 홈 어드밴티지 (Home advantage Phenomenon)에 관하여 꽤 많은 연구가 있다.

홈 어디밴티지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를 하고 있고, 그보다 더 구체적으로 왜 일어나는지, 특히 어떤 세부적인 요인 때문에 일어나는지, 그리고 결과는 어떠한 형태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연구가 있다.

예를 들면, 심판들의 판정이 홈 팀에게 유리하게 편향이 되어 있을 수도 있고, 관중들의 응원에 기가 눌려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그 경기장은 선수들이 자주 연습했던 곳이고, 모든 경기의 반은 그곳에서 치르기 때문에, 즉 경기장의 모든 것이 익숙하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뇌과학 측면에서 보았을 때 사람의 기억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곳은 장기기억과 공간 지각 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해마(Hippocampus)인데 여기에는 이른바 장소세포 (Place cell)로 가득 차 있다.(2014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장소세포를 발견한 존 오키프 교수가 수상하였다)

기억을 관장하는 곳이 장소세포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은 공간에 대한 지각이 기억의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부분을 의미하기도 한다.

공간지각능력을 담당하는 장소세포 덕에 우리는 기억을 할 때 사물의 장소, 위치와 같은 작은 디테일들을 기억하고 이러한 디테일들을 모아 패턴을 완성시킴으로써 전체 기억을 재구성한다.

예를 들어보자.

내가 얼마 전에 친구·후배들과 비즈니스 모임 차 베트남을 방문했던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베트남 방문했던 사실에는 전체적인 이야기들을 처음부터 완성시킬 수는 없었다. 

우리가 방문했던 호텔의 방, 그리고 음식점 등으로 얘기로 시작해서 하나둘씩 각자 기억에 있는 장소들을 끄집어내니, 그 장소에서 나눴던 얘기들, 먹었던 음식들과 다양한 상황들이 기억나기 시작했고, 결국 대부분 기억들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머릿 속에 저장된 지도 덕분에 앞으로 우리 앞에 전개될 일종의 상황에 대해 언제든지 쉽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즉, 뇌에 각인된 공간에 대한 기억은 같은 장소의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능력을 만들어주게 되고 이게 바로 익숙함의 힘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우리가 경기에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두 가지를 나누어서 생각해야 한다.

우선 경기를 치르는 장소가 앞으로도 계속 같은 장소라고 한다면 그 장소, 혹은 그와 똑같게 구현된 장소에서 연습해야 한다.

비슷하면 비슷할수록 훈련의 성과도 좋아질 수밖에 없다.

경기가 이루어지는 곳에서 연습할 때, 가장 탁월한 결과를 얻는다.

그런데 장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다양한 장소와 다양한 맥락에서 연습해야 한다.

농구라고 치면 바닥 소재, 관중 스탠드 위치, 전광판 위치, 골대 뒷 공간 등에서 서로 다른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하는 것이다.

변화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러한 다양한 상황에서 훈련을 했던만큼 돌발상황에도 익숙하게 대응할 수 있다.

다양한 맥락에서의 훈련과 기억은 앞으로 다가올 다양한 상황의 경기에서 성과를 내도록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만약 기업이라면 어떨까?

기업은 더욱더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며, 불확실성 투성이인 세계에서 생존해야만 하는 사명을 띠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위에서 얘기한 경기에서 이기는 방법 중 후자인 다양한 장소와 다양한 맥락에서의 훈련과 대처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산타페 연구소의 스콧페이지는 ‘The difference’라는 책에서 우수한 사람으로 구성된 유사한 집단보다 다양한 사람으로 구성된 집단이 불확실한 문제에 대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얘기한다.

한 사람의 기억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다양한 상황에 대한 경험과 기억 모두가 있을리 없다.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과 기억이 훨씬 더 많은 상황들에 대처하는데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우선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게 하고, 그 후 기업에 모인 사람들은 다양한 의사결정을 낼 수 있게 만들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다양한 시행착오도 기업이 가져가야 할 하나의 기억으로 삼는 것이 필수적이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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