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행동경제학의 시발점은 누가 뭐라해도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 이 두 사람이다.

이 두 사람이 같이 연구하며 행동경제학을 세상에 알리다가 ‘생각에 관한 생각 (원제: Think Fast and Slow)’을 출간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의 행동경제학 여정을 마치 소설처럼 그려낸 책이 하나 또 있는데, 바로 마이클 루이스의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 (원제: Undoing Project)’이다.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마이클 루이스는 미국에서 꽤 잘나가는 논픽션 분야 스타 작가이다.

2008년 금융 위기를 그린 영화 ‘빅쇼트 (The Big Short)’의 원작을 쓰기도 하였으며 한참 전인 2003년에는 미국 프로야구에 통계를 도입한 괴짜 오클랜드 단장 ‘빌리빈’ 이야기인 ‘머니볼’을 집필하기도 하였다. (이 역시 브래드 피트를 주연으로 영화로 만들어졌다)

경제학을 전공한 야구광인 탓에 금융계의 이면을 다루면서 그 안에 있는 인간의 욕망과 행태를 추적하고, 야구를 다루면서 경제학의 통계를 가져다 쓴 인간의 일대기를 그렸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그런데, 왜 행동경제학자의 이야기를 썼을까?

그 이유는 서문에 나와 있다.

마이클 루이스가 머니볼을 썼을 때,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기존 선수 설발하는 기준을 확 바꿔서 사람들이 편향에 빠져 잘 보지 못하는 면을 새로운 지표로 삼았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예를 들면 투수의 스피드는 스피드 건에 찍혀 잘 보이는 탓에 과대평가되고, 볼넷을 얻는 타자의 능력은 사람이 유심히 보지 않는 탓에 과소평가된다.

따라서, 진짜 선수를 잘 평가할 수 있는 통계지표를 찾아서 그 선수를 선발해서 뛰게 하는게 핵심이고 그로 인해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이 책의 골자이다.

이 책이 나온 이후 2004년 오래된 명문구단 보스턴 레드삭스는 이를 모방하여 100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이후에도 두 번 더 우승을 차지했으나 2016년에는 데이터에 의존했던 방식에서 다시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숫자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인터뷰와 함께 말이다.

마이클 루이스는 숫자와 통계를 신뢰하지만 서문에서 밝혔다시피 편향을 올바른 숫자에 기반해서 극복하는 현상만 얘기했지, 편향의 근원이 무엇이고 편향에 어떤 종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해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연히 카너먼과 트버스키에 대해 알게 된 이후 이를 보다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 봐야 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를 집필하게 되었다.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금융위기를 다룬 마이클 루이스의 ‘빅숏’을 영화화 했을 때, 또다른 행동경제학 대가 리처드 탈러가 특별 출연해서 도박사의 오류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1장은 37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으로 스포츠 종목 얘기를 한다.

야구가 아닌 다른 무대 NBA (농구)에서의 ‘빌리빈’인 대럴 모리 (Daryl Morey)의 생각으로부터 출발하는데 대럴모리는 컨설턴트로 휴스턴 로켓츠라는 구단에서 NBA에 통계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인물이다. (현재는 필라델피아 팀의 단장으로 있다)

그는 왜 기존 통념 때문에 의사 결정 방식이 바뀌지 않는 지에 대해 궁금해 했고, 왜 여러 선수들을 제대로 알아보고 평가하는지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했으며, 결국 인간의 의식과 행동때문이라는 생각을 마이클 루이스와 공유하게 된지라 결국 마이클 루이스는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뒤를 쫓고자 했던 것이다.

미국의 실상이 이런데, 국내 스포츠 산업에서 통계, 그리고 통계 너머의 또다른 통계 (이는 선수들의 정신 상태, 팀 문화 등 비정량 데이터 활용 통계를 말한다)를 제대로 활용하는 종목은 거의 없다.

물론 야구라는 종목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미국에서 많이 활용하는 통계를 시차를 두고 가져다 쓰는 경우일 뿐이지 이를 실상에 맞게 수정하거나 하는 일도 거의 드물다.

스포츠산업이 가장 발달한 미국을 보았을 때, 우선 데이터에 무지하고 편향과 관습에 사로잡힌 단계, 머니볼을 중심으로 데이터를 도입하고 적극 활용하는 단계 (이게 최근 20년 모습이다), 너무 데이터에 집착하는 단점에서 벗어나 경험과 데이터를 적절히 융합하는 단계 (2020년대 이후)로 개인적으로 나누어 보고자 한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미국보다 10~15년 정도 뒤져 있다고 보면 얼추 맞을 것이다.

따라서, 스포츠 산업과 종사자에서도 잘 안 쓰는 통계를 스포츠 선수를 꿈꾸는 학생들과 부모들은 얼마나 알까?

안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경기 결과로 나온 기록을 아는 것이지 실제로 본인이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나타내주는 지표에 대해, 그리고 그 지표가 어느 시기에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 나와 같은 학생들의 부모는?

무엇에 중점을 두고 가르치는지를 정확한 배경설명과 함께 체계적으로 지도하는 코치와 학교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무슨 지표이고 통계라고 정확히 설명은 못하더라도 ‘이 종목에서 이 나이 때는 A 능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 능력을 키우기 위해 이렇게 매일 지도하고 체크합니다’라고 설명하고 실행에 옮기는 지도자 말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 아이는 농구선수를 시작했다.

‘모두 거짓말을 한다’라는 베스트셀러의 저자인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다른 책에서 다른 종목과 달리 농구는 유전자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종목이라 주장한다.

추가로 농구가 가장 많이 받고, 야구나 미식축구는 조금 덜 받고 승마는 거의 받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이는 일란성 쌍둥이가 같이 최고 무대에서 뛸 확률을 가지고 계산한 것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지만 키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다.

사람의 특징 중 키야말로 가장 종형분포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라고 하는데, 키가 1인치 커질때마다 농구선수가 될 확률은 2배씩 올라간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면 지금 해야할 일은 (그런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키를 키우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데이비드 앱스타인’은 ‘스포츠 유전자’라는 저서에서 유전의 결정적인 영향력에 대해 강조를 했지만 실상 경기에 필요한 능력은 다를 수 있다.

농구로 치면 키가 상수이지만 여기에 육체적으로는 신체 각 부분의 발달 능력도 더해져야 하고, 정신적인 면에서는 투쟁심, 농구 코트를 보는 시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부상을 당했을때의 마음가짐 등등 다양한 요인들도 더해져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소신을 가진 코치를 찾아서 전적으로 믿어야만 하며, 이 때 우리 행동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비정형적인 데이터를 분석해서 새로운 지평을 스포츠 분야에 제시해야만 한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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